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만으로 부족, PCSK9 추가로 LDL-C 55mg/dL 넘어야 살린다"
PCSK9억제제 심혈관질환 강하 역할 커져 국내 10만 명 보건 데이터 분석 결과도 확인 "콜레스테롤 수치 ,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
[팜뉴스=김민건 기자] 최기홍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최근 관상동맥 중재술(PCI)을 받은 환자 약 10만 명의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해 LDL-C 수치를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강하시키는 게 왜 중요한지 밝혔다.
LDL-C 수치를 50% 이상 낮춘 환자 그룹은 사망률과 심근경색 발생률, 재시술률 지표 모두 그렇지 못한 환자군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LDL-C를 50% 이상 낮췄다 하더라도, 최종 수치를 70mg/dL 이상으로 유지한 환자군은 55mg/dL 미만인 환자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이 연구는 단순히 심근경색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관상동맥 중재시술(PCI)을 받은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협심증과 심근경색 환자가 모두 포함돼 있다.
실제 한국 환자 데이터를 통해 LDL-C를 기저치에서 50% 이상 낮추고, 최종 수치를 55mg/dL 미만으로 유지하는 것이 예후 개선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 연구는 캐나다 공식 메디컬 저널에 게재돼 논문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최 교수는 "다양한 환자군을 포함해도 LDL-C 70mg/dL 이상은 예후가 좋지 않다는 근거를 하나 추가한 셈이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들이 기반이 돼 앞으로 치료 적응증(indication)이 점차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며 "LDL-C 수치를 50% 이상 낮추는 것은 꼭 해야하는 일이며, 국내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증명해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LDL-C 수치를 55mg/dl 미만까지 낮추는 것이 심근경색, 협심증 같은 심혈관질환을 겪는 국내 환자에게 매우 효과적인 예방 치료라는 것이 입증된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데이터에도 국내에선 고민이 있다. 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은 LDL-C 수치 55mg/dL을 권고하는 반면, 국내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70mg/dL로 설정돼 있다.
스타틴, 에제티미브 같은 약제를 사용해 LDL-C 수치를 감소시킨 환자여도 55mg/dL보다 높다면 PCSK9 억제제 같은 약제를 추가 사용해 해당 기준까지 수치를 낮춰야 하느냐는 고민이다.
최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서 국내 환자에게 LDL-C 수치를 기저치 대비 50% 이상 줄이는 것이 왜 중요하며, 국내외 의료진이 55mg/dl 미만 기준을 왜 권장하는지 얘기를 들었다.
다음은 최 교수와 일문일답.
▶인터뷰 전 응급 환자가 발생했다고 들었다. 그 환자도 심근경색이나 관상동맥질환 등 죽상경화성 심혈관계질환 관련 시술을 받은 환자인가?
"심근경색은 심장 혈관이 막히면서 발생하며 이상지질혈증, 혈압, 당뇨, 흡연, 유전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해당 환자는 내가 시술한 환자가 아니며, 현재 다른 의료진이 시술을 진행 중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 이처럼 응급실로 내원하는 상황에서는 보통 환자들이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오는데 심근경색 때문이다.
혈관이 막히면 혈액이 통하지 않게 되고 근육이 서서히 죽기 시작한다. 근육은 혈액 공급을 받아야 정상적인 펌프 기능도 가능한데 혈관이 막히게 되면 근육이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면서 점차 괴사하게 되며, 이것이 바로 심근경색이다.
심근경색 진행을 막기 위해 응급 시술을 시행하며, 특히 ST분절상승심근경색(STEMI)의 경우 골든 타임 내 신속한 처치가 중요하다. 막힌 혈관을 가능한 한 빠르게 재개통시켜야 혈류가 다시 흐르게 되고, 심장 근육이 괴사하기 전에 회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응급 상황에 대비해 중재시술을 담당하는 의료진이 365일 24시간 병원에 상시 대기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심근경색 환자 사망률을 낮추고, 시술 이후 장기 예후를 개선하는 데 있어 콜레스테롤 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심근경색 재발생 건수가 10년 전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현장에선 어떻게 체감하나.
