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치료 듀피젠트, 건선 발병 위험 높일 수 있다

21만 명 대규모 분석서 확인…듀피젠트군 3년 건선 발생률 2.86% 기록 면역 균형 변화가 원인 추정…‘94명당 1명’ 추가 발생, 효능과 위험성 함께 고려해야

2025-06-23     우정민 기자
게티이미지 뱅크

[팜뉴스=우정민 기자]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널리 쓰이는 생물학적 제제 ‘듀피젠트(Dupixent, 성분명 dupilumab)’가 기존 전신 약제보다 건선 발생 위험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한 이번 연구는 듀피젠트가 일부 환자에서 면역 체계의 균형을 변화시켜 건선과 유사한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2024년 10월 19일에 분석이 완료된 것으로, 지난 3년 동안의 환자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전 세계 의료기관의 데이터를 모은 TriNetX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총 21만 4430명의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 자료를 살펴봤다. 연구진은 새로 듀피젠트를 처방받은 환자들(듀피젠트 코호트)과 듀피젠트 외 다른 전신 약제(코르티코스테로이드, 메토트렉세이트, 사이클로스포린, 아자티오프린, 마이코페놀레이트 모페틸)를 처방받은 환자들(대조 코호트)을 비교했다. 나이, 성별, 인종, 다른 질환, 검사 결과, 과거 약 사용 기록 등을 꼼꼼히 따져, 두 그룹을 1대1 방식으로 비슷하게 맞췄다. 이 과정을 거쳐 각 그룹은 9860명씩, 균형 잡힌 환자들로 구성됐다.

듀피젠트를 사용한 환자의 3년 건선 발생률(환자 관찰 시작 후 3년 내 신규 건선 발생률)은 2.86%였고, 기존 전신 약제를 사용한 환자는 1.79%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였으며(P<.001), 듀피젠트를 사용한 환자 94명 중 1명꼴로 건선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선 위험은 듀피젠트 사용군이 1.58배 높았지만, 관절에 영향을 주는 건선 관절염 발생률은 두 그룹에서 차이가 없었다.

듀피젠트는 IL-4 수용체 알파(α)라는 단백질에 작용해 IL-4와 IL-13이라는 염증 신호를 막는 약이다. IL-4와 IL-13은 아토피 피부염의 주요 염증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건선을 억제하는 데 일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듀피젠트가 이 경로를 차단하면서 면역 균형이 무너지고, 그 결과 건선과 관련된 염증 반응이 강화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듀피젠트를 투여한 환자의 건선 피부에서는 IL-23A와 IL-17A 같은 염증 유전자가 더 많이 발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아토피 피부염과 건선이 서로 다른 질환이라 한 사람에게 동시에 생기기 어렵다는 기존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 결과다. 최근에는 두 질환이 일부 면역 경로를 공유해 같은 환자에게 함께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추가 분석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확인됐다. 아토피 이외 다른 질환이 없는 환자나, 면역글로불린 E 수치가 낮은 환자에게서도 듀피젠트를 사용한 경우 건선 위험이 더 높았다. 아토피 피부염이 없는 천식 환자 9,671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듀피젠트를 쓴 환자의 건선 발생률이 0.7%로, 기존 치료제를 쓴 환자의 0.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P<.001). 이 경우 위험도는 2.13배로 증가했다(HR, 2.13; 95% CI, 1.38~3.31).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듀피젠트가 면역 반응에 영향을 주어 건선 발생을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연구팀은 듀피젠트를 사용하는 환자에서 건선 발생 위험이 기존 약제를 쓰는 환자보다 더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94명을 치료할 때 1명에게만 건선이 생기는 수준이어서 실제 임상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듀피젠트의 효과와 함께 이런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병원의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환자 특성을 맞춰 비교해 분석의 신뢰도를 높인 것이 강점이다. 다만 관찰 연구인 만큼 듀피젠트가 건선을 직접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환자 병력이나 질환의 중증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한계도 있다. 이 연구는 18일, 의학 학술지 JAMA Dermatology에 게재됐다.

출처 : Teng-Li Lin, MD, et al., “Psoriasis Risk in Patients With Atopic Dermatitis Treated With Dupilumab”, JAMA Dermatology(2025). doi:10.1001/jamadermatol.2025.1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