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매년 700억 투자" MSD, 임상 '다각화·유연화·글로벌화' 트렌드

FDA, 초기·후기 동시 진행하는 적응형 임상 설계 권장 ADC·다중특이항체 유행, 임상 설계 복잡하거나 어려워 "중국 규제기관 유연화·세계화 충격적인 정도로 빨라"

2025-05-20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수많은 제약사와 바이오파마의 목표는 '신약 개발과 상업화'이다. 이를 위해선 길고 지난하며 어두운 임상 R&D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키트루다라는 대표적인 면역항암제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MSD는 한국 임상에만 매년 700억원대 비용을 쓴다. 

국내 제약사로 보면 연간 매출 전부를 R&D에 투자하는 셈이다. 그만큼 'R&D와 과학'에 진심이다. 한국MSD 임상을 총괄하는 부서장 또한 글로벌 임상 R&D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빅파마 R&D 최일선에 활동하고 있는 이 부서장은 세계적인 임상 트렌드 키워드를 5개로 짚었다.

이현주 한국MSD 임상연구부 총괄 전무

 

한국MSD는 매년 5월 20일 열리는 '세계 임상시험의 날'을 기념하는 목적에서 19일 오후 3시 HJ비즈니스센터 광화문에서 'R:IM(알림)DAY'를 열었다.

발표자로 나선 이는 한국MSD 임상연구부 총괄을 맡고 있는 이현주 전무였다. 이 전무는 MSD 아태지역 임상시험 프로젝트 매니저 리드를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 임상개발협회 감사를 비롯해 KRPIA R&D 커뮤니티 리드로 활동 중이다. 과거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임상시험 유공자를 수상하며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제약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는 글로벌 임상 트렌드와 비전을 알리기에는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이 전무는 글로벌 임상시험 5대 트렌드 키워드로 ▶포트폴리오 다각화 ▶디지털 헬스 기술·AI 활용 ▶환자 중심 임상 설계 ▶규제 유연화 ▶임상시험 세계화를 제시했다.

먼저, 이 전무는 2025년 아이큐비아 R&D 트렌드 보고서 기반으로 2024년 진행한 글로벌 임상 5318건 중 항암제를 비롯해 면역질환, 뇌신경계 질환, 비만 치료 같은 4대 질환이 70%를 차지했다고 했다. 약 4000건이 4대 질환에 집중된 것인데, 여전히 신약 개발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전무는 "항암제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으며 면역질환 역시도 개발 중인 영역이다. 아직 정복하지 못한 뇌신경 질병 연구도 끊임 없이 하고 있다"며 "2015년~2024년까지 4대 질환 분야에서 임상 연구가 꾸준히 증가하거나 유지된 반면 가장 빨리 늘어난 것은 비만 치료제이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특징적으로 2상과 3상 단계에서 저분자 의약품 임상이 줄어들고 있는데 항체나 면역항암제 같은 다른 기전을 가진 신약 개발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 전무는 "그만큼 임상 디자인 자체 또는 생산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신약을 개발하는 기술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제 2024년 세포·유전자치료제, ADC, 다중특이항체 치료 연구가 많이 증가하면서 전체 종양 임상의 35%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이 전무가 주목한 것은 디지털 헬스 기술의 도입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임상 후보물질 도출부터 환자 선별, 임상 설계까지 다양한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거래 규모만 약 13~14조원에 달한다. 

이 전무는 "작년 12개 정도의 빅딜이 있었는데 그만큼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디지털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며 "디지털 헬스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서 임상 디자인 설계 역시 1개 특정 약제로 다양한 적응증을 연구하는 '바스켓형'과 특정 질환을 정해놓고 다양한 약제 조합을 시도하는 '우산형'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바스켓형을 예로 들면, 키트루다 단독요법을 폐암과 유방암, 신장암 등 여러 질환에서 한꺼번에 임상 연구에 진입하는것이다. 우산형은 폐암이라는 특정 질환을 정해놓고 키트루다와 새로 개발된 약제와 조합을 시도하는 임상 방식이다. 항암제 영역은 단독 투여가 많지만 최근에는 약제 간 병용이 많아지고 있는데, 우산형은 최적의 약제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인 셈이다.

이현주 한국MSD 임상연구부 총괄 전무

 

이 전무는 "과거 업계에서 처음 일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적응증 1개에 임상시험도 1개였다"면서 "이제는 임상시험을 정해놓고 기존 의약품에 관련 신약을 추가하는 방식이 전체 임상연구 20%를 차지할 정도로 많아졌다"고 했다.