"과거에는 암 진단을 받으면 5년 생존율이 50% 미만인 경우가 많을 만큼 암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암 치료가 발전하면서 생존율이 높아졌고 80, 90대 고령자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심혈관질환은 연령과 관련이 있다. 시간이 지나 계속 사용하다 보면 혈관과 판막에 일종의 '(노화에 따른) 녹이 스는 것’과 같다고 표현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심근경색, 협심증 같은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확률도 증가하기 때문에 고령화가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젊은 환자들의 심근경색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형이 점차 서구화되고 있다는 점과 관련 있어 보인다. 비만 환자가 증가하고, 콜레스테롤 관리가 잘 안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비교적 젊은 연령에서도 심혈관질환이 발생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젊은 연령대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체감된다. 이에 최근 젊은 심근경색 환자를 주제로 한 방송 촬영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통계나 역학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해당 지표가 왜 그렇게 변화했는지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입장에서 체감하는 바로는 두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심근경색 같은 질환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
"LDL-C 수치와 심혈관질환 재발 간 상관관계는 높다. LDL-C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심혈관질환 재발이 줄어든다는 점이나, LDL-C 수치를 낮출수록 좋다는 점은 오랜 기간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심장 혈관이 막힌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환자에게 스텐트 시술이나 관상동맥우회술과 같은 재개통 치료를 시행했다고 해서 치료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발) 예방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 근간이 되는 치료 중 하나가 바로 LDL-C 수치를 조절하는 것이다. 이미 심혈관질환을 경험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2차 예방(secondary prevention)에서 LDL-C 수치를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LDL 콜레스테롤이 재발의 주요 원인이라고 했는데, 예로 들면 스텐트 시술 후에도 재발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스텐트는 금속 철망이라고 보면 된다. 금속 스텐트를 혈관에 삽입했더니 찢어진 혈관 부위도 잘 덮이고 혈류의 개통도 잘 유지돼 처음에는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스텐트를 삽입하면 혈관 벽이 손상을 입고, 그 자극으로 인해 스텐트 내부로 새살이 자라나면서 재협착이 발생할 수 있다. 즉, 스텐트가 혈관 내벽을 자극하면서 재협착이 가속화되고 동맥경화가 다시 진행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코팅한 약물방출 스텐트가 등장했다. 약물이 코팅된 스텐트는 혈관 벽에서 새살이 자라나는 반응을 억제하기 때문에 재협착을 줄일 수 있다. 약물방출 스텐트가 개발된 이후 재협착률은 줄었지만, 당시 스텐트 스트럿(stent strut)이 매우 두껍고 여러 단점이 있어 재협착이 많이 발생했다. 스텐트 내에 혈전(피떡)이 형성되는 스텐트 혈전증으로 인해 심근경색이 다시 발생하는 일도 생겼다.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사용하는 스텐트 스트럿은 더 얇아졌고, 생체 적합성(biocompatible)이 높은 폴리머(polymer)가 적용됐으며, 약물이 보다 천천히 방출(release)되는 등 스텐트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현재 사용하는 스텐트는 재협착을 방지하는 약물이 코팅되어 있으며, 1년 내 재발률이 2~3% 수준까지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환자에서는 스텐트 혈전증에 의해 심근경색이 다시 발생하고 있다. 또 LDL-C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를 포함해 다른 요인들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LDL-C 수치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인 치료다. 지금까지 재발 방지 효과가 입증된 몇 안 되는 치료 중 하나가 바로 LDL-C 치료이다."
▶2025 ACC/AHA 가이드라인에서 LDL-C 수치가 70mg/dL 미만 55mg/dL 이상인 환자에서 비스타틴 계열 약물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사항이 앞서 말한 LDL-C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점과 맞닿아 있는 것인가.
"초기 유럽과 미국의 가이드라인이 달랐다. 유럽은 초기부터 LDL-C 수치를 55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Class 1으로 권고해 왔다. 이에 근간이 되는 연구는 에제티미브 랜드마크 연구인 IMPROVE-IT 등이다. 해당 연구에서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 투여했을 때 평균 LDL-C 수치가 약 55mg/dL였으며,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ute coronary syndrome, ACS) 환자에서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CV risk)을 줄였다.
