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⑦ ALK 양성 폐암 신약 로비큐아, 뇌전이 억제로 삶을 지키다

뇌전이 억제가 ALK 양성 폐암 치료 핵심 잴코리 대비 뇌전이 억제율 94% 도달 mPFS 60.2개월로 장기간 효과 유지 올해 5월부터 1차치료 급여 확대 인정

2025-05-09     김민건 기자

희귀질환, 암과 같은 중증 질환 치료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질환 자체를 없애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환자는 살아가는 동안 행복하게 치료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완치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혁신신약이 있다. 기존 치료제는 중증·희귀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영역에서 충분한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최근 출시되는 혁신신약은 단순한 '약'이라는 한계를 넘어 치료 접근성 확대,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운영, 환자의 일상 회복까지 한국 사회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기획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 혁신신약이 한국 사회에 어떤 사회적 가치와 영향을 미치는지 조망한다. [편집자주]

한국화이자제약 로비큐아

[팜뉴스=김민건 기자]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다른 비소세소포폐암 중에서도 젊은 연령, 비흡연자가 많다. 4명 중 1명은 뇌 전이 단계에서 진단되며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절반 이상이 2년 이내에 뇌 전이로 진행한다. 뇌 전이 억제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 전략의 핵심이다.

화이자가 개발한 3세대 ALK 양성 비소세소폐암 표적치료제 로비큐아(롤라티닙)는 혈액뇌장벽(BBB)을 통과하도록 설계된 혁신신약이다. 기존 뇌 전이 치료에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에 로비큐아라는 신약이 있다. 

작년 ASCO에서 발표된 로비큐아의 5년 장기 추적 결과는 혁신적인 항암 신약이 어떻게 한 환자의 삶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였다. 뇌 전이가 없는 환자에게 로비큐아를 투여하면 단 3.5%만 뇌 전이로 진행했다. 반면 대조군은 35%에 달했다. 로비큐아가 대조군 대비 뇌 전이 발생 위험을 1/10 수준으로 대폭 낮춘 것이다.

뇌 전이 진행을 억제했다는 것은 단순히 질환 진행을 늦췄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뇌 전이가 진행한 환자의 생존률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 운동능력, 일상생활까지 전반적인 부분에 영향을 미쳐 삶의 질을 높인다는 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로비큐아는 항암제 이상의 전략적 가치를 가진 혁신신약으로 불린다.

▶생존률 아닌 '삶의 질' 지키는 전략… 뇌전이 억제 신약이 주는 사회적 가치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에서 젊은 환자가 많다는 것은 한국 사회가 짊어져야 할 사회경제적 부담도 다른 비소세포폐암 보다 크다는 뜻이다. 로비큐아는 젊은 연령층 환자에서 장기 생존은 물론 삶의 질을 높여 사회적 부담을 줄여주는 현실적인 치료제다. 항암 치료에 혁신이란 더 이상 '반응' '효과' '연장'과 같은 수치적 지표로만 표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로비큐아의 글로벌 3상 데이터는 혁신신약이 가져야 할 가치를 잘 보여준 연구로 평가한다. 임상에서 치료 경험이 없는 ALK 양성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296명을 1:1로 로비큐아(149명), 잴코리(크리조티닙, 147명)에 무작위 배정, 단독 투여해 1차 평가변수로 BICR에 의한 무진행생존기간(PFS), 2차 평가로 연구자에 의한 무진행 생존기간, 전체생존기간(OS), 객관적반응률(ORR), 두개 내 반응률(iORR), 안전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로비큐아 투여군은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을 81% 감소(HR, 0.19; 95% CI, 0.13-0.27) 시켰고, 5년간 장기추적에서 로비큐아군 무진행생존률은 60%(95% CI, 51-68)로 잴코리 투여군 8%(3-14)과 큰 차이를 보였다. 로비큐아 투여군은 5년 이상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로비큐아 투여군 114명 중 단 4명만 뇌 전이가 있었던 것과 달리 잴코리 투여 환자 109명 중 39명은 16개월 이내 뇌 전이가 발생한 것이다. 뇌 전이가 없는 환자에서 로비큐아를 사용한 경우 94%(HR, 0.06; 95% CI, 0.03-0.12)가 질환 진행 위험을 줄인 것이다. 

뇌 전이 억제율이 94%에 달한다는 의미와 같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뇌 전이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였고 별도로 두통, 국소적 신경 기능 장애, 경련, 뇌졸중, 인지기능 장애 같은 문제를 억제해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다.

ALK 양성 환자 23%가 최초 진단 시점에 뇌 전이이며 그렇지 않은 경우도 2년 이내 뇌 전이 진행 환자가 25~45%에 달하며, 1차 치료에 실패한 환자 25~30%는 후속 치료가 어렵다는 점에서 로비큐아의 가치가 돋보인다.

아울러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을 60.2개월 추적관찰 시점에서 확인할 때까지 뇌 전이와 관계없이 도달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대조군인 잴코리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9.1개월(추적관찰 기간 중앙값 55.1개월)이었다. 

로비큐아를 투여한 환자 절반 이상이 5년 이상 병이 진행하지 않음으로써 임상적으로 완치 가능성까지 목표로 할 수 있다는 결과이다. 또한 이 데이터는 현재까지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표적치료제의 가장 긴 무진행생존기간이다.

안전성 관련해서 5년의 추적관찰 동안 새로운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고, 아시안 환자에서도 동일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는 암 환자 증가라는 고민을 가지고 있다. 이달부터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 전략은 분기점을 맞았다. 지난 1일부터 로비큐아의 ALK 양성 진행성 1차 급여 확대를 인정했다. 

지난 2022년 허가 이후 3년 만에 얻은 성과이다. 로비큐아의 임상적 가치가 치료적 제한을 넘어섰지만 급여라는 장벽 앞에 머문 상태였다. 이제 한국 환자들에게 기존 ALK 표적치료제의 한계를 넘어선 혁신신약의 접근성이 개선됐다.

1차 치료부터 장기 생존은 물론 삶의 질까지 높일 수 있는 로비큐아가 한국 사회에 가져 올 가치는 혁신신약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초기부터 혁신적인 항암 치료제를 사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치료 기회를 확대했다는 의미 이상이 있다.

많은 환자들이 사회로 복귀 할 가능성을 높이며, 환자와 가족들의 삶을 되돌려주며, 제대로 치료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과 부담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