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만나다] EGFR 비소세포폐암 전 주기 치료 핵심 타그리소, 새 역할 맡을 시간이 왔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 병기별 옵션 제공 수술 후 보조요법부터 공고요법, 4기 1차치료까지 "국내 비소세포폐암 치료 방향 제시, 효과·삶의 질 이득"

2025-06-25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변이는 한국인에서 흔히 나타난다. 주로 비흡연자와 여성에서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폐암에서 유전자 변이는 조직검사로 확인한다. 비소세포폐암 중 선암으로 진단된 약 30~40% 환자에서 EGFR 변이를 발견한다. 치료 전략은 병기에 따라 다르다. 1~2기 주요 치료법은 수술이다. 3기 초는 가능한 경우 수술을 하며, 3기 중·후반은 수술이 어려운 경우 동시 항암화학방사선치료(Concurrent chemoradiation therapy, CCRT)를 한다. 4기는 항암화학요법을 진행한다.

EGFR 변이 유무에 따라 병기별 치료 전략은 달라진다. 특히 다른 암종과 비교해 수술 이후 재발률이 높은 EGFR 변이 폐암은 재발을 줄일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하다. 1B기~3A기 환자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을 하는 이유다. 

수술적 절제가 어려운 3B, 3C기(절제 불가 국소 진행성 3기)는 동시 항암화학방사선치료가 가장 중요하며 이후 완치율을 높이기 위한 '공고요법'을 한다. 4기부터는 EGFR 변이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 이하 EGFR 표적치료제)를 사용한 표적요법을 1차 치료에 쓴다.

현재 국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병기별로 다양한 단계에 걸쳐 사용 가능한 옵션으로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꼽힌다. 

안준홍 영남대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교수

 

안준홍 영남대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병기별 치료 전략은 모두 다르지만 EGFR 변이 유무에 따라, 치료에서 중요한 무기를 하나 더 갖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 수 있다"며 "모든 병기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핵심 약제가 타그리소다"고 말했다.

타그리소를 1B부터 3A기까지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최대 3년 동안 쓸 수 있으며, 3B와 3C기에서는 공고요법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4기에선 1차 표적치료제로 사용한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전주기'에 사용 가능한 핵심 치료 옵션이다. 

안 교수 말처럼 국내 의료계는 타그리소 전주기 요법이 앞으로 EGFR 변이 치료 전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고 본다. 특히 FLAURA2 연구에서 타그리소+항암화학요법을 4기 폐암 1차 치료에 썼을 때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29.4개월로 대조군 대비 약 9.5개월 연장하며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8% 낮췄다.

타그리소 임상을 통해 TKI 표적치료 기반에 항암화학요법을 더한다면 생존 연장 혜택을 볼 수 있는 명확한 환자군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 병용이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질환 진행을 명확히 지연시켰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어 "타그리소를 1차 치료로 쓴 이후 질환이 진행해서 2차 치료로 세포독성항암제를 순차적으로 사용할 경우 세포독성 항암제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약 5개월에 그치지만, 두 약제를 병용했을 때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약 29.4개월이 된다. 약제 내성을 늦추고 치료 효과를 연장하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치료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호흡기 내과 전문의로 폐암 진단과 치료를 하고 있다. 대구, 경북 지역 환자들을 주로 진료한다. 팜뉴스는 대구 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에서 안 교수를 만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타그리소를 활용한 전 주기 치료 전략이 임상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얘기를 들었다.

안 교수는 "타그리소는 독성이 강한 세포독성 항암제가 아닌 경구용 표적 치료제이기에 장기간 재발 없이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며 "특히 조기 폐암 환자들에게 치료 효과와 삶의 질에서 큰 이득이 있는 치료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안 교수와 일문일답.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타그리소를 활용한 '전 주기' 치료 전략이 가지는 실질적인 가치는 무엇인가.