IMPROVE-IT 연구에서 스타틴 단독 치료로 도달한 LDL-C 수치가 평균 69.9mg/dL 수준에 머문 반면,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복합 투여는 약 53mg/dL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두 군 간의 예후 차이가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은 55mg/dL 기준을 보다 빨리 받아들여 가이드라인에 반영해 권고한 것이다.
반면 미국은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었다. 55mg/dL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고 LDL-C 수치가 70mg/dL 이상일 때 스타틴을 제외한 다른 에제티미브나 PCSK9 억제제 등 사용을 고려하도록 권고했었다. 이후 PCSK9 억제제 관련 임상 연구들이 축적되면서 해당 수치를 점차 수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미국도 이 기준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지만 유럽처럼 강하게 권고하지는 않았고, Class 2a, 즉 ‘해볼 수 있다’ 정도의 권고사항을 냈다."
▶55mg/dL 미만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에 국내 임상의들도 동의하는지 궁금하다.
"‘LDL-C 수치를 55mg/dL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에 임상의 대부분 동의한다고 봐도 되는가’라는 부분에 대해서 나는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내 현실에서 한계는 '보험'이다. 임상의들은 55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에 동의하더라도, 실제 진료는 건강보험 체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제약이 있다. 예를 들어, LDL-C 수치가 55~70mg/dL 사이인 환자에게 에제티미브를 추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PCSK9 억제제는 현행 보험 기준상 해당 수치의 환자들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처방이 어렵다."
▶보험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LDL-C를 55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왜 중요한지, 국내 임상의 역시 유럽과 미국 가이드라인에 공감하고 있다는 게 왜 중요한지 설명해달라.
"LDL-C가 55~70mg/dL 사이인 환자군은 애매한 경우가 많다. 미국 가이드라인에서 ‘Class 2a’로 권고한 것 처럼 55~70mg/dL 구간은 경우에 따라 다르게 이해할 수도 있어서다.
예를 들어 ‘LDL-C 수치가 60mg/dL이라면, 이 수치를 과연 55mg/dL 미만까지 더 낮춰야 할지’, ‘그렇다면 이를 위해 PCSK9 억제제 같은 치료제를 추가로 쓰는 게 맞을지’가 실제 임상에서 고민하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우리가 진행한 연구가 승인돼 곧 발표를 앞두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국내에서 관상동맥 중재시술(PCI)을 받은 환자 중 시술 전에는 스타틴을 사용하지 않았다가, PCI 이후 스타틴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7년간 분석했다.
검진을 통해 우선 LDL-C를 50% 이상 낮추고(reduction), 이 중 LDL-C 수치를 55mg/dL 미만으로 유지한 그룹과 55~70mg/dL로 유지한 그룹의 예후를 비교했다.
그 결과, 55mg/dL 미만으로 유지한 그룹이 약간의 심혈관계 예후 개선 효과는 있었다. 다만, 사망이나 심근경색 같은 ‘하드 엔드포인트’(hard endpoints)’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중재시술 반복(Repeat revascularization) 비율만 조금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LDL-C가 60mg/dL인 환자의 수치를 낮추기 위해 고가의 치료제를 추가로 사용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재시술률의 소폭 감소에 그친다면 비용 대비 효과(Cost-effectiveness) 측면에서 고려해 봐야 한다.
반면 LDL-C 수치가 70mg/dL 이상인 환자와 55mg/dL 미만인 환자를 비교했을 때는 심근경색과 같은 하드 엔드포인트 발생률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이러한 경우는 갑작스럽게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질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LDL-C 수치가 70mg/dL 이상인 환자라면 추가적인 치료를 통해 더욱 낮추는 것이 권고될 수 있다."
