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항암제 병용 급여 명확한 임상 개선이 우선...허가·평가·협상 연계, 급여 전제 아냐"
기등재 급여-비급여 항암제 급여 평가 한계점 있어 적응증별 약가제도 도입 검토하되 신중한 접근 필요 천연물신약, 재평가 통해 입증하면 급여 유지 가능
[팜뉴스=김민건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항암제 병용요법 치료 접근성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다국적제약업계를 비롯해 의료계에서 항암제 병용요법, 특히 항암 신약 간 병용요법 급여화를 요구하면서다.
김국희 심평원 약제관리실장은 8일 출입 전문기자단 간담회에서 항암제 병용요법 급여는 기존 치료 요법 대비 임상적 효과가 명확해야 한다는 기준을 거듭 밝혔다.
◆항암 병용요법 급여화 = 최근 항암제 병용이 증가하면서 보건복지부(5월)와 심평원(6월)은 고시와 공고를 통해 기존 항암제에 새로운 항암제를 추가 병용하면 기존 항암제도 급여를 적용할 수 있게 개선했다.
여기에 다국적제약업계와 의료계는 항암 신약 간 병용요법 급여화도 요구하고 있다. 심평원으로서도 치료 접근성 개선이 고민이다.
김 실장은 "항암 신약 간 병용요법은 단독요법 대비 비용 증가가 상당하다"며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음을 내비쳤다. 김 실장은 "임상적 효과 개선이 명확한 경우에 한해 일단 급여가 가능할 것이다"며 조건을 설명했다.
단독요법과 비교해 고가의 항암 신약을 사용하는 경우 더욱 명확한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미 급여 등재돼 사용 중인 항암제와 급여 미등재 항암 신약의 급여 평가와 관련 한계점이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어느 한 제약사가 급여 신청 또는 확대 신청을 하면 심평원에서도 다른 제약사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다"면서 "하지만 기존 급여 등재 항암제를 가진 제약사의 급여 확대 의사가 없다면 현행 선별등재 제도 아래에서는 강제적으로 (심평원이) 급여화 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 한국아스텔라스 ADC 신약 파드셉과 한국MSD 키트루다를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 병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키트루다는 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에 급여를 적용받지만 파드셉은 비급여이다.
두 치료제를 병용하면 키트루다도 비급여로 써야 한다. 문제는 파드셉과 키트루다가 한국아스텔라스와 한국MSD가 각각 허가를 받았고, 국내 급여 등재를 위해선 별도 급여 신청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적응증별 약가 제도 도입 = 김 실장은 적응증별 약가 제도 도입에 대해선 "단일 가중평균가를 적용하는 경우에도 가중평균가 산출을 위한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약가를 어떻게 설정하며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신중한 사회적 논의와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중적응증은 A라는 특정 약제가 2개 이상의 적응증을 가진 것을 말한다. 현재 건보 제도는 적응증 수와 관계없이 단일 상한 금액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다중적응증을 가진 면역항암제 등이 늘어나면서 적응증별 약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데 따른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실장은 "최근 항암제 허가 이후 적응증 추가 또는 급여 확대가 늘어나면서 적응증별 약가 제도 도입 필요성이 많이 대두되고 있다"며 "그러나 적응증별 약가를 달리 책정하는 게 적절한지, 실제 적용 가능한지 등 검토는 하되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일 제품 약가를 적응증별로 달리할 경우 환자 간 형평성 문제나 처방 왜곡 우려 등이 임상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다"며 "혼란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 =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 약제가 약평위 단계에서 멈춰 있는 것과 관련해 "여러 사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입센코리아 빌베이캡슐은 약평위에서 '재심의' 결정을 받아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지 못 했다. 가장 최근 사례다.
김 실장은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은 식약처와 심평원, 건보공단 검토 과정을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급여 등재 시점을 앞당기고자 한 것이다"며 "대체 치료법이 없으면서 생존을 위협하는 질환에 우월한 효과를 보이는 약제를 우선 선정한 것이지 급여를 전제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약사 신청 자료에 근거해 시범사업 대상 약제로 선정했으나 이후 예상했던 허가사항과 다르게 변경되거나, 제약사가 급여 평가 과정에서 어떠한 주장 내용을 바꾸거나 보완 자료를 추가 제출한 경우 검토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면서 "이런 부분을 좀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허가·평가·협상 시범사업 약제라고 해도 꼼꼼히 관련 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허가·평가·협상 대상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 평가를 위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하며 "내외부 의견 수렴을 거쳐 신속한 지침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고 했다.
◆급여 적정성 재평가 = 아울러 올해 급여 적정성 재평가 대상 약제는 ① 올로파타딘염산염 ② 위령선·괄루근·하고초 ③ 베포타스틴 ④ 구형흡착탄 ⑤ 애엽추출물 ⑥ L-오르티틴-L-아스파르트산 ⑦ 설글리코타이드 ⑧ 케노데속시콜산-우르소데속시콜산삼수화물마그네슘염 등 8개 성분이다.
김 실장은 "현재 제약사가 제출한 자료와 관련 근거 자료, 학회 의견 등을 토대로 실무 검토를 진행 중이다"며 "올 하반기 약평위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재평가 대상 중 천연물 신약인 위령선·괄루근·하고초와 애엽추출물의 급여 유지가 화제이기도 하다.
김 실장은 "평가 대상으로 선정됐더라도 재평가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받으면 급여를 유지한다"며 "임상적 유용성 검토 시에는 해외 자료 뿐만 아니라 국내 의학교과서, 임상진료지침, 국내 SCIE급 학술지에 등재된 임상 문헌 등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고 했다. 투명한 재평가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 진행한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급여 기준 개선 의견 수렴 =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등 7개 협회·학회에서 57건의 급여 기준 개선 의견을 제출으며 모두 검토가 완료됐다. 이 가운데 28건이 고시 또는 공고 개정을 거쳤거나 후속 절차 진행 중에 있다.
일반 약제와 관련한 의견은 32건이 신청돼 15건이 개선 검토가 됐고, 항암제는 25건 중 13건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 김 실장은 "기타 오해가 있는 항목은 의료계에 충분히 안내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8개 협회·학회(21개 세부 협회․학회 포함)에서 42건의 관련 의견을 심평원에 냈다. 급여 기준 개선 의견 중 항암제와 관련해 대한내과학회에서 "투여요법 대상 등을 임상 현실에 맞게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 외에 해석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불응성' '수술 또는 국소 치료가 불가능한'과 같은 문구를 명확히 해달라는 등 총 10건을 건의했다.
일반약제에 대해선 대한내과학회가 당뇨병용제 일반원칙에 대한 전반적인 개정을 요청했으며, 대한병원협회는 골다공증 판단 기준을 명확히 해달라는 등 총 32건에 개선 건의가 있었다.
올해 제출된 개선 안건에 대해 김 실장은 "불합리하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많은 심사 조정이 필요하거나 해석에 오해가 있어 신속한 안내가 필요한 건 등을 우선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