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이 만든 병, 장내세균의 두 얼굴”
“우울증도, 치매도, 파킨슨도… 해답은 장 안에 있다”...김동현 교수의 마이크로바이오타 탐구② 장내불균형(Gut Dysbiosis)의 개념과 원인, 전신 염증 및 질병과의 연관성 경희대학교 약학과 김동현 교수(고황명예)
| [편집자 주]‘장이 두 번째 뇌’라는 말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장내에 서식하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은 단순한 소화 보조자가 아니라, 전신 면역, 대사, 심지어 감정과 인지능력까지 조절하는 강력한 생리적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경희대 약학과 김동현 교수는 이번 기고를 통해 장내미생물과 우울증, 치매, 파킨슨병 등 정신·신경계 질환 사이의 밀접한 연결고리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조명한다. 항생제 남용, 잘못된 식습관이 장내 균형을 무너뜨릴 경우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분변이식이나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치료법이 실제 증상 개선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의료계에 큰 시사점을 준다. 건강의 시작은 장에 있고, 당신의 기분과 기억, 움직임도 결국 장내세균과 함께 결정된다는 놀라운 사실. 지금, 몸속 미생물들과의 공존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
사람이 육식(고지방식이)을 섭취하면, 이를 이용하는 세균들이 증가하고, 이 음식물(육식)의 아미노산, 지방산 유도체들의 대사체들이 많이 만들어진다. 이 중에는 단백질의 대사체인 암모니아가 많아지면, 소화관의 pH가 높아지고, 대사체 암모니아의 체내 흡수를 높이고, 혈액중의 암모니아가 높아지며, 이로 인해 고암모니아혈증으로 인해 콤마, 신장장애 등 다양한 질병이 발생한다. 이는 육식을 편식함으로서 장내불균형이 생겨 소화관에 신경을 안정시키는 serotonin의 전구체가 많이 생길 수 있지만, 반대로 암 유발 물질로 생각하고 있는 인돌도 많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신신경질환의 증상을 개선하기도 하지만, 암유발이 증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채식을 많이 섭취하면 이 음식물의 펙틴류들로 인해 단쇄지방산을 생산하는 균주들이 많이 증가하고, 이로부터 부틸산, 프로피온산 등이 많이 생길 수 있다. 이는 체중, 인지능, 수면/우울장애 등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 또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라면, 환자들과 함께 살아가던 마이크로바이오타, 특히 장내세균이 급속하게 감소한다. 이 장내세균의 감소로 비타민 K, B 군 등의 합성세균들도 함께 감소하게 된다.
그러므로, 비타민 K 등이 부족하여 혈액이 응집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수술하는 환자에게는 피가 멈추지 않아 심각한 출혈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수술환자에서 항생제 투여는 비타민 K를 함께 처방하여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이와 같이 소화관, 피부, 질내에 서식하는 세균들을 포함한 미생물 들이 건강한 상태가 아닌 상태를 질병으로 분리하여, 장내불내증(gut dysbiosis)이라고 한다.
장내불내증과 전신질환
건강한 장내세균군집(gut microbiota)이 음식물(식습관), 항생제 등에 의해 장내불균형이 생기면, 먼저, 소화관에 장염을 비롯하여 전신에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염증성 장질환 (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 – 염증성장질환인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등은 장내불균형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지방함유가 높은 식품 섭취가 높고, 채식 섭취가 낮으면, 소화관의 Pseudomonadota (예전에는 Proteobacteria) 문에 속하는 균주가 증가하고, 이는 내독소의 생산량이 높아지며, 이 내독소는 소화관에 염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항생제(예 ampicillin) 투여는 그람양성인 세균들이 많이 죽고, 그람음성인 Pseudomonadota 살아남으면서, 상대적으로 Pseudomonadota문등이 증가하고, 이는 장염과 인지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항생제가 남용하지않도록 하는 것은 항생제 내성 뿐만 아니라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을 낮출 수 있다.
퇴행성 신경질환 (Neurodegenerative Diseases) – 장내미생물들은 다양한 대사체들을 만든다. 이 대사체들 또는 미생물의 성분들이 소화관에서 장의 신경세포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체내로 흡수되어 전신에서 신경세포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질병들인 우울증, 인지능손상(알츠하이머병 포함), 파킨슨병 등의 발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장내불균형은 비만, 당뇨병, 과민성대장증후군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논문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다.
* 마이크로바이오타와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 이들의 미생물들을 이르는 용어로 마이크로바이오타 또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하고 있지만, 두 용어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마이크로바이오타는 미생물 자체를 이르는 용어이고, 마이크로바이옴은 마이크로바이오타, 그 유전체 및 대사체를 이르는 용어로 사용된다. 그러므로 사용할 때 구별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 장내미생물과 장내세균의 차이: 장내미생물은 소화관에 서식하는 세균, 박테리오파지, 효모균 등을 포함하여 이르는 용어이다. 그러나, 장내세균은 소화관에 서식하는 세균만을 이를 때 사용한다. 많은 경우에 장내미생물의 생리적 역할은 대부분 장내세균 중심으로 진행된다. 그러므로, 장내미생물과 장내세균이라는 용어를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 역시 구별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