▶해당 연구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관상동맥 중재술(PCI)을 받은 환자 약 10만 명 정도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연구다. 먼저 LDL-C를 50% 이상 낮추는 것이 환자 예후에 좋을지를 평가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LDL-C를 기저치 대비 50% 이상 낮춘 환자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했는데(LDL-C 수치를 수치가 180mg/dL인 경우에는 90mg/dL 미만으로, 160mg/dL인 경우에는 80mg/dL 미만인 경우 등) 약 40%에 불과했다.
LDL-C 수치를 50% 이상 낮춘 그룹과 그렇지 못한 그룹 간 예후를 비교한 결과 사망률, 심근경색 발생률, 재시술률 모두에서 50% 이상 낮추지 못한 그룹이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즉 LDL-C 수치를 50% 이상 낮추는 것은 꼭 해야 하는 일인 것이다.
그리고 기저치 대비 50% 이상 수치를 낮춘 환자 중에서 LDL-C 55mg/dL 기준을 두고 비교를 했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가 LDL-C 180mg/dL에서 85mg/dL까지 떨어뜨렸다면 50% 이상 낮춘 것이기 때문에 잘 조절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환자에게도 LDL-C 수치를 55mg/dL 미만까지 낮추기 위해 추가적인 약제를 사용할지 고민이 생기게 된다. 비교해본 결과 LDL-C 수치가 70mg/dL 이상인 환자들의 예후는 좋지 않기 때문에 55mg/dL 미만으로 낮추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LDL-C 수치가 55~70mg/dL인 환자군은 55mg/dL 미만인 환자군보다 예후가 좋진 않지만 사망이나 심근경색 같은 주요 심혈관계 사건(CV event)에는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약 7년 간의 추적 관찰에서 재시술률은 55~70mg/dL 구간에서 조금 증가하는 정도였다. 결론적으로 LDL-C를 55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 이상적인 치료 목표이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재시술 비율을 낮추는 것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 텐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는가?
"재시술률을 낮추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다. 그리고 LDL-C 수치는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아무리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수치가 쉽게 떨어지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 특히 LDL-C 수치가 55~70mg/dL 사이에 머무는 환자는 추가 치료 여부를 비용 대비 효과(Cost-effectiveness) 측면에서 함께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향후 더 확실한 임상 연구가 나올 필요성도 있는 것인가.
"그렇다. 이 연구는 국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레지스트리 기반(Registry-based) 연구이기 때문에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으로 설계한 연구가 아니다. 따라서 공고한 근거(evidence)가 필요하다면, LDL-C를 55~70mg/dL 사이로 유지하고 있는 환자 대상으로 PCSK9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PCSK9 억제제 사용에 있어 근거(evidence)가 된 연구들은 스타틴을 사용했음에도 LDL-C가 70mg/dL 이상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LDL-C가 70mg/dL 이상인 경우에는 PCSK9 억제제를 추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근거가 확보돼 있다.
다만 55~70mg/dL 구간은 임상적으로 검증된 연구가 없다. 이러한 점이 현재 55~70mg/dL 에서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만약 연구 결과가 나온다면 보다 전향적으로 심혈관질환자 재발 방지를 위한 진료와 치료를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70mg/dL 이상인 환자는 PCSK9 억제제를 추가하는 것이 근거가 확실한 상황이고, 반면 55~70mg/dL 사이는 아직 추가적인 임상 데이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는데 해당 환자는 '초고위험군'인가.
"LDL-C 수치가 70mg/dL 이상이라고 해서 모든 시술 환자에게 PCSK9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구에서는 대상자 선정 기준(inclusion criteria)을 설정할 때, ‘초고위험군(very high risk)’으로 분류하는 환자들을 선별해 포함한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이 있는 환자이면서 고령이거나 당뇨병이 동반된 경우처럼 여러 가지 위험 인자를 복합적으로 가진 환자들을 포함해 연구를 진행한다. 이러한 연구 설계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보험 기준도 설정돼 있다.
