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생리, 발생하는 원인과 올바른 대처법은?
[운정서울여성의원] 박정연 원장 의학 칼럼
생리 불규칙은 여성이라면 살아가면서 겪을 수 있는 흔한 경험 중 하나다. 정상적인 생리 주기는 보통 21일에서 40일 사이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개인의 건강 상태나 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때문에 평소와 다른 주기의 변화나 갑작스러운 생리 중단은 당황스러움과 함께 걱정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변화가 찾아왔을 때, 우리는 어떤 원인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불규칙한 생리와 관련된 다양한 가능성들을 차근차근 짚어보고자 한다.
# 스트레스, 혹시 내 몸이 보내는 신호는 아닐까?
생리가 멈추었을 때 많은 분들이 임신을 먼저 떠올리지만, 임신 테스트 결과가 음성이라면 다른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며, 생각보다 흔하게 발견되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스트레스다.
과도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는 우리 뇌의 시상하부와 뇌하수체 기능에 영향을 주어 호르몬 분비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일시적으로 멈추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 긴장감이 높아지거나, 가정 내 문제로 고민이 깊어질 때, 우리 몸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은 안정이 필요해"라는 신호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단순히 심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부족한 수면 시간이나 과도한 카페인 섭취와 같은 생활 습관과도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으니, 평소 자신의 생활 패턴을 차분히 점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생리 주기의 열쇠를 쥐고 있는 '호르몬 변화'
호르몬은 여성의 생리 주기를 조율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임신이 아닌데 생리를 하지 않는다면, 호르몬 불균형과 관련된 문제를 고려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다낭성난소증후군(PCOS)'을 꼽을 수 있다.
국내 가임기 여성의 약 5~10% 정도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질환은, 배란 장애를 동반하며 생리 불규칙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난소에 여러 개의 작은 물혹이 생기면서 정상적인 호르몬 분비 과정에 이상을 초래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특히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 같은 호르몬 수치가 불균형해지면서 생리가 지연되거나 건너뛰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외에도 다모증이나 여드름 증가와 같은 신체적 변화가 동반되기도 한다.
만약 생리 주기가 40일 이상으로 길어지고, 체중 변화나 피부 트러블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 생활 습관의 변화, 생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최근 건강이나 미용을 위해 급격한 체중 감량을 시도했다면, 이 또한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단기간에 체중이 큰 폭으로 줄거나 반대로 급격히 늘어나는 것 역시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체지방률이 급격히 감소하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면서 생리가 멈추거나 불규칙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우리 몸이 에너지 부족 상태를 감지하고, 생식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자연스러운 방어 기전인 셈이다.
반대로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 또한 호르몬 균형에 변화를 주어 비슷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단지 다이어트만 했을 뿐인데…"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임신이 아닌데 생리를 안 하는 이유를 찾을 때, 최근의 생활 습관 변화를 되짚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건강을 위한 운동이라도 지나치게 강도가 높거나 장시간 지속될 경우, 생리 불규칙의 원인이 될 수 있다.
# 생리 불규칙 = 질병의 신호일까?
'생리가 조금 늦어지는데, 혹시 큰 병은 아닐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생리 주기에 변화가 생기면 덜컥 겁부터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생리가 며칠 정도 늦어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반드시 심각한 질병의 신호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일시적인 호르몬 변화나 환경적인 요인, 예를 들어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우리 몸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리 주기가 조금씩 변동될 수도 있다.
다만,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경우가 있다. 만약 ▲생리가 2~3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없거나 ▲평소와 다른 심한 통증 ▲출혈량의 급격한 변화 등의 이상 증상이 동반된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생리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거나 참기 힘든 복통이 함께 나타난다면, 자궁내막증이나 자궁근종과 같은 다른 부인과적 문제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스트레스나 일시적인 호르몬 변화 등 비교적 단순한 원인으로 인해 생리가 지연되는 경우도 많으니, 미리 과도한 걱정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몸 상태를 차분히 관찰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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