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유방암 환자는 '재발' 두렵다, 새 옷을 사도 될까요?..."완치 기회는 지금"

버제니오 사용한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 8년째 건강 "전이성 유방암에 연간 들어가는 비용 생각하면 경제적" 박경화 교수 "허셉틴 도입 당시와 유사한 임상 현장 변화"

2025-07-17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유방암은 한 번 재발하면 완치를 기대할 수 없다. 전이성부터 치료 목표는 통증 완화로 가야 한다. 조기 유방암 고위험 환자일수록 초기 치료가 중요하며, 완치를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박경화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에서 열린 '조기 유방암 재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버제니오 미디어 세션'에 참석해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재발 위험과 수술 후 보조요법 중요성을 설명했다. 

박경화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이날 행사는 한국릴리가 HR+/HER2-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에서 버제니오의 임상적 가치를 알리고 국내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마련했다. 버제니오는 현재 세 번째 급여 신청이 진행 중이다.

조기 유방암 고위험군의 재발률은 30%에 달한다. 2년간 버제니오를 사용할 경우 50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버제니오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내 환자는 연간 약 2000명 수준이다.

박 교수는 "전이성 유방암은 최소한 5년간 순차 치료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계속 사용해야 한다. 버제니오 치료는 연간 50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며 "조기 치료로 완치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전이성 유방암 1년 치료비 보다 경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교수는 "약가 인하와 더불어 지원 프로그램이 갖춰진 지금이 치료 기회인데 보험 기준이 따라오지 못해 안타까운 상황이다"며 "환자들이 재발 후 진료실로 돌아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한국릴리는 글로벌 본사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임상적 유효성과 약가를 고려한 급여 신청 자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7년에 이르는 장기추적 데이터와 이르면 하반기 전체생존기간(OS) 데이터도 공개할 수 있어 급여 신청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내 유방암 1990년 이후 1.6배 증가, 고위험군도↑

전 세계 여성 암의 25%를 차지하는 유방암은 연간 1.44%씩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 이후 1.6배 증가하며 갑상선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25년 전 연간 6000명에서 현재 3만5000명이 넘을 정도로 급격한 증가세다.

국가검진을 통해 1~2기 조기 유방암 진단율은 높일 수 있었지만 고위험 3기 환자는 20년 전 1000명에서 2000명으로 오히려 두 배 이상 늘었다. 경기 침체에 따라 건강검진을 미루는 경우도 늘어 진행성 단계 환자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조기 유방암 2~3기 환자 10명 중 2명이 재발을 겪는다. 전체 유방암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HR+ 환자로 보면 14~23% 수준이다. 문제는 유방암은 완치 판정 후 10년, 심지어 20~30년 뒤에도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기 유방암에서 재발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림프절 양성 ▶조직학적 3등급 이상 ▶종양 크기 5cm 이상 ▶세포 증식 속도(Ki67 지수) 증가 등이 있다. 종양 크기가 5cm 이상이면서 림프절 음성은 5년 이내 재발률이 60%이며 양성인 경우는 80%에 달한다.

자료: 한국릴리

 

◇조기 유방암 '재발' 두려움, 극심한 공포·우울증

'착한 암'으로 불리는 조기 유방암이 환자들에게는 실상 재발의 두려움을 일으키고 있다. 

유방암 환자들은 수술, 방사선, 항암 치료 중에는 오히려 걱정을 덜 하지만, 치료가 끝나고 정기 검진 간격이 길어지면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치료 완료 후 3개월, 6개월 간격의 검진 대기 기간 동안 환자들은 재발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다. 설문조사에서 '수술 후 환자들의 75%가 재발이나 2차 진행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응답했다.

박 교수는 "환자들은 치료가 끝난 시점부터 재발 불안감이 극대화되는데 날씨만 흐려도 수술 부위 통증을 재발로 오해할 만큼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신경통인데 날씨나 환경 변화에 따라 극심한 감정적 기복을 경험하며, 맑은 날에는 희망적이지만 비 오는 날에는 우울해질 정도로 재발의 두려움을 크게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울증은 감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배우자에게 '내가 내일 죽으면  애들 데리고 어떻게 살 거야'라고 말하거나, '이번 여름에 신발을 새로 사도 될까' '새 옷을 사서 이 옷을 잘 입고 죽을 수 있을까'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자료: 한국릴리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아

국내 유방암 환자는 서구와 달리 중년층에 집중돼 있다. 가정은 물론 사회적으로 핵심 역할을 하는 시기에 환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이날 발표를 보면 유방암 진단 후 5년 내 평균 연간 1800만원의 소득 감소가 발생하며 이로 인한 국내총생산(GDP) 손실은 6400억원에 이른다. 유방암 환자 90%가 경력 단절을 경험하고 5명 중 2명이 우울증을 겪는다.