따라서 심근경색이나 급성관상동맥증후군이 아닌 환자, 예를 들어 계단을 오를 때 가슴 통증을 느껴 협심증으로 진단받고, 스텐트 시술을 받은 안정형 협심증 환자는 LDL-C수치가 70mg/dL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PCSK9 억제제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러한 부분부터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LDL-C 수치가 55~70mg/dL인 경우로 급여 기준을 확대하기에는 아직 확실한 근거가 없는 반면, LDL-C 수치가 70mg/dL 이상인 환자 예후가 좋지 않다는 데이터는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아울러 레파타(에볼로쿠맙)와 프랄런트(알리로쿠맙) 관련 랜드마크 임상인 FOURIER와 ODYSSEY 연구들이 안정형 협심증 환자를 중점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이들 환자군에서도 예후는 비슷할 것으로 보여, 향후 이러한 환자들까지 보험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보험 기준 확대에 있어 LDL-C 수치가 55~70mg/dL 구간에 해당하는 모든 환자로 무조건 확대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심근경색이라는 진단명은 없지만 관상동맥에 복잡한 병변이 발생해 시술을 받은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보험 기준에 들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꽤 존재한다. 이러한 환자들부터 단계적으로 보험 적용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역시 임상적 근거가 뒷받침돼야 가능하기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이번에 진행한 국가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도 향후 근거 마련에 유용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 모니터링은 어떤 기준으로 진행하나.
"고위험군 환자는 보통 2주에서 1개월 사이에 첫 추적 관찰을 시행한다. 심근경색 등으로 병원에 입원한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하며, 퇴원 후 한 달 이내에 한 차례 더 LDL-C 수치를 확인하게 된다.
이때 측정된 LDL-C 수치를 기준으로 약제를 조정한다. 고위험군은 2개월 후 한 차례 더 검사를 시행하여 조절 상태를 다시 확인해 추가 치료가 필요한지를 판단한다. 만약 LDL-C 수치가 안정적으로 조절되고 있다면 5개월 후 한 번 더 추적 관찰을 진행한 뒤, 이후에는 6개월마다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모니터링 주기는 의사마다 다를 수 있고 환자의 조절 상태나 개별적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진이 판단해서 결정한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최소한 1년에 한 번 정도는 LDL-C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대부분의 의사들이 동의하는 부분은 관상동맥 중재시술(PCI) 이후에는 한 달 안에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했을 때 일반적인 심혈관질환 감소 효과는 어떻게 생각하나. 초고위험군에서 일반적인 고강도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만으로도 충분한 관리가 가능하다고 보는지 아니면 다른 치료제를 더해 더욱 빠르게, 더 많이 낮춰야 한다고 보나.
"환자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던 두 가지 주요 연구(FOURIER, ODYSSEY)에서도 에제티미브를 사용한 환자 비율은 많지 않았고, 최대내약용량의 고강도 스타틴(Maximally tolerated high-intensity statin)을 사용한 환자들이 많았다.
고강도 스타틴 복용 시 근육통이나 간 수치 상승과 같은 부작용으로 인해 약물 복용을 지속하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 FOURIER 연구에선 최대내약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LDL-C 수치가 70mg/dL 이상인 환자에게 PCSK9 억제제(에볼로쿠맙)을 사용함으로써 주요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20% 감소시키는 효과가 나타났고, FOURIER와 ODYSSEY 두 연구 모두에서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만약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 치료만으로 LDL-C 수치가 55mg/dL 미만으로 충분히 조절된다면 해당 환자에게는 PCSK9 억제제를 추가할 필요는 없다. 스타틴 용량을 충분히 증량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작용이 심한 경우나, 최대내약용량의 스타틴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LDL-C 수치가 지속적으로 70mg/dL 이상인 환자에게 PCSK9 억제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 심혈관계 사건 위험을 약 20% 정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LDL-C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Lower is better)고 했는데, (LDL-C를 낮추는 것이) ‘빠를수록 좋다(Earlier is better)’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개념은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는 개념에 비해 아직까지 근거가 매우 공고한 상황은 아니다. 낮으면 낮을수록 좋다라는 개념은 대한심혈관중재학회에서 ‘저저익선(低低益善) 365 캠페인’을 진행할 정도로 중재 시술을 하는 의사 대다수가 믿고 있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LDL-C 수치를 조기에 낮추는 것이 좋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며, 이러한 접근이 심근경색 발생 등을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LDL-C 수치가 200mg/dL인 상태로 오랜 시간 지속되면, 40대와 같은 중년에 심근경색이 발생할 확률이 올라간다. 이러한 개념을 총 누적 노출량(Total cumulative exposure)이라고 하는데, 이는 LDL-C 수치에 노출된 시간을 곱하는 것이다.