"폐암은 조기 병기인 1, 2기에서도 재발률이 꽤 높다. 1기는 약 20%, 2기는 약 50%가 재발하며, 수술 가능한 3기 초기도 70%에서 재발한다. 특히 EGFR 변이 폐암은 수술 후 재발률이 더욱 높기 때문에 재발률을 낮추는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 타그리소를 사용하기 전에는 세포독성 항암제라는 아주 강력한 주사제를 사용했으나, 재발률을 5% 정도밖에 낮추지 못했다. 반면 EGFR 변이가 있는 1B기부터 3A기 환자에게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타그리소를 사용하면 재발률을 상당히 많이 낮추는 것으로 보고된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병기가 높은 2기 후반~3기 환자들이 상당히 많은 치료 혜택을 보고 있다.

수술 불가능한 3기 폐암은 전이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완치'를 목표로 치료할 수 있다. 이러한 완치적 목적을 가진 치료 중 하나인 '동시 항암화학방사선치료(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같이 진행)' 완치율은 대략 20~30% 사이로, 70~80%가 재발한다. 

EGFR 변이가 있는 경우 항암화학방사선 치료 효과를 공고히 하는 '공고요법'으로 타그리소를 쓸 수도 있다. 최근 국내에서 적응증이 허가돼 절제 불가능한 3기 환자도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4기 폐암은 진단 당시 전체 환자의 절반 정도로 비중이 크며, 이 가운데 약 30~40%는 EGFR 변이를 동반한다. 이 환자들에게 타그리소는 기존 1, 2세대 EGFR 표적치료제 대비 뇌 전이 예방에 더욱 뛰어난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장기간 삶의 질과 좋은 약제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

최근에는 4기 환자에서 타그리소와 세포독성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 치료가 도입됐다. 전이 병소가 수십 개 정도로 많고 특히 뇌나 뼈, 간 전이 등으로 종양 부담이 큰 환자에게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종양 부담이 적은 환자들은 EGFR 표적치료제가 잘 듣는 암 클론(cancer clone)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타그리소 같은 표적치료제만 단독으로 써도 효과가 잘 나타난다. 이 외에도 비교적 고령이거나 생활 수행 능력이 좋지 않아 힘든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주로 단독요법 대상이 된다.  

반면, 질환이 많이 진행한 환자는 암 세포가 이질성을 많이 가지며 EGFR 표적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약제 내성을 가진 암세포가 일부 존재한다. 비교적 컨디션이 좋고, 젊으면서 병용요법을 잘 이겨낼 수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을 병용하면, EGFR 표적치료가 잘 듣는 암세포와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잘 듣지 않는 암세포를 동시에 잡아 약제 내성을 늦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EGFR 표적치료+항암화학요법 병용으로 효과를 오래 볼 수 있는 환자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4기 폐암 치료, 특히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에서 항암화학요법과 표적치료 병용은 분명한 방향이 될 것이다. 타그리소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기~4기까지 대부분 치료 여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약제라 할 수 있다."

타그리소 국내 적응증 현황(2025년 6월 기준)

 

▶EGFR 변이 여부가 치료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뇌 전이나 엑손21(L858R) 치환 변이 등 고위험 환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치료 시 고려하는 요소가 있나.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L858) 치환 변이는 EGFR 변이의 90%를 차지하는 흔한 변이다. 엑손19 결손은 비교적 공격성이 덜하고, 타그리소 같은 표적치료제를 단독으로 써도 치료 효과가 비교적 오래 유지된다. 내성도 늦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엑손21(L858R) 치환 변이는 보다 공격적이고 약제 효과가 빨리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이 변이를 타깃으로 하는 치료 전략이 중요한데, 그중 하나가 앞서 언급한 타그리소 등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 항암제 병용이다. 관련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엑손21(L858R) 치환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많이 개선됐다. 돌연변이 형태도 치료 전략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고려 요소라 할 수 있다.

또,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뇌 전이도 흔하다. 이 경우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삶의 질도 낮아져 오랜 기간 생존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뇌 전이 여부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대부분 치료제는 뇌혈관장벽(Blood-brain barrier, BBB)을 잘 통과하지 못하기에 뇌전이가 있는 환자는 치료 효과를 보기 위해 뇌 투과성이 좋은 약제를 선택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뇌 투과성이 상당히 좋은 타그리소다."

