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 또 하나의 장기, 장내미생물군”

“우울증도, 치매도, 파킨슨도… 해답은 장 안에 있다”...김동현 교수의 마이크로바이오타 탐구① 장내세균의 개요, 분포, 기능과 면역·비타민·호르몬 합성 등 생리학적 역할 경희대학교 약학과 김동현 교수(고황명예)

2025-07-16     김태일 기자

[편집자 주]‘장이 두 번째 뇌’라는 말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장내에 서식하는 수십조 개의 미생물은 단순한 소화 보조자가 아니라, 전신 면역, 대사, 심지어 감정과 인지능력까지 조절하는 강력한 생리적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경희대 약학과 김동현 교수는 이번 기고를 통해 장내미생물과 우울증, 치매, 파킨슨병 등 정신·신경계 질환 사이의 밀접한 연결고리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조명한다. 항생제 남용, 잘못된 식습관이 장내 균형을 무너뜨릴 경우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대로 분변이식이나 프로바이오틱스를 활용한 치료법이 실제 증상 개선에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의료계에 큰 시사점을 준다. 건강의 시작은 장에 있고, 당신의 기분과 기억, 움직임도 결국 장내세균과 함께 결정된다는 놀라운 사실. 지금, 몸속 미생물들과의 공존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경희대학교 약학과 김동현 교수(고황명예)

건강한 사람(아기, 어린이, 청소년, 어른, 노인에 이르기까지)에 서식하면서 살아가는 미생물(세균, 진균, 바이러스 등 포함)은 성장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사람의 세포수보다도 많고, 종류도 1,000종이 넘는다. 이 미생물들은 사람의 부위에 따라 서식하는 미생물이 다르지만, 소화관에 가장 많고, 종류도 가장 많다. 다음으로는 여성의 경우는 질안이다. 사람의 소화관(입에서부터 항문까지)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전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미생물의 95% 이상이다. 소화관에서는 대장에 가장 많고, 그리고 식도, 십이지장, 위에 가장 적다. 사람의 분변의 1/3이 미생물이다. 이렇게 많은 미생물들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지만, 아기가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자궁에 있는 동안에는 미생물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가장 건강한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아기는 태어나기 전부터 자궁에서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다가 태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건강한 아기로 태어날 수도 있지만, 일부의 경우에는 질병을 동반할 수 있다. 질병은 감염미생물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장내미생물들에는 대부분 세균과 세균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가 가장 많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이 있어야 증식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타민 등을 합성하는 것들은 대부분 세균들이다. 이 소화관에 서식하는 세균인 장내세균은 사람이 먹는 음식물 외에도 체내에서 담관을 통해서 소화관으로 배설되는 배설물, 수명을 다한 장점막 등을 먹이로 이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이들에 영향을 받아 증식하거나 감소하기도 한다. 이 장내세균들은 끈임없이 체내로 침투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사람은 체내로 침입하지못하도록 열심히 방어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의 신체에서 미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부위에는 탄탄한 방어기전을 갖고 있다. 만약 이 방어기전이 무너지면, 일시에 전신으로 미생물이 감염된다. 이런 방어기전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소화관에 궤양이 생기거나, 소화관에 많은 병원균이 침입하거나 하면 쉽게 무너진다. 이런 현상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면, 건강한 사람의 소화관에는 세균포함 다양한 미생물들이 살아가며, 이 미생물들은 숙주인 사람이 어떤 음식물을 먹는지에 따라 장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와 수가 상당히 다르다. 이 장내미생물들은 각각의 미생물에 따라 식성이 아주 다르다. 그러므로, 숙주인 사람이 먹는 음식물들 중에서 각각의 미생물들이 좋아하는 음식물들을 먹고 증식한다. 그러나, 먹을 것이 없는 미생물들은 증식하지못하고, 위축되어 나중에는 소화관에 살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사람이 육식을 섭취하면, 단백질 및 지방을 이용하는 세균들이 증가하고, 채식을 많이 섭취하면 이 음식물의 펙틴류 등을 분해시키는 세균들이 증식한다. 이 음식물에 의해 증가한 세균들의 생리활성(건강에 도움을 줄지, 질병을 일으킬지)에 따라 사람의 건강이 좌우될 수 있다. 

장내미생물들은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호르몬들을 합성한다. 육식을 섭취하면, 장내세균들은 육질의 단백질 등을 소화시켜 아미노산 및 그 유도체들로 전환시킨다. 이 중에는 신경을 안정시키는 serotonin 또는 이의 전구체들이 있다. 채식을 섭취하면, 장내세균들은 채소류의 펙틴류들을 소화시켜 γ-butyric acid, propionic acid 등을 포함하여 단쇄지방산(SCFA)을 생산한다. 장내세균은 비타민을 합성한다. 채식이나 육식 등으로 섭취하면, 장내세균들은 증식하고, 비타민 등을 합성한다. 사람이 일반적으로 섭취하지 않는 비타민 K가 가장 대표적이고, 비타민 B 군 등 다양한 비타민류들을 합성한다. 그리고, 장내미생물들은 소화관의 면역시스템과 반응하여 우리몸의 방어기전을 조절한다. 장내세균들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소화관에서는 우리 몸 전체 면역세포의 70%이 자리잡고 있다. 이 면역세포들은 체내로 침입하려는 장내세균들이 체내침입을 막으면서, 다양한 면역반응을 진행한다. 이 면역반응은 뇌를 포함하여 전신의 면역계로 전달된다. 장내미생물들은 소화관의 장벽의 투과성을 조절한다. 음식물이 들어오거나, 장내세균이 서식하는 소화관은 음식물의 소화물, 미생물, 그 대사체들이 체내로 흡수된다. 그러나, 장벽이 잘 발달되면, 세균이나, 거대분자의 체내로의 침입은 쉽지 않고, 만약 침입하단고 해도 면역세포에 의해 제거된다. 소화관 면역세포들과 함께 체외 이물의 체내 침입을 막고 있다. 이 외에도 장내미생물들은 다양한 생리활성을 갖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