LDL-C 수치가 200mg/dL인 상태로 1년을 살아가게 되면 그 기간 동안 혈관 내 동맥경화성 변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이러한 변화들이 점차 누적되면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이 발병할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초기 LDL-C 수치가 높았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해주면 누적 노출량(cumulative exposure)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동맥 경화 진행도 억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80~90대에 이르러서도 심혈관질환 발생 확률을 낮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개념이 최근 제시되고 있다."
▶스타틴 외에 에제티미브도 쓸 수 있고, 아시아인은 서양인 보다 LDL 콜레스테롤을 잘 낮출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그건 평균적인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LDL-C 수치가 높은 환자들이 많다. 또 고려해봐야 될 부분은 복약 순응도(adherence)다. 우리나라 환자 중 약물에 민감한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스타틴 복용 시 근육통 등 부작용을 심하게 호소하며 "도저히 못 먹겠다"고 말하는 환자들도 종종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환자의 LDL-C 수치가 높지 않더라도 스타틴을 제대로 복용하지 못하면 결국 목표 수치까지 도달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기존 약물만으로 조절이 안 되는 환자가 드물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스타틴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고, 스타틴을 복용하더라도 LDL-C 수치가 여전히 70mg/dL 이상으로 유지되는 환자가 적지 않다."
▶ PCSK9 억제제가 필요한 영역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임상 현장에서 PCSK9 억제제를 왜 이렇게 주목하는 것인가.
"PCSK9 억제제가 개발된 배경 자체가 흥미롭다. 특정 지역에서 PCSK9 단백질을 제대로 생성하지 못하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혈액 검사를 해보니, 별다른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음에도 LDL-C 수치가 매우 낮게 나왔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 LDL-C의 합성이 어려워져 수치가 낮게 나타난다. 그래서 과거에는 LDL-C 수치가 지나치게 낮으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운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PCSK9 유전자 변이가 있는 사람들은 건강 상태가 좋았고, 심혈관질환 문제도 없었다. 이를 통해 PCSK9을 치료 타겟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기게 됐다.
처음 개발된 치료제는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mAb)로, PCSK9 단백질과 결합해 그 활성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이 기전으로 개발된 약물이 바로 레파타(에볼로쿠맙)나 프랄런트(알리로쿠맙)이다. 이후 PCSK9 단백질의 합성을 억제하는 기전의 siRNA 기반 치료제도 개발됐다.
PCSK9 억제제 계열 약물들은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스타틴의 경우 기존 용량 대비 용량을 2배로 늘렸음에도 LDL-C 수치는 약 6% 정도가 더 떨어진다. 스타틴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 PCSK9 억제제를 추가만 해도 LDL-C 수치를 훨씬 더 낮출 수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약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아직까지 주사제로만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 현실적인 제약이다. 레파타(에볼로쿠맙)의 경우 2주에 한 번이나 최대 간격을 늘려도 한 달에 한 번은 자가주사를 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2022년 ACC 전문가 합의문에서 PCSK9 억제제로 레파타와 프랄런트 등 단일클론항체를 선호한다고 했다. 국내 임상 현장에서 PCSK9 억제제를 사용한 건 언제부터이며, 그 효과는 어떻게 체감하는지 궁금하다.
"요즘 심혈관계 사건(event)이 적다 보니 환자가 PCSK9 억제제를 사용함으로써 실제로 심혈관계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건지 체감하기가 어렵다. 즉, 많은 데이터를 모아서 보았을 때 심혈관계 사건이 얼마나 감소되는지를 봐야 하는 것이고, 개개인이 ‘이 약을 써서 효과가 있었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PCSK9 억제제가 국내에 도입됐을 당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우리나라 환자 특성상 LDL-C 수치가 72~74mg/dL처럼 다소 애매한 경우 의사 입장에서 처방을 보류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다른 이유로는 PCSK9 억제제를 보험으로 사용하기 위한 기준이 까다로워서 많은 환자들이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결국 100:100 전액본인부담(비급여)으로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을 안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국내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임상에서 약제를 사용해보면서 느낀 점은 LDL-C를 확실하게 낮춘다는 점이고, 그러면 환자의 장기적인 예후에도 좋을 것이라고 믿는다."
