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속 변화를 먼저 읽는 사람, 내시경 전문의 우성용 원장을 만나다
내시경을 통해 질병을 넘어서 삶을 보는 의사, 조기 진단이 말하는 것들 장 속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는 진료, 건강을 다시 설계하는 시간
[팜뉴스=우정민 기자] 우리 몸은 때로 말보다 먼저 신호를 보낸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우성용1내과’의 우성용 원장은 매일 내시경을 통해 그런 신호를 마주한다. 그에게 내시경은 단순한 검사 장비가 아니라, 병이 자라기 시작하는 순간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통로다. 지난달 28일 팜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우 원장은 유튜브 건강버스TV와의 인터뷰에서 “내시경 검사로 인생이 바뀐 환자를 수도 없이 봐 왔습니다”라며, 몸이 보내는 신호를 지나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그는 위염으로 진단받고 증상을 넘겼던 20대 여성이 두 달 뒤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병은 증상보다 먼저 자라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통증보다 두려움… 수면 내시경이 돕는다
검사 도중 느끼게 되는 통증에 대한 두려움으로 내시경을 미루는 환자도 적지 않다. 우 원장은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미다졸람 같은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며, “검사 중 불편감을 줄이고 단기 기억을 일시적으로 차단해 환자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다만 검사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수 있어 설명은 보호자와 함께 듣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수면 내시경을 받은 후에는 단기 기억상실이 발생할 수 있어 당일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운전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하며, 가능한 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하제 복용, 편해졌지만 준비는 더 중요합니다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검사 전 하제 복용도 최근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개선되고 있다. 우 원장은 “예전에는 한 4리터 정도 복용했지만, 최근에는 1리터만 복용하는 약도 있고, 300~400cc 정도의 하제를 함께 복용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알약 형태로 나오는 제품도 있다”며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용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 정결도다. 그는 “변비가 있거나 평소 배변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분 섭취와 함께 충분한 하제 복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검사 전 수박씨나 현미처럼 장내에 남는 음식물을 섭취하면 시야 확보가 어려워진다며, “검사 당일만 준비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CO₂ 내시경, 통증과 회복 부담 줄여
내시경 검사 장비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공기 대신 이산화탄소(CO₂)를 주입하는 방식이 활용되며, 복부팽만감과 통증을 크게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우 원장은 “CO₂는 복강경 수술에도 쓰일 만큼 안전성이 입증된 가스”라고 설명했다.
기술 발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AI 기반 내시경 장비가 병변 위치를 실시간으로 탐지해 진단을 돕는 기능이 도입되고 있다”며, “의사의 경험과 결합될 경우 진단 정확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기가 아닌 타이밍… 증상이 우선
우 원장은 “검사 시기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따르기보다, 환자 상태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위내시경은 2년에 한 번, 대장암 검진은 만 50세 이상부터 분변잠혈검사 또는 대장내시경이 권고되지만, 증상이 있다면 주기에 관계없이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실제로 위암이 1년 반 만에 진단된 사례를 들며, “시기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사는 진단의 수단… 관리가 본질
건강검진을 병을 예방하는 과정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검사는 병을 막는 것이 아니라, 생긴 병을 찾아내는 과정”이라며, “불규칙한 식사, 수면 부족, 과도한 스트레스는 소화기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생활습관 개선 없이 건강을 유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과도한 검사도 지양해야
건강 염려로 인해 내시경을 지나치게 자주 받으려는 경우도 있다. 우 원장은 “3개월마다 위내시경, 6개월마다 대장내시경을 요구하는 환자도 있지만, 검사에는 비용과 위험이 수반되기 때문에 실제 필요 여부를 판단해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도한 검사을 피하기 위해 검사 간격, 합병증 위험, 환자 상태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경과 관찰을 권유한다고 밝혔다.
내시경은 몸의 신호를 읽는 시간
검사 후 일상 복귀 여부에 대해 그는 “비수면 내시경은 곧장 일상생활이 가능하지만, 수면 내시경의 경우엔 단기 기억상실과 잔여 약물 영향이 있을 수 있어 당일은 휴식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검진 결과지만 확인하고 넘기는 경우도 많은데, 그는 “왜 이 검사를 받았는지, 지금 내 몸 상태는 어떤지 되짚어보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건강검진은 국가가 제공하는 매우 정교한 시스템이자,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점검 기회”라며, “검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 건강을 어떻게 지켜왔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 원장은 말했다. “검사는 병을 막는 게 아니라, 생긴 병을 찾아내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평소 어떻게 살아왔느냐입니다.”
그는 질병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건강하게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하는 의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