▶FLAURA2 연구에서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 병용은 단독요법 대비 mPFS를 약 9.5개월 연장,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8% 낮췄는데 임상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결과인가.

"일반적으로 암 치료 임상 연구에서 질환 진행이나 사망 위험(hazard ratio)을 약 30% 정도 낮춘 결과는 상당히 의미 있는 것으로 본다. FLAURA2 연구에서 타그리소와 항암화학 병용요법이 mPFS를 약 9.5개월 연장하고,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0% 이상(38%) 낮춘 것은 병용요법이 단독요법 대비 질환 진행을 명확히 지연시켰다는 의미다. 

4기 폐암 환자의 경우 전이 부위와 종양 부담 정도에 따라 치료 반응이 다를 수 있어 동일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단순 악성 흉수가 있는 4A기 환자가 있고 중추 신경계나 뼈, 간에 다수 전이가 있는 4B기 환자도 있어 상황에 맞춘 치료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연구 결과가) 전체 생존율(OS)로 연결되는가가 문제이다. 현재까지 긍정적 경향성은 보여주고 있지만 (임상 연구가 진행 중에 있어) 시간이 좀더 지나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FLAURA2 임상 참고자료

 

▶타그리소는 미국암종합네트워크 가이드라인(NCCN Guidelines) 등 국내외 진료 지침에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표준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권고가 된 배경이 해당 적응증에서 가장 좋은 효과를 내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NCCN 가이드라인은 기존 1세대 EGFR TKI 표적치료제 이레사(게피티닙)나 타쎄바(엘로티닙) 보다 생존율을 개선했다는 FLAURA 임상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하고 있다. 타그리소를 4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카테고리 1(Category 1) 중에서도 '선호요법(Preferred)'으로 권고했다.

또한 NCCN 가이드라인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중 절제 불가 국소 진행성(3기) 치료나,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도 타그리소를 가장 높은 등급인 카테고리 1(Category 1)로 권고하고 있다.  

EGFR 표적치료제는 설사, 발진, 신독성 등 다소 독특한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데, 타그리소는 다른 약제 대비 안전성이 좋다.  NCCN 가이드라인은 생존율 향상뿐 아니라 안전성까지 종합해 1차 약제로 권고한 것으로 안다. 국내 치료 가이드는 NCCN처럼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형태가 아니다."

NCCN 타그리소 가이드라인 권고 등급

 

▶타그리소와 항암화학 병용요법은 엑손19 결손, 엑손21(L858R) 치환 변이 등 환자군에서 일관된 치료 혜택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임상 현장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환자군에서 실제 동일한 치료 효과를 체감하는지 궁금하다.

"임상 현장에서 보면 엑손21(L858) 치환 변이나 TP53 종양 억제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 뇌 또는 간 전이 병소가 많고 종양 부담이 큰 고위험 환자는 타그리소 단독요법만으로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FLAURA 연구에서도 타그리소 단독요법 mPFS는 약 18.9개월로 나타났다. 이런 고위험 환자는 그만큼 약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타그리소와 항암화학 병용요법을 사용하면 효과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병원에서 병용요법을 진행 중인 환자가 3명 있다. 작년 4월 국내에서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 적응증 확대 이후 치료를 시작해 6개월 정도 됐다. 세 환자 모두 전이 병소가 많아 종양 부담이 큰 환자였고, 두 환자는 엑손21(L858R) 치환 변이와 뇌 전이가 있었다. 아직 치료 기간이 길지 않지만 모두 치료 반응이 좋고, 종양이 많이 줄어든 채로 잘 지내고 있다.

병용요법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이상 반응이다. 상대적으로 약제를 강하게 사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도 커진다. 병용요법에서 우려하는 이상반응은 주로 세포독성 항암제와 관련된 빈혈, 호중구 감소, 혈소판 감소 등 일시적 반응이 대부분이다. 치료 후 시간이 지나면 점차 회복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치료 중인 세 환자 모두 60대 이상임에도 약제 사용에 전혀 문제 없이 잘 치료받고 있다."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 병용 시 안전성은 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진료 시 특히 신경 써서 관리하는 부분이 있다면.