▶PCSK9 억제제는 병용 요법으로 사용하지만, 단독 사용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PCSK9 억제제를 사용하면 LDL-C가 많이 떨어지니까 단독 사용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PCSK9 억제제 단독 요법에 대한 근거가 될 만한 임상 연구는 없다.
물론 특정 환자군을 대상으로 단독 요법 연구를 설계해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스타틴을 도저히 복용할 수 없는 스타틴 불내성(Statin intolerance) 환자에게는 PCSK9 억제제를 단독으로 사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환자들에게 PCSK9 억제제를 단독으로 사용하더라도 LDL-C 수치는 낮아질 것이고, 예후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예상일 뿐이고 아직까지 단독요법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 근거는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스타틴과의 병용요법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다.
다만 스타틴 두 종류 이상에 대해 불내성이 있는 환자는 PCSK9 억제제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다. 단독 요법을 루틴하게 사용한다는 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환자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면, 스타틴 보다 비싼 주사제를 2주에 한 번씩 투여하는 것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타틴을 복용하는 것 중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스타틴 복용을 선택할 것이다.
또한 스타틴이 공고한 근거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PCSK9 억제제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어떤 추가적인 이득이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스타틴을 사용해봤는데 불내성이라면 PCSK9 억제제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겠지만, 스타틴을 아예 사용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약이 최고다’ 라며 우선적으로 사용하자는 접근은 근거(evidence) 측면에서도, 임상(practice) 관점에서도 왜곡된 방식이라고 본다."
▶siRNA 제제는 아직 권고까지 되는 상황은 아닌 것인가
"그 이유는 siRNA 기반 약제에 대한 심혈관계영향연구(Cardiovascular Outcome Trial, CVOT)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LDL-C를 낮추는 효과나 안전성 프로파일(Safety profile)은 잘 나와있다. 다만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CV Outcome)을 얼마나 감소시키는지에 대한 임상연구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권고 사항에 있어 단일클론항체 기반 치료제에 비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각 기전마다 장단점이 존재한다. 단일클론항체 기반 약제는 투여 후 LDL-C가 급격히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다. 반면 siRNA 기반 약제는 간 세포에 들어가 PCSK9 합성을 억제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LDL-C 감소 속도와 강도는 다소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iRNA 기반 약제의 경우 6개월에 한 번만 투여하면 된다는 것이 강점이다."
▶siRNA 기반 및 PCSK9 억제제 약제는 에제티미브와 병용해 사용해야 된다고 알고 있다. siRNA 약제는 6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방식인데, 그렇다면 환자는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보고 경구제 처방과 함께 siRNA 주사제를 처방받아야 하는 상황인가.
"삼성서울병원에서는 경구제도 6개월 단위로 처방이 가능하다. 따라서 환자는 6개월에 한 번 병원에 내원해 진료를 보고 병원에서 주사를 맞은 뒤, 6개월 동안 복용할 경구약도 함께 처방받아 갈 수 있다. 참고로 siRNA 기반 약제는 자가 주사가 불가능하고 반드시 병원에서만 투여해야 하는 약제다."
▶LDL 콜레스테롤 저하 치료는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할 텐데, 실제 임상 현장에서 체감하는 PCSK9 억제제 순응도는 어떠한가.
"처음에는 레파타(에볼로쿠맙)이나 프랄런트(알리로쿠맙) 같은 치료제 순응도가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경구약 보다는 비용이 더 드는 약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환자들이 잘 맞으러 온다. 레파타와 프랄런트를 처방한 환자들 중에 제때 맞지 않아 LDL-C 수치가 급격히 다시 올라간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오히려 경구약보다 순응도가 더 좋다고 느낀다. 환자가 투약 동의를 해야만 처방이 가능하고, 애초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은 처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실제 처방 후에는 순응도가 높은 편이다.
