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중증 근무력증에 대한 FcRn 억제제 신약
[성은아 박사] 시리즈 칼럼
희귀질환 중증 근무력증에 대하여 이마비(성분명 니포칼리맙)가 금년(2025년)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마비는 FcRn(신생아 Fc 수용체)에 대한 항체 약물이다. FcRn을 억제함으로써 체내의 자가면역 반응을 완화한다.
중증 근무력증은 자가면역질환으로서 유전적인 소인과 무관하게 발병한다. 면역 기능이 신체를 이물질로부터 방어하는 대신 신체의 일부에 오히려 과민하게 반응하여 자가면역질환이 발병한다. 신체의 일부에 대하여 자가항체가 만들어져서 신체를 공격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근육은 신경 전달에 따라 긴장을 유지하고 수축한다. 중증 근무력증 환자의 경우, 신경으로부터 근육으로의 정보 전달이 원활하지 못하여 근육이 기능을 하지 못하고 무력하다. 자가항체가 신경 전달을 수용하는 근육의 성분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의 희귀질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국에서 약 천 명의 환자가 이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
중증 근무력증의 약물 치료를 위해 근육세포에 대한 아세틸콜린 신경의 전달을 원활하게 돕는 약물과 부신피질호르몬제, 면역 억제제를 주로 사용한다. 면역 억제제 중심의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사용하도록 중증 근무력증 전문약들이 최근 개발되었다.
부신피질호르몬이나 면역 억제제가 면역 기능을 전반적으로 억제하는 반면, 전문약들은 이 질환에 대하여 특이적으로 작용하여 환자에게 체력적인 부담을 적게 주며 치료의 폭을 확장한다.
전문약 중에서 이마비, 비브가르트(성분명 에프가티지모드)와 리스티고(성분명 로자놀릭시주맙)가 중증 근무력증에 대하여 승인을 받은 FcRn 억제제 계열의 약물이다. 비브가르트는 최초의 FcRn 억제제로서 2021년에 약물로 승인을 받았다.
비브가르트는 항체와 FcRn의 결합을 막는 단백질이다. 리스티고는 2023년에 약물로 나왔으며, 이번에 승인을 받은 이마비와 마찬가지로 FcRn에 대한 항체이다. 이들 약물들은 모두 FcRn에 결합하여 그 기능을 차단한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바토클리맙도 FcRn 항체이며, 임상시험 3상에서 중증 근무력증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FcRn은 체내의 면역 반응을 돕기 위해서 존재하는데, 구체적으로 항체의 분해를 막고 재활용을 한다. 태반에서 처음 발견되어 어머니의 항체가 태아로 전달되는 과정에 필요한 단백질로 여겨져서 신생아 Fc 수용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름과 달리 FcRn은 성인의 다양한 세포의 표면에 발현하며 항체를 보호한다. 항체가 다른 단백질과 비교하여 체내에서 월등하게 안정하고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배경에 FcRn이 지대한 기여를 한다. FcRn이 없으면 항체가 체내에서 6배 불안정해진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알려져 있다.
자가면역질환 환자의 경우 항체를 보호하여 재활용하는 FcRn의 역할이 바람직하지 못하다. FcRn을 억제하면 자가항체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쉽게 분해되어 제거된다. 자가항체가 체내에서 지속적으로 작용하지 못하게 되어 자가항체의 효율이 떨어진다. FcRn 억제제를 자가면역질환의 치료제로 개발하는 근거이다.
FcRn 억제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 최근 등장한 약물이라서 짧은 기간 사용된 탓에 FcRn 억제제의 장기적인 부작용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 FcRn은 항체를 보호하고 재활용할 뿐만 아니라, 혈청 알부민도 보호하고 재활용한다.
혈청 알부민은 혈액 중 다량 존재하며 혈액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단백질이다. 혹시 FcRn 억제제가 알부민의 재활용을 억제하여 혈액의 항상성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고지혈증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허가를 받은 약물 중에서 이로 인한 부작용의 문제가 크게 거론되지 않았다.
중증 근무력증에 대한 전문약들 대부분이 지난 5년 사이에 나왔으며 수 종의 약물들이 개발의 후기 단계에 있다. FcRn 억제제 외에도 다른 기전으로 작용하는 전문약들이 이 질환에 대하여 경쟁적으로 사용된다.
자가항체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약물들 3종이 허가를 받아 나와 있으며, 항암제 리툭시맙도 자가항체의 생성을 억제하는 목적으로 이 질환에 대하여 오프라벨(off-label, 허가 외 사용)로 사용된다. 다른 종류의 자가면역질환(시신경 척수염 범주 질환)에 사용되며 자가항체의 생성을 억제하는 이네빌리주맙(상표명 업리즈나)도 임상 3상에서 중증 근무력증에 대하여 효과를 보였다.
중증 근무력증이 희귀질환이다 보니, 약물의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cRn 억제제는 다른 자가면역질환에서도 사용될 확장성을 가지며 이를 통해 상업적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여러 질환에 대하여 순차적으로 허가를 받음으로써 환자의 수를 확대하고, 약물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행사하는 기간을 장기적으로 확보하고자 한다.
비브가르트가 현재 중증 근무력증 외에도 10종 이상의 자가면역질환에 대하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며, 이제 막 중증 근무력증에 대하여 승인을 받은 이마비도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비롯하여 다른 질환에 사용을 확대하기 위하여 활발하게 임상시험을 진행한다.
리스티고와 아직 약물로 승인을 받지 않은 바토클리맙도 중증 근무력증 외의 다른 자가면역질환으로 사용하도록 개발 중이다.
글. 성은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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