"병용요법 진행 시 타그리소와 세포독성 항암제 이상반응이 같이 나타날 수 있다. 타그리소와 관련된 이상반응으로 설사, 피부 발진 또는 혈액 검사 이상 등이 주로 나타난다. 오랜 경험을 기반으로 조절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병용요법에서 주로 초점을 두는 것은 앞서 말한 세포독성 항암제와 관련된, 임상 연구에서 많이 보고되는 이상반응이다. 주로 골수 억제로 인한 부작용인데 빈혈, 백혈구 감소, 혈소판 감소 또는 식욕 감퇴, 피로감 등이 있다. 세포독성 항암제 치료 후 약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 가장 많이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  

또, 병용치료라고 해서 계속 강한 약제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3주 간격 4회 치료로 암세포를 사멸한 이후 5차부터는 비교적 순한 약제로 유지 요법을 한다. 보통 치료 3개월 이내에 힘든 부작용들을 어느 정도 경험할 수 있지만, 이후에는 약제 효과를 오랫동안 볼 수 있다. 치료 기간 내내 세포독성 항암제 부작용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기간을 잘 지나면 큰 불편함 없이 잘 치료할 수 있는 요법이라고 본다."

▶치료제 선택에 있어 환자 상태와 급여 적용 여부, 치료 효과, 안전성, 삶의 질 등이 중요한 기준인 것 같다. 타그리소와 항암화학요법 병용은 현재 제한적 급여를 받는데 사용에 어려움은 없나.

*2025년 6월 5일부터 EGFR 엑손 19 결손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1차(고식적요법)치료에 '타그리소(급여)+페메트렉시드(비급여)+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비급여)'가 항암제 병용 부분 급여로 인정되고 있다.

"현재 타그리소와 항암화학 병용요법은 완전한 건보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제한적이지만 타그리소 병용요법은 더 많은 고위험군 환자에게 적용돼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어떤 치료 방향이 환자에게 가장 좋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최신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단독요법만으로 충분한 효과가 예상되는 환자라면 병용요법을 권할 이유가 없다. 타그리소 단독요법은 경구제로 복용이 간편하고 삶의 질 측면에서 훨씬 편리하기 때문에 이득이 큰 환자는 단독요법을 권한다. 

반면, 단독요법만으로 효과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실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는 병용요법을 권한다.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가장 도움이 되는 치료법을 권고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병용요법을 제안하고,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환자 상태에 맞춰 치료 전략을 달리하는 것이다."

▶작년 타그리소 1차 단독요법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이후 진료 환경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

"3세대 EGFR 표적치료제 급여가 적용되면서 상당히 우수한 뇌 내 반응률과 강력한 치료 효과를 갖춘 약제를 1차 치료에 당겨 쓸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1·2세대를 먼저 쓰고, 이후 내성 유전자 변이 T790M이 나타난 환자에 한해 3세대를 쓰는 순차 치료(sequential therapy)를 했다. 물론 이 과정을 통해 오래 약제를 쓰는 환자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체 환자 중 T790M 변이가 확인된 약 30~40% 정도만 3세대 약제로 넘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개별적인 유전자 변이와 관계없이 모든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타그리소와 같이 좋은 약제를 1차 치료에 쓸 수 있다. 대부분 환자가 더 오래 치료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고, 삶의 질도 크게 향상돼 치료 환경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단독요법이 이러한 치료 환경 변화를 만들었고 여기에 단독요법 한계를 보완 개선하기 위해 병용요법을 도입했듯이, 향후 3세대 EGFR 표적치료 병용요법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연구들이 이어져 생존율도 점차 개선할 것으로 본다. 

