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과 뇌는 연결돼 있다...우울과 불안의 미생물 코드”

“우울증도, 치매도, 파킨슨도… 해답은 장 안에 있다”...김동현 교수의 마이크로바이오타 탐구③ 우울증·불안증과 장내세균 변화, 장-뇌축, 스트레스 호르몬과 장내 환경 변화 경희대학교 약학과 김동현 교수(고황명예)

2025-07-30     김태일 기자
[편집자 주]‘장이 두 번째 뇌’라는 말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장내에 서식하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은 단순한 소화 보조자가 아니라, 전신 면역, 대사, 심지어 감정과 인지능력까지 조절하는 강력한 생리적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경희대 약학과 김동현 교수는 이번 기고를 통해 장내미생물과 우울증, 치매, 파킨슨병 등 정신·신경계 질환 사이의 밀접한 연결고리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조명한다. 항생제 남용, 잘못된 식습관이 장내 균형을 무너뜨릴 경우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분변이식이나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치료법이 실제 증상 개선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의료계에 큰 시사점을 준다. 건강의 시작은 장에 있고, 당신의 기분과 기억, 움직임도 결국 장내세균과 함께 결정된다는 놀라운 사실. 지금, 몸속 미생물들과의 공존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경희대학교 약학과 김동현 교수(고황명예)

사람의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들은 같이 살고 있는 식구, 쌍둥이 사이에도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을 구성하는 미생물종의 종류와 비율에 차이가 있다. 한 사람의 장내미생물도 어제와 오늘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개개인의 고유한 핵심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의 종과 구성비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의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 구성 미생물의 종류와 구성비는 섭취하는 음식물, 스트레스, 항생제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건강할 때 사람의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와 미생물종과 구성비가 음식물, 스트레스, 항생제의 복용에 의해 바뀌면,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종류와 그 수가 증가하면, 우리는 이를 장내불균형(gut dysbiosis)이라고 한다. 이 장내불균형은 비만, 정신신경질환 등 전신의 다양한 질병들의 발생에 원인이 되고 있다. 

건강한 사람이 채식의 섭취가 적어지고 육류섭취가 많아지면, 채식의 펙틴 등을 먹고 사는 장내세균들이 먹이가 없어 증식하지못해, 소화관에서 자리잡지못해 소화관을 떠나고, 지방과 단백질을 좋아하는 장내세균들은 육류의 지방과 단백질을 이용하면서 그 수를 늘려간다. 

특히 지방을 먹이로 이용하여 증식하는 장내세균들은 내독소를 많이 생산한다. 이 내독소는 대표적인 염증 유발인자이다. 그러므로 소화관에 내독소를 생산하는 세균들이 증가하면, 장염을 일으키고, 더나아가서 전신염증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장염환자들의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를 건강한 동물에 이식하면 어떻게 될까? 실제적으로 장염을 일으킨다. 이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를 이식하여 장염을 일으킨 동물에서는 우울증과 함께 불안증 행동을 동반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내과에 방문하는 장염환자들의 대부분이 우울/불안증을 동반하고, 정신과에 방문하는 우울/불안증 환자의 대부분이 장염 증상을 동반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음식물 또는 항생제 복용에 의해 장내불균형이 생기면 장염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서는 우울/불안증을 동반할 수 있으며,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우울/불안증이 생기면, 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장과 뇌는 장-뇌축과 뇌-장축으로 연결과 되어있으며,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어떤 장내세균들이 우울증을 일으킬까?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장내세균이 바뀔까? 가장 먼저는 스트레스로 인해 cortisol, adrenaline, noradrenaline 등이 증가한다. 이는 혈당수치를 높이고, 면역반응을 억제하고, 혈압을 높이고, 장운동을 줄인다. 이로 인해 장내세균의 균형이 바뀐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때 장관면역반응에 의해 억제되었던, 염증을 유도하는 장내세균들(내독소 생산세균 등)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증가한다. 이 염증을 유도하는 세균들은 소화관의 염증반응을 촉진하고, 밀착접합단백질(tight junction protein)들의 발현을 억제하여, 장누수를 유도할 수 있다. 이는 장내세균들이 합성하는 세균성분 및 대사체들의 체내이행을 높인다. 

실험동물에 항생제 예를 들어 암피실린을 투여하면 불안한 행동을 보인다. 항생제 투여를 중지하고 10일째 관찰해도 비슷하게 불안행동을 보인다. 그래서, 항생제 투여한 실험동물의 분변을 다른 건강한 동물에 투여해도 비슷하게 불안행동을 보인다. 항생제를 투여하고 10일이 지나도 아직 건강한 상태로 회복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우울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의 분변을 실험동물에 투여하면 어떻게 될까? 이 역시 우울한 행동과 함께 장염이 유발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미생물들이 우울한 행동을 보일까? 

가장 잘 알려진 장내세균으로는 대장균(Escherichia coli)이 우울증 행동과 장염을 보였고, 그 외에도 병원에서 쉽게 감염될 수 있으며, 건강인에 소화관에서 볼 수 있는 Klebsiella oxytoca 등의 균주들도 우울증과 장염을 일으켰다. 흥미로운 것은 건강인의 소화관에서 좋을 일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Enterococcus faecium은 단독으로는 우울증을 거의 유발하지않았으나, K. oxytoca, E. coli의 우울증 유발을 상승시킨다. 그러므로, 소화관에 어떤 세균들이 서식하고 있는지에 따라 갖은 세균이 소화관에 감염되어도 우울증 발병증상은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 외에도 장염을 일으키는 세균들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가 의약품이 될까?

장염을 치료하면 우울증은 치료될까? 그렇다면, 항생제를 투여하여 장염을 일으키는 내독소 생산세균들을 줄일 수 있을까? 일부 치료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쉽지 않다. 그럴 때는 어떻게 치료할까? 최근에는 건강한 사람의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분변)을 이식한다. 항생제보다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세균감염 장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항생제들을 사용하여 치료하고 있지만, 일부의 경우에는 쉽지 않다. 오히려 항생제 때문에 장질환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면, 항생제(클린다마이신, 아목사실린 등) 복용 때문에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의 구성에 Clostridioides [구 Clostridium] difficile 이 과점유 하는 장내불균형질환(CDI, C. difficile infection) 이 생긴다. 심각한 경우에는 장출혈과 함께 사망할 수도 있다. 

이 질환은 다양한 항생제를 변경하면서 치료를 하려고 하고 있으나,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 그래서, 건강한 사람(형제)의 분변을 이식하여 치료를 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를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CDI 질환의 치료에는 분변이식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건강한 사람의 분변에 대한 기준이 어렵고, 사람마다 차이가 많아 균일하게 맞추기가 쉽지않다. 그래서 품질관리가 가능한 분변들을 확보하여 분변치료제들을 개발하고 있다. 가장 처음으로는 2023년에 건강한 사람의 분변의 장내마이크로바이오타 분획을 이용한 CDI 치료제가 미국에서 Biomictra (Biomebank)와 Rebyota (Ferring Pharmaceuticals)가 승인되었고, 전세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중국, 캐나다, 이스라엘, 우리나라 등에서 적응증 넓혀서, 염증성 장 질환, 대사성질환, 감염/염증질환, 자가면역질환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임상시험중인 후보의약품들이 300여개에 이른다. 앞으로 다양한 분변의약품 또는 분변유래 장내세균을 이용한 생균치료제가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