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배양 해산물 시대 개막…美 FDA, 최초의 '배양 연어' 식품 승인
[팜뉴스=김태일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실험실에서 배양한 연어를 식품으로 승인하면서, 해산물 분야에서도 본격적인 세포배양식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번 결정은 2023년 세포배양 닭고기, 2025년 배양 돼지고기 승인에 이은 네 번째 세포배양 식품 허가이자, 해산물로는 첫 사례로서 의미가 크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FDA는 배양 연어를 개발한 미국 바이오기업 와일드타입(Wildtype)에 '질문 없음(No Question)'이라는 표현의 승인 서한을 전달했다. 이는 해당 식품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식품과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판단을 의미한다.
FDA가 인정한 안전성…'의문의 여지 없다'
FDA는 와일드타입이 제출한 데이터 및 입수 가능한 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배양 연어가 불순물이나 오염 위험 없이 일관된 품질로 생산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평가 항목에는 △세포주 △생산 공정 △사용된 물질 △미생물 및 중금속 기준 △영양 성분 분석 등이 포함됐다.
FDA는 승인 서한에서 “설명된 생산 공정에서 식품에 오염물질이나 위해 미생물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할 만한 근거가 없다”며 “해당 제품이 전통 연어 제품만큼 안전하다는 데 현재로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와일드타입의 기술력…배양 연어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와일드타입은 중간엽 줄기세포 계통의 미분화 세포를 기반으로 세포 은행을 구축하고, 이 세포들을 배양해 연어 근육, 지방, 결합조직 등을 형성한다. 세포는 특별한 유전자 조작 없이 배지 내 성분 조절만으로 자연스러운 분화를 유도하며, 최종 식품은 실제 연어의 영양성분과 거의 유사한 지방산, 아미노산, 미네랄 함량을 갖는 것으로 분석됐다.
회사는 비교 대상으로 '야생 은연어(Oncorhynchus kisutch)'를 설정했으며, 모든 성분 수준이 일반적인 식품 안전 기준을 충족하거나 그 수준에 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 확대 나선 와일드타입…4개월 내 배양 연어 레스토랑 확대
와일드타입은 승인 직후 빠르게 소비자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향후 4개월 내에 배양 연어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4개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유통 확대를 넘어 소비자 인식 개선과 브랜드 신뢰 확보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세포배양 식품, 지속 가능성 담보한 '미래 식량 솔루션'
세포배양식품은 ▲육류 수요 급증 ▲지속가능한 식량 자원 확보 ▲온실가스 감축 등의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2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배양식품 시장은 2040년 2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규제, 생산비용, 소비자 수용성 등 넘어야 할 장벽도 여전히 크다. FDA와 같은 강력한 규제기관의 명확한 승인 절차는 투자 유치와 상용화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은 규제 프레임워크 선제 구축…그러나 과제는 남아
한국은 식약처가 일찌감치 세포배양식품에 대한 규제체계를 정립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업계는 여전히 4,500만 원에 달하는 인정 신청 수수료의 인하, 독성 평가 기준의 국제 조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배양육 산업의 병목인 ‘배양액’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품 등급 성분을 활용한 저비용 배지 개발, 고밀도 배양이 가능한 바이오리액터 설계 등 기술 혁신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양 연어의 FDA 승인은 해산물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라면서 "수산 자원의 고갈, 해양 생태계 보호, 중금속 문제 등 전통 해산물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