이전에는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4기 환자 생존기간을 약 3년 정도로 봤다. FLAURA 임상에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이 약 38.6개월로 생존 기간이 더 늘어났는데, 추후 병용요법으로 치료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4년 이상 오래 생존하는 환자들이 점차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ADC 치료제 등 다양한 후속 치료 전략이 연구 중에 있는데 어떤 1차 치료 전략을 선택하느냐가 후속 치료 옵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현재까지 폐암 분야에서 단독 또는 병용 치료 간 내성 기전 차이가 명확히 밝혀진 바가 많지 않다. 단독 또는 병용치료 후 내성이 나타났을 때 검사하면 절반 이상은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내성 변이로 나타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표적을 명확히 설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정립된 바가 없고, 일부 확인된 내성 변이가 나타난 환자라도 후속 치료에는 아직 제한이 많다. 

따라서 1차 치료에서 단독 또는 병용요법 중 어떤 전략을 택할 것인지가 후속 치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는 않으며, 1차 단독 또는 병용요법 전략이 후속 치료에 어떠한 도움을 주는지 예측 또는 판단하기에 다소 어려운 상태라 본다. 

물론 단독 또는 병용요법 이후 2차적으로 어떤 약제를 쓸 것인지 고민은 필요할 것이다. 병용요법을 진행했다면 이미 타그리소와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2차 이상에서 쓸 수 있는 세포독성 항암제라는 좋은 무기를 미리 썼다고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현 치료 시점에서 고민하고 선택할 요소가 많다. 세포독성 항암제나 면역항암제, 혈관생성 억제제 등 다양한 방식을 조합하거나 이전에 효과가 좋았던 EGFR 표적치료제를 다시 사용하는 여러 전략을 통해 내성을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다른 여러 옵션들도 존재하며 ADC 같은 약물은 아직 임상 연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실제 사용에 다소 제한이 있다."

안준홍 영남대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교수

 

▶타그리소를 1차 치료에 사용 시 후속 치료 전략은 무엇이 있나.

"현재 국내 건강보험 급여가 완전히 적용되는 1차 표준치료는 타그리소 또는 렉라자(레이저티닙) 단독요법이다. 이후 재발하거나 내성이 생기면 적용 가능한 치료 옵션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재발 이후 조직검사 또는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검사를 통해 암의 성격이 진단 당시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다시 확인한다. 유전자 검사를 하더라도 내성 돌연변이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가능한 경우에는 그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 전략을 세운다. 

EGFR 변이에서 가장 흔한 내성 변이는 C797S로 4세대 EGFR 표적치료제가 현재 임상 연구 중에 있으나 아직까지 개발된 것은 없다. 다만 1세대 EGFR 표적치료제인 이레사도 전임상 모델 등에서 이에 대한 효과가 알려진 바 있다. 내성 변이가 나타난다면 다른 종류의 EGFR 표적치료제로 바꿔 재투여 해볼 수 있다.  

EGFR 변이와 관계없는 MET, ALK, ROS1 등 새로운 유전자 변이로 내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를 우회 매커니즘(bypass mechanism)이라 한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유전자 변이를 타깃하는 약제들을 투여해볼 수 있다. 

만약 유전자 이상이 명확하지 않다면 EGFR 변이와 MET 변이를 같이 억제하는 MARIPOSA2 연구 기반의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항암화학 병용요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내성 변이가 많고, 일부 약제가 개발 중이거나 비급여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 내성 유전자에 맞는 정확한 치료를 결정할 때는 환자 상황과 특히 약제 급여 여부를 고려하게 된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보통 선암이 흔하지만 치료 과정에서 소세포폐암이나 편평세포암으로 암의 성격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해당 조직에 맞는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하게 된다."

▶최근 유럽폐암학회(ELCC)에서 다양한 후속 치료 관련 임상 데이터가 발표됐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을 1차로 사용할 경우 후속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러한 시퀀싱 전략은 어떻게 생각하나.

