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동정+]봄 타는 줄 알았는데, 계절성 우울증이라고요? 外

일조량 변화‧호르몬 불균형 등 생체리듬 영향 봄철 우울감, 자살률에도 영향... ‘스프링 피크’ 주의

2025-04-17     우정민 기자
사진. 이아라 교수

2022년, 국내 우울증 환자 수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를 두고 ‘ 울한 사회’ 는 비판이 나오는 한편,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신건강의학과 접근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변화로 해석되기도 한다. 특히 봄은 자살률이 가장 높은 계절로, 이른바 ‘ 프링 피크(Spring Peak)’현상이 나타나는 시기다. 계절성 우울증에 대한 관심과 조기 개입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마음속에 일어나는 작은 변화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분 저하와 무기력, 봄철 우울증의 신호일 수도우울증은 일조량이 줄어드는 겨울철에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햇볕이 늘고 기온이 오르는 봄철에도 계절성 우울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주요 원인은 일조량의 변화, 호르몬 변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등이 지목된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아라 교수는 “봄은 입학, 취업 등 새로운 시작이 많은 시기로, 심리적 부담과 압박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특히 일조량 증가는 기분과 수면을 조절하는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균형을 깨뜨려 감정 기복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증상으로는 기분 변화, 무기력감,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등이 있으며, 봄철 알레르기나 날씨 변화와 겹쳐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쉽게 지치거나 이유 없이 불안하고 슬픈 감정이 드는 경우, 흔히 말하는 ‘봄을 탄다’는 감정일 수 있다.

이 교수는 “계절성 우울장애는 특정 시기에 우울감이 몰려왔다가 자연 호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반복되거나 오래 지속될 경우 만성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하는 햇볕을 자주 쬐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봄철 자살률 20% 이상 높아생체리듬 자극하는 봄철, 우울 증상 더욱 주의해야하루 종일 우울감이 지속되며 학업이나 직장생활 등 일상 유지가 어려워지고, 과도한 죄책감이나 자살사고가 동반되는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의 자살 통계연보에 따르면, 봄철(3~5월)의 자살 사망자 수는 겨울철(12~2월)보다 약 20% 높게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으로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 불린다.

이 교수는 “봄철 자살률이 높아지는 원인은 활동량 증가에 따른 심리적 피로, 사회적 기대감, 외로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심한 우울장애를 앓는 환자는 일상의 작은 변화에도 감정이 급격히 요동치고 절망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생체리듬이 흔들리는 봄철에는 주변의 따뜻한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울증 치료에는 약물치료, 심리치료, 인지행동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있으며, 특히 급성기에는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초기에 증상이 호전됐다고 자의적으로 약물 복용을 중단할 경우 재발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이 교수는 “우울증은 재발할수록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을 신뢰하고 치료 계획을 성실히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으며, 치료 후 충분히 회복 가능한 질환이라는 믿음이 치료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우울증 극복에는 본인의 노력뿐 아니라 주변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되며, 일기 쓰기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진솔한 대화도 도움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보다는 판단 없이 들어주고 공감하는 태도다. 따뜻한 관심과 지지는 우울감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 우울증 선별도구 (출처: 보건복지부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 총점 27점(문항당 0~3점 / 일주일 이상 2점, 거의 매일 3점)으로 구성

• 5~9점: 가벼운 우울증 / 10~19점: 중간 정도 우울증 / 20~27점: 심한 우울증

지난 2주 동안, 아래 증상들을 얼마나 자주 경험했는지 자가 평가해볼 수 있다.Q1.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흥미나 재미가 거의 없음Q2. 가라앉은 느낌, 우울감 혹은 절망감Q3.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어남, 혹은 너무 많이 잠Q4. 피곤함, 기력이 저하됨Q5. 식욕 저하 혹은 과식Q6.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는 느낌 혹은 자신을 실패자라 느끼거나 가족이 불행하다는 자책감Q7. 신문이나 TV에 집중하기 어려움Q8. 눈에 띄게 느린 말이나 행동, 혹은 초조함과 안절부절 못함Q9.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 혹은 자해에 대한 생각

 

관상동맥시술 받은 당뇨병 환자, 유산소운동 지속하면 심혈관사건 위험 22% 감소

사진. (왼쪽부터) 한정규 교수, 한경도 교수

관상동맥중재시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가 꾸준히 유산소운동을 지속할 경우, 심혈관 사건의 발생 위험을 22%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시술 이후 새롭게 운동을 시작했거나, 시술 전까지만 운동했던 환자도 위험이 약 10%씩 줄어들어 유산소운동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됐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한정규 교수팀(숭실대 한경도 교수 공동연구)은 관상동맥중재시술(PCI)을 받은 당뇨병 환자 8,225명을 대상으로 유산소운동 습관과 심혈관계 치료 성적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17일 공개됐으며, 유럽예방심장학회지(European Journal of Preventive Cardiology) 최신호에 실렸다.

관상동맥질환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환으로, 당뇨병은 이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시술로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치료가 이루어지지만, 당뇨병 환자는 시술 후 재협착 가능성이 높아 예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꾸준한 유산소운동이 당뇨병 및 심혈관질환 환자의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기 위한 이번 연구는 주목할 만한 의미를 갖는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국가건강검진 자료를 활용해 환자들을 ▲운동을 하지 않는 대조군 ▲운동을 새로 시작한 시작군 ▲운동을 중단한 중단군 ▲운동을 지속한 지속군으로 나눴다. 이후 성향점수 가중치(IPW) 모형을 통해 연령, 기저질환, 약물 등 다양한 변수들을 보정하고, 평균 4.9년간의 추적 관찰을 실시했다. 분석 결과, 운동을 지속한 군은 대조군에 비해 주요 심혈관 사건(MACE: 전체 사망, 심근경색, 재관류술, 심부전) 발생 위험이 22% 낮았다. 시작군과 중단군 역시 각각 11%, 12%의 위험 감소를 보였다.

운동량이 과도할 경우 효과가 되려 줄어든다는 점도 확인됐다. 유산소운동량(운동 강도인 MET × 운동 시간)에 따른 심혈관사건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주당 1,000~,499 MET-min에서 위험도가 가장 낮았다. 반면 1,500 MET-min을 초과할 경우 위험이 다시 증가하는 J-커브형 곡선을 나타냈다. 이는 주당 중등도 운동 6시간 이상 또는 고강도 운동 3.5시간 이상일 때에 해당하며, 운동 가이드라인을 1.5~2배 이상 초과할 경우 효과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MET(Metabolic Equivalent of Task)는 운동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저강도 운동은 2.9 METs, 중등도 운동은 4 METs, 고강도 운동은 7 METs로 환산된다. 과도한 운동은 당뇨병 환자에게 저혈당 위험을 유발할 수 있고, 심장기능 저하, 부정맥, 심근경색, 심지어 돌연사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한정규 교수는 “관상동맥중재시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도 시술 후 꾸준한 유산소운동을 통해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대규모 인구 기반으로 처음 입증했다”며 “운동을 중단했거나 새로 시작한 경우에도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환자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는 점에서, 유산소운동의 긍정적인 효과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