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FDA 데이터 분석 통해 신약 개발에 ‘환자 중심’ 원칙 본격 반영
의료진 평가와 유사한 활용 빈도 기록…임상시험에서 환자 목소리 반영 움직임 뚜렷 소아·인지장애 영역은 평가 도구 부족…전자 기록과 AI 기술 접목으로 실질 경험 수집 시도
[팜뉴스=우정민 기자] 최근 일본제약공업협회가 발표한 ‘FDA 공개 데이터를 통해 본 환자 보고 성과(PRO: Patient-Reported Outcome)의 사용 현황’에 따르면, 제약 산업 전반에서 환자 참여의 중요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협회는 환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신약 개발 체계 구축을 주요 방향으로 제시하며, 환자 스스로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PRO의 활용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부수적 자료가 아니라, 임상 개발 과정의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1년 ‘임상 결과 평가 지침서(CLINICAL OUTCOME ASSESSMENT, COA COMPENDIUM)’를 통해 PRO를 포함한 다양한 임상 평가 도구를 질환별로 정리해 공개했다. 이 자료는 환자 중심 의약품 개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COA는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PRO는 환자 본인이 직접 자신의 건강 상태를 보고하는 방식이며, ClinRO는 의료진 보고, ObsRO는 가족 등 제3자의 관찰자 보고, PerfO는 과제 수행을 통한 능동적 평가 방식이다. 이 가운데 PRO는 환자 중심 임상시험의 근간을 형성한다.
COA 종합 자료집에 따르면 PRO는 총 216건으로 의료진 보고(ClinRO)에 근접하는 빈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류마티스 관절염, 천식, 여성 성기능 장애 등에서는 질환 특이적 PRO 도구가 주로 사용됐다. 반면 통증 관련 질환에서는 수치 평가 척도(NRS)나 시각 아날로그 척도(VAS) 같은 기초적 평가 도구에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배변 기능 장애나 간질과 같은 질환에서는 환자 일기를 활용한 PRO가 주목된다. 이처럼 질환 특성에 따라 PRO 사용 양상이 달라지지만,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PRO 개발의 여지는 크다.
그러나 PRO 활용 확대에는 제약도 뒤따른다. 현재까지 종합 자료집에 수록된 COA의 상당수가 성인 대상이었고, 소아나 청소년을 위한 도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관찰자 보고 방식인 ObsRO는 일부 소아 질환에 한정돼 있고, 파킨슨병이나 인지장애처럼 환자 스스로 보고하기 어려운 질환에서는 관련 평가 도구의 공백이 크다. 환자의 표현이 제한된 상황에서 가족이나 간병인의 관찰이 결정적임에도, 이들을 반영한 도구 개발은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PRO의 과학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FDA가 적격성을 인정한 PRO 도구는 7건에 불과하며, 이는 환자 중심 임상평가의 정량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임상시험에서 PRO를 활용해 환자의 유해사례를 직접 보고하도록 한 ‘PRO-CTCAE(Patient-Reported Outcomes version of the Common Terminology Criteria for Adverse Events)’ 같은 사례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PRO-CTCAE는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개발한 PRO의 일종으로, 기존 CTCAE(의료진 중심의 이상반응 공통용어 기준)를 보완하기 위해 환자가 부작용의 빈도와 강도,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스스로 보고하도록 설계됐다.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실제적인 부작용 평가가 가능해졌다.
기존 종이 기반 일기 방식은 정보 누락이나 부정확성의 문제가 지속 제기되어 왔다. 이에 따라 입력 시간 기록, 데이터 전송 자동화, 알림 기능을 갖춘 전자 PRO(ePRO: electronic Patient-Reported Outcome) 도입이 적극 권장되고 있다. 더 나아가, ePRO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해 구조화된 신뢰성 높은 자료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공동 창조의 핵심 기반으로 떠오르고 있다. 환자의 경험을 정밀하게 계량화하는 기술이 진보할수록, 환자 중심 의약품 개발은 더욱 현실에 가까워진다.
PRO를 중심으로 한 COA의 확산은 아직 진행 중인 여정이다. 다양한 질환과 인구 집단을 아우를 수 있는 평가 도구 개발과 보급이 이뤄져야 하며, 그 과정에서 환자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임상시험에 반영하는 구조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 제약 산업과 정부, 학계가 협력해 환자 참여의 범위를 넓히는 노력이 이어질 때, PRO는 단순한 평가 지표를 넘어 의약품 개발의 접근 방식 자체를 전환시키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