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인포 ‘IPO’] ④오름테라퓨틱, IPO 미스터리…납득 어려운 강행

상장 철회 3개월만 증시 입성…IPO 두달여만 임상계획 취소

2025-06-02     팜뉴스·인포스탁데일리 공동취재팀
<편집자주>-K팝, K푸드에 이어 K바이오·K제약도 뜨고 있다. 미국와 유럽의 ‘글로벌 빅파마’들에게 가려져 있지만, 국내 바이오 제약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면서 서서히 위상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정상의 주식 전문 매체인 ‘인포스탁데일리’와 권위 있는 제약·바이오 전문지인 ‘팜뉴스’가 공동 기획 취재를 통해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와 제약 기업들의 주가, 재무, 업황, 기술 경쟁력, 미래 리스크등을 점검하는 '팜X인포'기획을 준비했다. 이를 통해 향후 K바이오와 제약 기업들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의약품 연구개발 플랫폼 기업 오름테라퓨틱의 IPO를 두고 의구심이 제기된다. 자진 철회 후 불과 3개월 만에 증시에 입성했지만, 그로부터 두 달여 만에 임상 계획 취소 공시를 내면서다. 취소한 임상 계획은 이전부터 불안감을 노출하더니 결국 파국에 이르렀다. 거대한 리스크를 안고 IPO함에따라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신뢰도 추락은 물론 주주 피해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달 28일 임상시험계획 자진 취하 등의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공시를 했다. ORM-5029 플랫폼에 기반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및 기타 HER2 과발현 악성종양 치료제를 자진 중단하는 내용이다.

이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공시가 난 지난달 28일 주가는 1만785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종가(2만5500원) 대비 30% 떨어졌다. 관련 이슈가 투자 심리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일련의 시점이다. 임상 취소 공시가 난 시점은 상장일(올 2월 14일)로부터 불과 2개월 뒤다. 증시에 입성한 뒤 불과 두 달여 만에 대형 악재를 맞은 셈이다. 문제는 이 이슈는 오름테라퓨틱이 이미 인지하고 있던 리스크라는 점이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해 11월에도 IPO를 추진한 바 있다. 그때 제출한 투자설명서 내 투자위험요소 가운데 ‘ORM-5029의 임상 1상에서 1명의 참여자에게 중대한 이상사례(SAE)가 보고되었으며, 당사는 FDA에 이를 보고하였습니다’라고 기재했다. 이미 불안 요소를 떠안고 있던 상태다.

오름테라퓨틱은 IPO를 꽤나 오래 준비한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IPO는 자진 철회로 막을 내렸다. 철회 이유는 주식시장 내 비우호적 투자심리 탓에 합리적 기업가치를 인정 받지 못할 거라는 우려다. 투자 심리가 기반인 주식시장 내 생태계를 모를 리 없을 걸로 보인다. IPO를 마친 뒤 관련 리스크가 터졌을 때의 충격도 모를 리 없었을 걸로 보인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ORM-5029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해결될 수 있다고 판단해 IPO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시장의 평가가 부정적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ORM-5029 임상 성공을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업계에서는 ORM-5029 임상 1상에서의 중대한 문제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IPO를 강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 IPO를 한 시점과 임상 중단 시점 사이가 그리 길지 않은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임상 중단부터 IPO, 그 이전의 자진 철회 등이 매우 짧은 기간 내 이루어졌다”며 “과연 오름테라퓨틱이 IPO를 한 시점에 임상을 중단하는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11월 자진 철회를 한 이력을 고려하면 불안한 이슈가 마무리되고 난 뒤 IPO를 하는 의사 결정을 할 수는 없었는지도 의아하다”며 “지나치게 IPO를 강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업가치 측면에서도 오름테라퓨틱의 결정은 의구심을 남긴다. 지난해 11월 자진 철회한 IPO때의 공모가 희망밴드는 3만~3만6000원이다. 정작 올해 IPO 때 공모가 밴드는 2만4000~3만원이다. 이마저도 투자 심리가 얼어 붙은 탓에 공모가는 희망밴드 하단에도 미치지 못하는 2만원으로 정해졌다. 불안 요소를 확실히 제거한 뒤 IPO에 나선 게 더 합리적이었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여러 정황을 고려하면 IPO를 지나치게 서두른 감이 없지 않다”며 “나름 제약·바이오 업계 IPO 기대주로 이목을 모았는데, IPO 뒤 악재를 노출함에 따라 산업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고 평가했다.

[팜뉴스·인포스탁데일리 공동취재팀] 취재팀장=김태일 국장(팜뉴스) 팀원=임재문 부장(인포스탁데일리), 김응민 기자(팜뉴스), 윤서연 기자(인포스탁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