임상시험 대가로 제약사 주식 받은 의사 교수, 법원 ‘무죄’ 판결

재판부, ‘부정한 청탁’ 증거 부족 판단… 공동 임상시험 특성상 결과 영향력 행사 어려워 IRB 경제적 이해관계 규정 불명확… 독립 법인 인식에 ‘위계 고의’ 인정 안돼

2025-07-22     우정민 기자
게티이미지 뱅크

[팜뉴스=우정민 기자] 법원이 제약사로부터 주식 보상을 받은 (스톡옵션)뒤 임상시험에 참여한 의사 교수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부정한 청탁과 고의적 IRB 누락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4형사부는 지난 4일, 배임수재 및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씨와 B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2020고합5*8).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두 사람의 혐의가 확실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의 배경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E제약사와 F제약사는 각각 미국과 한국에 설립된 제약사로, AH그룹 산하에 속해 있었지만 당시 법적으로는 서로 다른 독립된 법인이었다. H병원 정형외과 과장이자 L대학교 의대 교수인 A와, G병원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M대학교 교수인 B는 F제약사가 개발한 관절염 치료제 ‘C 주사법’의 국내 임상시험을 주도했다. 두 교수는 각각 2a상부터 3상까지 다양한 임상시험의 시험책임자로 활동했다.

검찰은 두 교수가 E제약사로부터 임상시험과 관련해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주식 1만 주를 받았다고 문제 삼았다. 이 주식은 이후 상장됐고, 두 사람이 각각 20억 원이 넘는 수익을 거뒀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처음에는 일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받았지만, 권리가 소멸되자 동일한 수량의 주식을 무상으로 넘겨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B는 F제약사와 자문계약을 맺고 2천만 원가량을 받았다고도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두 교수가 병원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에 이 같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의로 누락하고 연구계획서를 제출함으로써 IRB 업무를 방해했다고 공소를 제기했다. A씨는 H병원 IRB에, B씨는 G병원 IRB에 각각 주식 보유 사실과 자문 계약을 명시하지 않은 채 연구계획서를 제출하거나 허위 서약서를 냈다는 것이다.

반면, 두 교수는 이 주식이 2005년부터 E제약사에 제공해 온 무상 자문에 대한 사후 보상이자, 향후 미국 임상 자문에 대한 대가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E제약사 대표는 두 교수들이 장기간 자문을 제공해왔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주식을 넘겨줬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F제약사와의 자문계약도 국내 임상과는 별도의 계약으로, 계약서에도 그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배임수재 혐의에 대해,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한 임상시험의 특성상 특정 연구자가 시험 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E제약사의 내부 문건에서 두 교수가 ‘국내 임상 성공의 핵심 책임자’로 표현된 것은 확인됐지만, 이는 단순히 기대감을 나타낸 문구로 해석될 수 있으며, 실제로 해당 주식은 처음 부여 당시 실질적 가치가 거의 없었고, 실제 행사 시점은 기한이 임박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대가성을 인정하긴 어렵다고 봤다.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IRB 보고의 고의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봤다. H병원과 G병원 IRB 운영규정이 경제적 이해관계 공개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 않았고, E제약사와 F제약사는 각각 미국과 한국에 설립된 별개의 법인으로, 동일한 기업으로 보아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도 없었다. 두 회사가 AH그룹 산하에 있다는 연결 고리는 있었지만, 두 교수가 이를 같은 회사로 인식했어야 할 근거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IRB 담당자들 역시 관련 규정의 해석에 혼선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여러 정황과 증거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두 교수의 행위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명확한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