또 펜 타입 형태로 어렵지 않게 투약할 수 있어 고령 환자들도 주사에 대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별로 없었다. 물론 정해진 시기에 주사를 놓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일부 환자들이 6개월에 한 번만 맞는 siRNA 기반 치료제로 변경하고 싶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다만 LDL-C 감소(lowering) 효과 측면에서 단일클론항체 기반 치료제가 더 좋기 때문에 향후 어떤 약제가 더 선호될지는 시장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단일클론항체와 siRNA 기반 PCSK9 억제제 기전 약제 중 어떤 환자에게 더 적합할지도 고려하는지 궁금하다.
"고려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이미 PCSK9 억제제를 사용했는데도 LDL-C 수치가 45~50mg/dL 정도로 낮아진 환자의 경우에는 siRNA 기반 치료제를 사용하기가 어렵다. 해당 약제를 쓴다고 해서 추가적인 LDL-C 감소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2주에 한 번씩 주사를 맞는 것이 부담스러운 환자라면 6개월에 한 번 병원에서 맞을 수 있는 siRNA 기반 치료제가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고려해야 할 점은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mozygous 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HoFH)에 대한 적응증을 보유한 약제는레파타(에볼로쿠맙) 뿐이다. 따라서 이런 환자들에게는 레파타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
반면,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eterozygous 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HeFH)이나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ASCVD)이 있는 환자 중 LDL-C 조절이 잘 안 되는 경우에는 LDL-C 감소 정도, 복약 순응도, 연령, 주사를 자가로 놓을 수 있는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까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사용해 본 것은 단일클론항체 계열의 약제뿐이기 때문에 향후 다른 약제에 대한 사용 경험이 축적되면 보다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LDL 콜레스테롤 관리나 치료 측면에서 환자들에게 하는 조언이 있다면.
"아직 발병하지 않은 1차 예방(Primary prevention) 단계 환자라면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을 체중을 많이 줄이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개선되는 경우도 봤다. 하지만 이미 병이 발생한 환자들은 그런 여유가 없기 때문에 초기에 LDL-C를 낮추는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식이 조절을 철저히 한다고 해도 LDL-C를 10% 이상 낮추기는 매우 어려우며, 55mg/dL 미만이나 70mg/dL 미만 등 목표 수치까지 낮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목표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약제가 필요하다.
부작용이 생기거나 불편함이 있다고 해서 환자 스스로 약을 끊지 않아야 한다. 예약 날짜가 남았어도 불편함이 생기면 병원에 와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약제를 변경하거나, 종류를 바꾸거나, 용량을 조절하는 등 의사가 다양한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환자 스스로 약을 중단하고, LDL-C 수치가 170~180mg/dL까지 올라간 상태로 다시 내원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이런 상황을 가장 피해야 한다. 그 외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건강한 생활습관, 즉 기름진 음식은 줄이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2차 예방 단계에서 LDL 콜레스테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사망을 겪을 확률이 어느 정도라고 보나.
"관리가 잘 되는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LDL-C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최소 4배 이상 높다고 생각한다."
▶추가적으로 준비 중인 연구는 무엇인가.
"현재는 콜레스테롤 관련 대규모 무작위 배정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는 시술을 받은 환자가 아니라 시술 경험이 없는 1차 예방 대상자에서 관찰되는 관상동맥 석회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관상동맥 석회화 CT는 최근 건강검진에서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석회화가 있다고 진단받은 사람들에게 콜레스테롤을 어느 정도까지 낮춰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 해당 연구에서는 PCSK9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고 스타틴을 어느 정도 용량으로 사용할 것인지, 또는 에제티미브 병용 여부 혹은 현행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중등도 강도의 스타틴(moderate-intensity statin)만 사용할 것인지 등을 비교하는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약 6000명 정도로 활발하게 등록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외에도 국가 데이터 등을 활용한 이상지질혈증 관련 연구들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