1,2상 또는 2,3상을 통합해서 진행하는 '적응형 임상 시험(Adaptive Clinical Trial) 개념'인데 이 외에도 다른 설계 방식을 가진 연구가 많아지고 복잡해진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 전무는 "미국FDA는 적응형 임상을 권장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가 신약 개발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며 "임상연구 마다 승인받고 진행하는 방식과 비교해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보다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애플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 정확도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유럽EMA와 미국FDA에서 평가에 반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했다. 향후 파킨슨병 같은 질환에서 임상기관을 환자가 찾아가서 매번 설문지를 작성하지 않아도 임상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취합해 분석 자료로 빠르게 사용할 수 있다.

규제 기관의 유연화와 세계화도 글로벌 임상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글로벌 임상은 프랑스나 독일, 스페인 같은 서유럽 중심이었다. 하지만 현재 해당 지역에서 임상은 10% 줄었고 중국은 66% 이상 늘었다. 북미에서도 일부 증가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많은 해외 국가는 임상을 중단하거나 늦췄는데 이 과정에서 임상연구 자체가 줄어든 탓이다. 또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임상을 많이 했는데 러·우 전쟁으로 최근에 건수 자체가 감소한 영향이 있다.

여기에 유럽은 EU-CTR(EU Clinical Trials Regulation)이라는 임상시험 규정을 새로 도입했다. EU와 EEA 각 국가별로 진행하는 임상을 단일 운영체계로 통합해 정보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전무는 "EU-CTR이 안정기에 접어들게 된다면 임상 진행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고 했다.

현재 가장 유연한 제도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규제기관은 미국FDA이다. 이 전무는 "2024년 기준으로 제출자료 유형이나 임상시험 설계에 가장 유연한 제도를 가진 곳은 FDA이다"며 "자료 검토 단계부터 FDA와 논의해서 개발 계획을 많이 세우는데 그 이유는 다양한 제도를 가장 먼저 적용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유럽도 상당히 앞서 있지만 중국이 매우 빠르게 유연화와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신약 개발 승인을 굉장히 빠르게 하고 있는데 이 전무는 "중국에서 글로벌 신약 출시 기간을 보면 과거 20년 전에는 10년이 걸렸는데 이제는 평균 3~4년이면 될 정도로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중국에서 단독 개발한 약제의 60%는 여전히 항암제 영역이지만 글로벌 경향과 다르지 않다"면서 "중국 신약 임상 승인의 특징은 글로벌 제약사가 포함한 경우가 112건이고 이 외에도 단독 개발한 신약의 출시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 전무는 "최근 몇 년 간 중국의 규제 변화 자체가 최대한 더 빠르게 국제조화를 이루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고, 변화를 빠르게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별 규제기관 유연화와 세계화 바람에는 비용적 원인과 임상 수행 의뢰자가 달라졌다는 점도 있다. 이 때문에 1상을 비롯해 2,3상 규모 임상을 할 경우에도 많은 국가에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 전무는 "국가별 규정과 해석이 다르고 이와 관련한 의약품 라벨부터 필요한 자료가 굉장히 달라지기에 제약사로서는 비용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MSD처럼 연매출 100억달러 규모의 빅파마가 아닌 바이오테크 기업들이 진행하는 임상이 많아지면서 다국가에서 진행하지 않고 미국이나 유럽 같은 특정 국가에서 개발에 속도를 내는 형태가 많다"고 했다.

임상시험은 환자가 안전하면서도 양질의 연구 데이터를 도출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그 다음이 얼마나 빨리 개발에 성공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이 전무는 "임상을 어떤 나라에서 할지를 결정할 때는 실제 개발하려는 의약품이 필요한 환자가 해당 국가에 있느냐가 중요하다"면서 "한국은 굉장히 빨리 임상 승인을 검토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했다. 

한국MSD는 이 부분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2024년 글로벌 10대 제약사 R&D 투자 현황에서 1위를 했으며 국내 제약사 또는 바이오기업과 대규모 기술이전과 CDMO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 전무는 "지난 2021년부터 한국에서 매년 R&D에만 700억원씩, 총 2920억원을 투자해 총 포트폴리오만 180개 이상이다"면서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포트폴리오 80%는 항암제 연구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 키트루다를 중심으로 한 임상 연구가 많았는데 이제는 키트루다가 감초 역할을 한다"면서 "키트루다가 표준치료로 가장 많이 쓰이면서 여기에 어떻게 하면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지 연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한국MSD는 전체 직원 30%인 147명이 R&D 전문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2024년 기준 36개의 신규 임상 승인을 받았는데, 매년 20건 이상의 연구를 새로 진행하며 초기 1,2상부터 3상까지 다양하게 구성하고 있다.

이 전무는 "초기 임상인 1,2상 비율이 48%인데 이것만 보고 단순히 건강한 환자 대상으로 하는 연구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모두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는 연구이며 적응형 임상시험이 트렌드이기 때문에 1,2상 비율이 적은 것은 오히려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