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H 치료제 전쟁 돌입…‘세마글루타이드’ 이후가 진짜 경쟁
치료제 개발 속도 높이는 빅파마, 여전한 미충족 수요로 추가 파이프라인 확보 전쟁 ‘세마글루타이드’가 기준으로 자리매김, 더 높은 효과 입증해야
[팜뉴스=김태일 기자]글로벌 빅파마들이 MASHH(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s)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첫 신약 승인 이후, GLP-1 단독·이중 작용제부터 siRNA·FGF21 등 혁신적 기전까지, 세계 주요 빅파마들이 앞다퉈 차세대 파이프라인 확보에 나서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권해순 연구원은 ‘MASH 치료제 시장에 주목’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빅파마들이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치료 효과가 더 높은 신약이 요구되는 미충족 수요가 크다고 분석했다.
‘포문은 열렸지만’ 시장은 아직 배고프다
지난 2024년 3월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Rezdiffra™(resmetirom)가 미국 FDA로부터 MASH 치료제 최초 승인을 받았다. 고지혈증 치료제 계열인 이 약물은 섬유화 2~3단계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방간 해소율은 25.9%에 불과하며, 일부 환자군에서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시장의 한계를 말해준다.
결국 Rezdiffra는 시장의 문을 열었지만 고효능, 고안전성, 다양한 병태에 대응 가능한 차세대 약물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
차세대 약물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다. 당뇨·비만 치료제로 블록버스터급 성공을 거둔 이 약물이, 이제는 MASH 치료제로 적응증 확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25년 4월, FDA는 세마글루타이드 2.4mg 제형에 대해 MASH 적응증으로 ‘우선 심사(priority review)’를 부여했다. 승인 여부는 이르면 10월에 결정될 전망이다.
이 약물은 3상 임상(ESSENCE)에서 강력한 효능을 입증했다. 섬유화가 악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간염을 해결한 비율은 62.9%, 위약군은 34.3%에 그쳤다. 주요 연구 결과는 NEJM에도 실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세마글루타이드가 사실상 새로운 기준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듀얼 작용제 전쟁 서막…‘단독으로는 부족하다’
권연구원은 "후속 약물은 대부분 GLP-1에 GIP 또는 글루카곤을 결합한 ‘듀얼 작용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라면서 "세마글루타이드보다 더 강력한 지방간 해소 및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해야만 시장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더욱 강력한 후속 제품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베링거잉겔하임은 질랜드파마로부터 도입한 서보듀타이드를 주축으로 임상 3상에 돌입했다. 임상 2상에선 지방간 및 섬유화 개선 모두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지만, 위장관 부작용으로 탈락률이 20%에 달한 점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MSD는 한미약품으로부터 기술 도입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MK‑6024)를 앞세워 글로벌 2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말까지 3개 임상 중 2건의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GLP-1 대비 장기적 효과와 안전성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면, 충분히 블록버스터급 후보”라고 보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자사 비만 치료제 터제파타이드를 MASH 영역으로 확장 중이며, 최근 임상 2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siRNA, FGF21, ASO 기전 후속 무기로 부상
이제 MASH는 단순히 GLP-1 제형의 확장 경쟁을 넘어, 전혀 다른 기전의 신약들이 경쟁하는 다층적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 올릭스는 MARC1 유전자에 작용하는 siRNA 기반 치료제 OLX75016을 개발 중이며, 일라이 릴리로 기술 이전되었다. 글로벌 1상은 2026년 상반기 종료될 예정이다.
권해순 연구원은 "OLX75016 은 기전상 노보 노디스크가 자체 개발 중인 siRNA 기반 MARC1 억제제인 NN 6581 과 유사한 파이프라인"이라면서 NN 6581 또한 MASH 환자 대상으로 개발 중이며, 현재 임상 1 상 중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24년 12월 GlobalData 자료에서 확인된 NN 6581 개발 현황은 MASH 적응증 기준 임상 1상에서 2상으로 전환할 성공확률(PTSR: Phase Transition Success Rate)을 72%
로 평가하고 있다"라면서 "현재 개발 단계에 있어 OLX75016 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전임상 실험 데이터에서 OLX75016 이 투여 후 효력 유지가긴에서 명확한 우위를 보인 것으로 확인되어 향후 개발에 좀 더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아스트라제네카는 FAP 억제제 및 PNPLA3 mRNA 억제제를 포함해, 다양한 항섬유화 기전을 임상 2상 단계에서 보유하고 있다.
GSK는 FGF21 유사체 치료제인 efinosfermin 개발사 보스턴 파마슈티컬스를 약 2조 원 규모에 인수했다. 이 후보물질은 인슐린 저항성 개선과 체중 감소, 간지방 감소의 삼중 효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발 빠르게 대응…글로벌 무대서 성과 낼까
국내에서는 한미약품과 디앤디파마텍이 눈에 띈다. 한미약품은 MSD에 기술이전한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2상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일부 임상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높은 지방간 감소율을 보였다는 비공식 결과도 전해진다.
디앤디파마텍은 자사의 GLP-1/GCG 이중 작용제 DD01의 임상 2상에서, 지방간 감소율이 투여군 76%, 위약군 12%로 확인됐으며, 위장관 이상반응은 9.1%에 불과해 안정성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권연구원은 "디앤디파마텍은 동일 기전의 경쟁 약물인 베링거 잉겔하임의 서보듀타이드가 임상2상 48주 투약에서 보인 것과 유사한 지방간 감소 효과를 단 12주만에 달성하였다는 점에서 약물의 경쟁력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하고 기술 이전을 추진할 것을 밝히고 있다"라면서 "다만 소수 환자 대상으로 초기 임상 데이터라는 점에서 대상 환자의 확대, 대상 환자들의 MASH 단계에 따른 구분, MASH 치료제로서의 end point 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좀 더 장기간, 확대된 임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동 임상은 48 주간 진행되며 2026년 1분기에 완료 후 2026 년 3 분기에 2 차 평가지표가포함된 최종임상결과 보고서(CSR)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략은 이제부터…‘세마글루타이드 이후’가 진짜 경쟁
업계의 시선은 결국 “세마글루타이드 이후 시장”에 모인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적응증을 획득하면, 후속 약물은 단순히 ‘효과가 있다’는 수준을 넘어, ‘그보다 낫다’는 걸 입증해야하기 때문이다
경쟁의 중심에는 ‘복합 기전’, ‘투여 간격 최적화’, ‘비만·당뇨와의 병용 전략’, 그리고 ‘부작용 최소화’가 있다. GLP-1 단독 약물은 더 이상 차별화 포인트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MASH 치료제 시장은 아직 초기지만, 비만·당뇨 시장을 뛰어넘는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꼽힌다"라면서 "환자 수만 2억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주요 약물은 연 매출 수십억 달러 수준의 시장 잠재력을 가진다"고 시장 성장 가능성을 설명했다.
이어 "가능성만큼 경쟁 강도도 높고, 임상 리스크도 크다. 단 하나의 임상 실패가 수천억 원의 기술이전 계약을 무산시킬 수 있고, 시간 싸움에서 밀리면 시장 진입조차 힘들 수 있다"라면서 "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개발 속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