박 교수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유방암 진단을 받는 환자들의 재발 위험이 높다. 조기 유방암은 완치 이후라도 10년, 20년, 심지어 30년 후에도 재발 가능하기에 장기적 치료 전략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방암이 한번 재발하면 95% 이상은 완치되지 않으며, 최근 개발된 신약으로 완치할 수 있는 환자는 5% 미만이다"며 "지금이 완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므로 재발 위험성이 높은 조기 유방암 환자는 초기부터 강력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조기 유방암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추가 치료 옵션은 제한적이다. 삼중음성 유방암(TNBC)이나 HER2+ 유방암은 면역항암제나 ADC  같은 신약을 쓸 수 있지만 비급여거나 사용 환경이 제한적이라 임상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옵션이 많지 않다. 

박 교수는 "고위험 유방암 환자에게 필요한 약물의 상당수가 급여 적용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고위험 환자를 적절히 치료해야 재발 환자를 줄일 수 있지만 현재 건강보험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며 임상 현장의 현실을 전했다.

박 교수는 "유방암이 재발하면 전이성 상태에선 완치 불가능하기에 의료진도 환자 가족에게 단호하게 얘기한다"며 "재발 후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닌 통증 완화와 생존 기간 연장으로 지속적인 항암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onarch-E 임상 참여, 7~8년 이상 생존 완치

이런 상황에서 조기 유방암 고위험군을 위한 새로운 추가 요법으로 등장한 약제가 CDK4/6 억제제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이다.

국내에서 조기 유방암 치료에 허가된 유일한 CDK4/6억제제로 내분비요법과 병용해 2년간 복용하면 완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그 효과는 ▶림프절 전이가 4개 이상 또는 1~3개이면서 ▶조직학적 3등급 이상 또는 ▶종양 크기 5cm 이상인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한 'monarch-E' 임상에서 입증했다.

5년 추적 결과, 내분비 치료제 단독 사용 대비 버제니오를 함께 병용하면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DFS)이 75%에서 83%로 향상, 재발 위험을 2.5배나 감소시켰다.

박 교수는 "내분비 치료만 시행한 조기 유방암 환자 4분의 1이 5년 내에 재발하는데 그 위험률을 절대적으로 약 8% 감소시켰다는 것은 매우 높은 수치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원격 무재발 생존율(DRFS)에서도 33.5%의 유의한 개선을 나타냈으며 특히 Ki67 지수가 높은 환자에서 버제니오 81%, 내분비요법 단독군 72%로 재발 위험을 36% 감소시키는 효과를 확인했다.

자료: 한국릴리

 

박 교수는 버제니오를 사용한 실제 환자 사례를 공유했다. 첫 번째 사례 환자는 2017년 임상 연구에 참여한 40대 초반 미혼 여성으로 림프절 2단계 전이와 다발성 폐 전이가 있었다.

박 교수는 외과 의료진과 상의해 수술 전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했으며, 고세렐린을 포함한 강력한 내분비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적극 권유했다. 그리고 버제니오 monarch-E 임상에 꼭 참여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 환자는 MONARCH-E 연구 참여 과정에서 폐경 확인 후 타목시펜에서 레트로졸로 약물을 변경하며 가장 강력한 내분비 치료를 했다. 환자는 버제니오를 포함한 총 8년간의 내분비 치료를 완료하고 무재발 완치 상태로 지내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30대 후반 여성 환자로 자가 촉진으로 종괴를 발견해 내원한 환자였다. 이 환자는 12개 림프절 중 11개에서 전이 양성이었고, Ki67 62%의 고위험군이었다. 

이 환자는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치료 중 사망했을 시 아기에 대한 걱정을 했었다. 박 교수를 믿고 버제니오를 사용했고 이후 레트로졸을 5년간 복용하며 총 7년간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 건강하게 생활 중이다.

박 교수는 “버제니오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더 두드러진다. 초기 미세 전이를 억제해 장기 생존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며 "과거 허셉틴이 처음 도입됐을 때와 같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 외과로 돌려보낸 환자들이 더 이상 재발해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버제니오의 대표적 부작용은 설사와 감염이다. 대부분 낮은 등급의 부작용으로 관리 가능하다. 국내 중년 여성 환자에서 설사 발생으로 치료 중단율은 첫 달 2.7%에 불과하다. 

용량별(150mg, 100mg, 50mg) 약가가 동일하며, 용량 감량 시에도 치료 효과에 큰 차이가 없다. 대부분의 용량 조절은 첫 2개월 내에 이루어지며, 초기 적응 후에는 장기간 복용이 가능하다.

박 교수는 "처음 2개월 내에 대부분의 부작용 조절이 이뤄지고, 이후엔 장기간 복용이 가능하다"며 "지사제를 복용하거나 음식 조절을 통해 설사를 스스로 관리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