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장에서 시작되다”
“우울증도, 치매도, 파킨슨도… 해답은 장 안에 있다”...김동현 교수의 마이크로바이오타 탐구④ 장내미생물과 인지장애의 관계, 분변이식·베타아밀로이드 축적 기전 경희대학교 약학과 김동현 교수(고황명예)
| [편집자 주]‘장이 두 번째 뇌’라는 말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장내에 서식하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은 단순한 소화 보조자가 아니라, 전신 면역, 대사, 심지어 감정과 인지능력까지 조절하는 강력한 생리적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경희대 약학과 김동현 교수는 이번 기고를 통해 장내미생물과 우울증, 치매, 파킨슨병 등 정신·신경계 질환 사이의 밀접한 연결고리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조명한다. 항생제 남용, 잘못된 식습관이 장내 균형을 무너뜨릴 경우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분변이식이나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치료법이 실제 증상 개선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의료계에 큰 시사점을 준다. 건강의 시작은 장에 있고, 당신의 기분과 기억, 움직임도 결국 장내세균과 함께 결정된다는 놀라운 사실. 지금, 몸속 미생물들과의 공존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
치매(알츠하이머성·혈관성), 파킨슨병 등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우울증, 불안장내, 조현병 등과 같은 정신질환, 자폐스펙트럼 장애 등은 뇌의 기질적 장애 또는 기능적 장애에 의해 발생한다. 사람의 뇌에 기능적 장애가 생겨 치매나 파킨슨병 등의 기질적 장애가 생기면, 상당수의 사람에서 서서히 소화장애를 포함하여 염증성장질환과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불균형을 동반한다.
장내불균형은 사람의 소화관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들이 건강할 때와는 다르게 건강을 위협하는 장내미생물의 분포가 높아지거나, 이와 유사한 현상이 생긴 상태를 장내불균형이라고 한다. 노화,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신경정신질환이 생기면, 뇌의 생리적 변화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을 경유하여 말초기관들에 장애, 예를 들면 장염이나 장내불균형을 일으킨다. 이를 뇌장축을 경유하여 발생하는 장염과 장내불균형질환이라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잘못된 식습관, 항생제 복용 등으로 인해 장내불균형 등으로 인해 장질환이 생기면, 이는 뇌의 생리적 변화를 초래하여 인지손상, 파킨슨병 등을 포함하여 신경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장내불균형에 의한 장뇌축 또는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장-뇌 축을 경유하여 발생하는 뇌질환이라고 한다.
인지손상을 일으키는 장내세균들?
치매 또는 노화로 인해 생긴 장내불균형이 있는 환자의 분변을 건강한 실험동물에 이식하면 인지손상행동을 보인다. 실험동물에 장염을 일으키면 10일후에는 인지손상 행동을 보였다.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환자의 분변을 무균동물에 이식하면 인지손상을 일으켰다.
알츠하이머병 유전자를 도입한 실험동물(5xFAD-transgenic mice)이 6개월 사육하고 인지능이 손상되었을 때 이 실험동물의 분변을 건강한 동물 또는 건강한 무균동물에 이식했을 때 인지능이 손상되었다. 분변을 이식하면 대부분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가 실험동물의 장내에 서식하면서 세균자체의 성분 및 대사체 등을 생산하여 숙주세포에 영향을 줘서 인지능을 손상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장내세균총이 생산하는 내독소, 세포외소포(extracellular vesicle), 또는 단백질(caspase-3 유사 단백질) 등이 뇌에서 검출되어, 이들이 인지손상 유발물질로 추정하고 있다.
치주염을 일으키는 세균도 인지손상을 일으키나?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뇌에서는 70% 이상에서 충추유발균들의 흔적이 검출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실험동물의 구강에 충치유발 세균인 Porphyromonas gingivalis 세균을 감염시켰더니, 실험동물에서 인지손상을 일으켰다. 게다가 이 충치균의 세포외소포도 구강에 노출시키면, 구강의 3차신경을 통해서 뇌로 이동하고, 인지손상도 일어난다.
그러나, 이 실험동물에 미주/3차신경을 절단하면, 세포외소포도 뇌로 전달되지않고, 인지손상도 일어나지않는다. 그외에도 인지손상이 있는 사람들의 분변에서 분리한 Escherichia fergusonii, Escherichia coli에서 분리한 내독소들은 면역계를 경유하여 뇌를 자극하고, 인지장애을 일으켰다. 이같이 구강 및 대장에 서식할 수 있는 세균들중에는 인지손상을 유발하는 세균들의 성분 또는 대사체들이 미주/3차신경계와 함께 면역계을 통해서 뇌로 전달되어 인지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와 인지손상개선
알츠하이머병 실험동물 모델에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이식하면, 알츠하이머병의 행동이 개선되고, 베타아밀로이드 발현양도 감소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건강한 사람의 분변을 이식하여 결과를 탐색한 연구에서도 치료효과가 기대되는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분변에 대한 규격이 필요하여, 의약품으로는 아직 개발되어 있지 않다.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기 위해 도네페질(donepezil), 리바스티그민(rivastigmine), 갈란타민(galantamine) 등은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효소(acetylcholinesterase)의 활성을 억제하는 약물, 멤란틴(memantine)과 같은 NMDA 수용체 길항제가 사용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레켐비(lecanemab)와 키순라(donanemab)와 같은 항체의약이 개발되어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약물들의 특징은 뇌 신경세포에서 분비한 acetylcholine 작용시간을 늘렸고, NMDA 수용체의 작용을 조절하는 약물들은 알츠하이머병에서 뇌에 쌓이거나 쌓인 베타아밀로이드, 타우, 또는 이들의 복합물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시적으로 인지능을 개선할 수 있을 뿐이다. 레켐비와 키순라는 노화 등으로 인해 뇌에 쌓인 베타아밀로이드를 면역반응을 이용하여 제거하지만, 쌓이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근본적으로 치료를 하려면, 쌓인 것을 제거도 해야 하지만, 쌓이는 것도 막아야한다. 그렇다면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타우, 또는 이들의 복합물이 쌓이는 원인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다.
이 베타아밀로이드의 쌓이는 것을 조절시키는 것이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들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저자들은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를 조절할 수 있는 소재들과 프로바이오틱스발효복합물, 또는 프로바이오틱스 복합물을 이용하여 실험동물과 인지능이 떨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하였다.
이 복합물들은 노화동물과 알츠하이머병유발 실험동물(5xFAD-transgenic mice) 에서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였고, 인지손상을 개선하였다. 그리고, 인지능이 떨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에서도 인지손상이 개선되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의 작용기전은 장내불균형을 개선하고, 인지능을 개선하는 BDNF 등을 유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앞으로 이 같은 소재들이 베타아밀로이드 합성을 억제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등장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베타아밀로이드의 합성을 억제하면서, 기존에 쌓여있는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할 수 있어 치료효과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