"FLAURA2 연구 기반 타그리소 병용요법과 MARIPOSA 연구 기반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모두 '병용요법'이지만 기전과 치료 목적에 차이가 있다. 타그리소 병용요법은 EGFR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 항암제를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치료 초기 단계에서 EGFR 표적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암세포를 세포독성 항암제와 같이 사멸시킴으로써 약제 효과를 오래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반면, 렉라자(EGFR 억제제)와 리브리반트(MET 억제제) 병용요법은 모두 표적치료제로, EGFR 변이를 이중 억제하면서 MET 변이를 표적, 3세대 EGFR 표적치료제 약제 내성을 뒤쪽에서 좀더 커버함으로써 약제 효과를 보다 오래 유지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병용 전략을 먼저 사용하느냐가 후속 치료 옵션에서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타그리소-세포독성 항암제를 1차 치료에 사용하면 2차 이상 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세포독성 항암제 옵션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MARIPOSA2 연구 기반으로 리브리반트를 2차 이상에서 사용할 수 있고, 반대로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을 먼저 사용하면 1차에서 리브리반트를 사용했지만 2차 치료에서는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어떤 병용 전략이든 앞서 사용하지 않았던 약제를 후속 단계에서 모두 쓸 수 있다.

2차 치료로 넘어갔을 때 치료 옵션별 효과도 유사하다. MARIPOSA2 연구에서 리브리반트와 항암화학 병용 시 mPFS는 약 6.3개월, 항암화학 단독요법은 약 4.2개월이었다. 세포독성 항암제를 후속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약 5~6개월 정도의 효과를 보여 2차 치료에서 옵션 간 효과는 유사했다.

현재로서는 시퀀싱 전략보다는 건강 보험 급여 여부에 따른 약제비, 약제 접근성이 가장 고려할 부분이다. 어떤 약제를 먼저 쓰느냐가 의학적으로 후속 치료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과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에서 이상반응 차이는 없나.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에서는 세포독성 항암제로 인한 골수 억제, 빈혈, 백혈구 감소, 혈소판 감소, 식욕 저하, 무력감, 피로감 등 부작용이 주로 나타난다. 반면,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요법은 두 약제 모두 표적치료제이고, EGFR 변이를 이중으로 억제하며 MET 변이도 동시에 막는다. EGFR을 아주 강력하게 억제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 예를 들어, 피부 발진 등이 굉장히 심하게 나타나 환자들이 상당한 불편감을 겪는다. 또한 MET 변이 억제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부종이다. 특히 다리가 많이 부을 수 있다. 

이처럼 약제별 부작용이 조금씩 다르다. 어떤 요법의 부작용이 더 우세하다거나 많다는 것을 떠나서 부작용 양상이 다르다. 따라서 약제를 처방할 때 이러한 부분을 세심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어떤 약제가 어떤 환자에게 보다 적합할지 그리고 어떤 부작용을 좀더 잘 관리할 수 있을지 환자 상태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유럽폐암학회(ELCC) 토론 세션에서 '시간 독성'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각 치료법에 따른 약물 주입과 모니터링 소요 시간을 고려했을 때 환자가 가지는 치료 부담을 의미하는 개념인데, 경구제인 타그리소는 단독 또는 병용요법에서 상대적으로 치료와 관찰 시간이 짧다고 한다. 환자 입장에서 이런 부분이 부담으로 작용할지 아니면 관리 가능한 측면일지 궁금하다.

"환자 입장에서 항암주사 치료를 위해 자주 내원하는 것은 당연히 불편할 수 있다. 경구제만 복용한다면 초반에는 자주 내원해야 하지만 이후에는 2~3개월에 한 번 정도 내원해 검사하고 약을 받아가는 형태다. 

타그리소와 세포독성 항암제를 병용하면 3주 간격으로 주사제를 투여하고, 네 번째 사이클까지 약제가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병원에 체류하는 시간이 다소 길어져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5차부터는 약제 투여 시간이 짧아진다. 

리브리반트-렉라자 병용은 약제 투여 시간이 조금 짧은 편인데 이로 인한 주입 관련 반응(IRR, infusion-related reactions)이 나타날 수 있어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또한 내원 빈도가 좀더 많아 이에 따른 불편함이 있다. 따라서 환자 편의성 면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치료법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정맥주사(IV) 형태 약제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임상 연구를 많이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IV 대비 SC 제형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향후 약제 주입 측면에서 환자 편의성을 많이 개선한다면 결과적으로 치료 트렌드는 병용요법으로 많이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