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형 약국의 등장, 법적 쟁점은?
[법무법인 반우] 정혜림 파트너 변호사
경기도 한 곳에 국내 첫 창고형 약국이 개설되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축구장 절반 규모의 매장에서 2500여 개 품목을 진열하고 소비자가 직접 고르고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약국계의 코스트코’를 지향하는 약국이다.
한때 약사라는 직업으로 먹고 살았던 필자 역시 불편함을 느끼긴 하지만, ‘약사법 위반 아니냐’는 지인들의 질문에 쉽게 답변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약국 개설 허가를 내어준 지방자치단체나 규제 당국인 보건복지부 역시 현재까지 명백한 위법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제까지 이러한 판매 형태가 등장하지 않았던 이유가 비단 법적인 제재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시장질서와 사회적 인식, 직업 의식의 변화가 이러한 흐름을 만들었을 것이고, 그 흐름의 찬반을 떠나 각자의 자리에서 이에 대처할 필요가 생겼다.
이러한 판매 형태의 운영과 관련하여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법적 쟁점은 무엇이고, 국민 건강을 위하여 어떤 부분에 대한 주의가 필요한지 살펴보도록 한다.
우선 약국 개설 운영자의 문제이다.
약사법 제20조 제1항은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고, 대법원은 위 조항에 따라 금지되는 약국 개설 행위를 “약사 또는 한약사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약국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약품 제조 및 판매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그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21. 7. 29. 선고 2021도6092 판결 등 참조).
한편,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이 ‘약사가 아닌 자연인 및 일반법인은 물론, 약사들로만 구성된 법인의 약국 설립 및 운영도 금지하고 있어 직업선택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한 바 있으나(헌법재판소 2002. 9. 19. 선고 2000헌바84 결정 참조), 현행 약사법은 여전히 법인 형태의 약국 개설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상 약국 개설 운영은 약사만이 가능하며, 창고형 약국과 같이 규모가 큰 약국이라 할지라도 필요한 자금 마련, 시설 및 인력 관리, 판매 등 약국 운영의 전반을 약사가 직접 주도해야 한다. 약사가 아닌 투자자가 약국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경우, 이는 이른바 ‘사무장 약국’에 해당하여 약사법 위반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여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다음은 의약품 등 판매 관련 문제이다.
약사법 제44조 제1항은 “약국 개설자(해당 약국에 근무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를 포함한다)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통상 조제 외의 약국에서의 의약품 등 판매행위는 상담, 의약품 등의 선택, 결재, 복약지도 등 적용 안내와 같은 일련의 과정으로 이루어지며, 이 과정 중 어느 하나라도 약사의 관여가 없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
약국 직원이 수행하더라도 약사의 지도 감독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동일선상에서 법원은 약사가 아닌 약국 보조원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는 위 조항에 위반된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으며, 약사의 묵시적 또는 추정적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만으로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인천지방법원 2024. 5. 30. 선고 2023고정927 판결 등 참조, 예외적으로 드링크류의 판매는 약사법 위반으로 보지 않은 사례 있음).
따라서 약국의 판매 형태 상 상담이 생략되고, 환자가 직접 의약품 등을 선택하여 집어왔다 하더라도 남은 행위-여기에서는 ‘결제 행위’ 및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복약지도 행위’가 될 것이다-는 반드시 약사가 해야 한다.
위 일련의 판매 행위가 약사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는지, 일부라도 약사의 관리 감독 없이 직원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없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환자 유인 행위, 약국 광고 행위도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약사법 제47조 제1항 제4호 나목은 약국등의 개설자로 하여금 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 유지와 관련된 사항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시행규칙으로 경품류 제공, 호객행위 및 실제 구입가격 미만으로 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시장질서를 어지럽힌다 하여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시행규칙 제44조 참조).
중간 유통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중간마진을 줄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일응 당연해 보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시장질서를 어지럽힐만한 매점매석의 행위가 포함되지는 않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시행규칙은 약국개설자로 하여금 표시광고의 규정도 준수하도록 규정하는데, ‘비교 대상 및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아니하거나 객관적인 근거 없이 자기의 약국이나 자기의 약국에서 조제·판매하는 의약품이 다른 약국이나 다른 약국에서 조제·판매하는 의약품보다 우월하거나 유리하다고 나타내거나 암시하는 표시·광고’, ‘다른 약국과 판매의약품의 가격을 비교하는 표시·광고’ 등을 금지하고 있다.
보건당국 역시 ‘0000의 성지약국들보다 더 저렴한 가격’ 등과 같은 문구는 위 금지된 광고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창고형 약국과 관련된 기사 또는 방문 후기들(후기형 광고일 수도 있지만)을 보면, 특정 의약품 등의 판매가를 시중 가격과 비교하며 적어놓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다른 약국과 비교한 문구는 아니기 때문에 관련 법령에 위반된다 할 수 없는 상황이긴 하나, 지속적으로 표시광고의 규정을 준수하는지에 대한 감독 역시 중요할 것이다.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과는 다르다. 처방이 필요치 않은 일반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사람이나 동물의 질병을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할 목적’ 또는 ‘사람이나 동물의 구조와 기능에 약리학적 영향을 줄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생산되었고, 내포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제조부터 관리, 유통, 판매까지 촘촘한 규제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창고형 약국은 저렴한 가격과 편리성을 제공할 수 있으나, 약사법이 규정하는 약사 개설 운영의 주체성, 의약품 판매 과정에서의 약사의 직접적인 관여, 그리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해치지 않는 광고 행위 등의 원칙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특히, 소비자에게 의약품이 단순히 저렴한 공산품으로 인식되기보다는 그 목적과 필요성에 따라 정확하고 신중하게 사용되어야 하는 ‘약’의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도록 모든 과정에서 약사로서의 전문성과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글. 법무법인 반우 정혜림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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