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약물 효과, 처방 늘자 일부 ‘약화’ 확인됐다

스웨덴 15년 대규모 연구, 약물 치료가 자해·교통사고·범죄 위험 일관되게 낮춤을 확인 처방 증가로 증상 덜 심각한 환자군 유입 가능성…개별 환자별 약물 이점 재평가 중요성 부각

2025-06-30     우정민 기자
게티이미지 뱅크

[팜뉴스=우정민 기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의 처방이 지난 15년 동안 크게 늘어났지만, 이 약물이 자해나 사고, 범죄 같은 위험한 상황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분명하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효과가 예전보다 조금씩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DHD 약물의 효과가 지속되는 동안, 그 효과의 범위와 강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스웨덴에서 진행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t)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스웨덴 전역의 보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4세에서 64세 사이의 ADHD 환자 24만7420명을 추적해 약물 복용 시기와 비복용 시기를 비교 분석했다. 특히 개인이 스스로의 대조군이 되는 ‘자체 대조 사례 연구(Self-Controlled Case Series, SCCS)’ 설계를 활용해 유전이나 생활환경처럼 개인마다 다른 조건들이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조정했다. 분석 결과, ADHD 약물을 복용한 시기에는 자해, 비의도적 부상, 교통사고, 범죄 등의 발생률이 일관되게 낮아졌다. 자해는 복용 시 발생률비(IRR)가 0.77~0.85, 비의도적 부상은 0.87~0.93, 교통사고는 0.71~0.87, 범죄는 0.730.84로 각각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효과는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비슷하게 나타났으며, ADHD 치료제가 주된 증상만이 아니라 자해나 사고 같은 실제 위험 상황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도 일치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물의 효과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추가로 분석했다. 그 결과, 비의도적 부상, 교통사고, 범죄 발생률에 대한 위험 감소 효과는 15년 동안 점진적으로 약해지는 추세를 보였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관련 IRR은 2006~2010년에는 0.71이었으나 2016~2020년에는 0.87로 증가했다. 범죄의 경우, 2006~2010년에는 약물 복용 시 발생률비가 0.73이었지만 2016~2020년에는 0.84로 높아졌다. 자해 역시 약물 효과가 약해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이 변화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수준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효과 감소가 ADHD 약물이 누구에게 얼마나 처방되는지가 달라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스웨덴 내 어린이 기준 ADHD 약물 처방률은 2006년 0.6%에서 2020년 2.8%로 약 5배 증가했다. 연구진은 연령과 성별 분포의 변화만으로 이러한 약화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만 약물이 처방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비교적 가벼운 사람들에게도 약을 쓰게 되면서 전체적인 효과가 약해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06~2010년 사이에는 여성 환자에게서 약물의 효과가 가장 두드러졌는데, 이는 당시 심각한 증상을 가진 여성만이 진단과 치료를 받았음을 시사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성과 여성 모두 ADHD 진단을 더 쉽게 받을 수 있게 되자, 예전보다 성별 간 효과 차이도 점점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통해 ADHD 치료제가 여전히 자해나 사고 같은 실제 위험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약물 처방 대상이 넓어지면서 약효의 양상이 예전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ADHD 치료제는 식욕 저하, 성장 지연, 불면증, 심박수 상승 등 다양한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마다 증상의 강도와 특성을 세심하게 살펴 신중하게 처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또한 연구진은 ADHD를 진단하는 기준, 약물 처방 방식, 환자의 복용 지속 여부, 공공 보건 정책의 변화 등이 약물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앞으로는 약물 치료에 더해 행동 치료와 같은 보완적 접근을 함께 연구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 결과는 25일 의학 학술지 JAMA Psychiatry에 게재됐다.

출처: Lin Li, PhD et al., “Increased Prescribing of 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Medication and Real-World Outcomes Over Time”, JAMA Psychiatry(2025). doi:10.1001/jamapsychiatry.2025.1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