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펜] 콜린 제제 급여 축소에...높아지는 환자 불안감

인지 기능 개선제로 쓰인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축소되면 환자 부담 3배 증가

2025-06-19     김응민 기자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자꾸 깜빡깜빡하는데…치매는 약도 없다면서요. 혹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나 약 좀 추천해 줄 수 있을까요?

사진=김응민 기자

 [팜뉴스=김응민 기자] 제약바이오 전문 언론에 근무하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종종 받는 질문이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연세가 있는 친지나 어른들이 주로 물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동창이나 친구들에게도 비슷한 종류의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기자의 머릿속에는 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떠올랐다. 무조건 콜린 제제를 추천하진 않지만 적어도 '한 번쯤 고려할 수 있는 옵션'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비교적 안전하고 부담도 적은 대안인 것도 한몫했다.

문제는 콜린 제제가 건강보험 급여 적정성 재평가 대상에 포함되면서 보험 급여 취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간 콜린 제제는 집중력 저하 및 기억력 감퇴를 겪는 환자들의 인지 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널리 사용돼 왔다. 특히 경도인지장애(MCI), 치매 초기, 인지 저하 우려 환자 군에 뇌기능 개선 목적으로 처방이 됐다.

하지만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가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에 대해 콜린 제제 처방 시 본인부담률을 기존 30%에서 80%로 상향한다는 내용의 고시를 발표했다.

이에 반발해 제약사들은 '콜린 제제의 건강보험 선별급여 적용 고시를 취소해달라'는 법정 소송을 진행했으나, 올해 3월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정부 측이 승소하며 급여 취소가 사실상 불가피해졌다.

급여가 취소되면 환자 본인 부담률은 기존 30%에서 80%까지 올라가게 되며, 이에 따라 환자 부담액은 기존 월 8000원 선에서 약 2만 3000원으로 세 배가량 높아지게 된다.

사실 콜린 제제는 근거 중심의 급여 체계 강화 흐름 속에서 그간 여러 차례 재평가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진료현장에서 과도하게 처방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쓸 약이 마땅치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치매 치료에 있어 사실상 '사용 가능한 약제'가 손에 꼽히는 현실에서 이번 급여 축소는 환자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치매 환자 수는 이미 '1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치매역학조사' 기준 97만명으로 집계됐으며 오는 2044년에는 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를 넘어 65세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했으며 이에 따라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환자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치매를 완치시키는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까지 나온 약들은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 치매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목적으로 사용된다.

치매(癡呆)라는 단어는 '어리석을 치(癡)'와 '어리석을 매(呆)'라는 어리석음이라는 뜻 2개가 나오는 것에 알 수 있듯이 개인, 가족, 사회가 감당해야 할 가장 무서운 질환 중 하나다. 완치할 수 없어 건강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환자 본인과 주변 가족들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까닭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콜린 제제는 일종의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근본적인 치료는 어렵지만, 진행을 더디게 하거나 예방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있어 믿고 기댈 수 있는 옵션으로 여겨졌던 약이다.

실제로 한 노인병 전문의는 "진단을 받고도 별다른 치료를 하지 못한 채 불안감만 안고 돌아가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라며 "콜린 제제가 효과 논란이 있더라도 그나마 환자들이 손에 쥘 수 있는 몇 안 되는 약제"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의 입장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성을 담보하고 의료 남용 방지를 위해 약제 정비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이 오롯이 특정 논문과 수치에만 집중하고, 환자의 현실과 의료 현장의 상황을 외면한다면 이는 또 다른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단순히 약값을 줄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치매와 관련해 국민들의 불안을 충분히 경청하고 의료 현장의 체감 현실을 반영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