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전문가+] 임신의 장애물, 가임기 여성 괴롭히는 ‘이 질환’ 外
난소 기능 떨어트리고 수정란 착상 방해하는 ‘자궁내막증’과 ‘자궁근종’ 자궁내막증·자궁근종 5년간 50% 가까이 증가, 난임 시술도 함께 늘어
난소 기능 떨어뜨리고 수정란 착상 방해하는 ‘자궁내막증’과 ‘자궁근종’이 최근 5년간 크게 증가하면서 난임 시술 건수도 함께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난임 시술은 20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2019년보다 36.7% 증가한 수치다. 난임의 원인은 여성 요인이 34.9%로 가장 많았고, 복합 요인(28.5%), 원인불명(20.8%), 남성 요인(15.0%)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여성 요인에는 난소 및 배란 기능 저하, 난관 문제, 자궁 이상 등이 포함된다.
황우연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난임 사례가 증가하는 것과 함께 자궁내막증과 자궁근종 등 임신에 영향을 주는 부인과 질환이 늘고 있다”며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자궁내막증 환자는 2019년 대비 2023년 49.5% 증가했고, 자궁근종 환자도 같은 기간 47.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질환 증가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과다 노출과 관련이 깊다. 초경이 빨라지고 임신이 늦어지며 출산율이 줄어드는 등의 변화로 월경 횟수가 증가하면서 에스트로겐에 장기간 노출되고, 이는 자궁 질환과 여성암의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각 증상이 없더라도 자궁 건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난임 여성 10명 중 2명, 자궁내막증 동반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외부에서 자라 통증이나 난임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생리통과 증상이 유사해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골반통이나 성교통 등으로 산부인과 진료 중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황 교수는 “자궁내막증의 유병률은 진단 시기와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가임기 여성의 10~15%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난임 여성의 20% 이상이 자궁내막증을 동반하고 있어, 정확한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증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월경혈의 역류나 면역·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난소에 생기면 기능 저하로, 난관이나 복막에 발생하면 주변 장기와 유착돼 난자의 이동과 수정 과정을 방해해 난임을 유발한다.
“골반 내 유착이 심한 경우 자연임신이 어려울 뿐 아니라 시험관 시술 시에도 반응이 떨어질 수 있다”며 황 교수는 “MRI나 복강경을 통한 정밀 진단이 필요하고, 수술 후 재발률과 난소 기능 저하를 고려해 약물 기반의 호르몬 치료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자궁내막증 제거에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은 내막 조직과 유착 부위를 제거해 정상 구조를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다. 최근에는 절개와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고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는 로봇 수술이 주로 시행된다.
가임기 여성 흔한 질환 ‘자궁근종’
자궁근종은 자궁에 생기는 양성 종양으로, 35세 이상 여성의 절반에서 나타나는 흔한 질환이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과 호르몬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무증상이지만, 월경 과다나 생리통, 복부 팽만감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고, 근종 위치에 따라 배뇨·배변 관련 불편감을 유발할 수 있다.
황 교수는 “자궁근종은 위치와 크기에 따라 임신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며 “자궁내막 쪽으로 돌출된 ‘점막하 근종’은 착상을 방해하거나 초기 유산 위험을 높이고, 자궁 근육 내에 생기는 ‘근충내 근종’도 자궁 수축력과 내막 환경에 영향을 미쳐 태아 성장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종의 위치가 임신에 큰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다. 근종은 크기나 개수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 속도가 빠르거나 위치상 제거가 필요한 경우, 수술적 혹은 비수술적 치료 방법을 환자의 상황에 맞춰 결정하게 된다.
“자궁근종은 고강도집속초음파(HIFU) 치료 등 비수술적 방법으로도 제거가 가능하다”며 황 교수는 “자궁 보존이 가능하고 마취나 절개 없이 빠른 일상 복귀가 장점이다. 자궁내막증과 자궁근종 모두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관리하면 임신 계획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검진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속 소아 알레르기 비염 한약치료
봄철 미세먼지와 황사는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아이들에게 특히 큰 고통을 준다. 면역체계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소아는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쉬워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이 심화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재채기, 코막힘, 맑은 콧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으로, 특히 5세 이후 소아에서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단순한 감기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알레르기 비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천식, 축농증, 중이염, 인후염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막힘으로 인해 입으로 숨을 쉬게 되면 수면장애, 두통, 집중력 저하, 성장 지연 등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알레르기 비염 치료를 위해 한약, 외용제, 침 치료 등을 병행하며, 단순 증상 개선을 넘어 면역력 강화와 근본 치료를 도모한다. 한약은 특히 소아에게 안전한 치료법으로 평가받는다. 자연 유래 성분으로 만들어진 한약은 부작용이 적고, 체질에 맞춰 개별 처방이 가능하다.
한의학적 치료의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19개의 무작위 대조 실험을 분석한 메타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한약이 소아 알레르기 비염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Zheng Z 외, J Int Med Res. 2018 Oct;46(10):4006-4018)가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소청룡탕은 만성 비염 환자의 비강 증상 개선과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염증세포 침투를 줄이고 면역세포 활성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Kim MH 외, Complement Ther Med. 2019 Aug;45:50-56 / Ku JM 외, Eur Arch Otorhinolaryngol. 2016 Jan;273(1)).
한약은 미세먼지 등 외부 유해물질에 의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방미란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소아과 방미란 교수는 “한약이 면역 시스템을 조절해 염증을 완화하고, 호흡기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치료 전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해 소아의 증상에 맞는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연구에서도 전통 한약처방 경옥고가 미세먼지에 의한 혈관장벽 손상 반응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음이 확인됐다(Lee W, Bae JS. Int J Environ Health Res. 2019 Jun;29(3):301-311).
한약 치료는 건강보험의 첩약시범사업 대상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을 포함한 6개 질환에 대해 최대 40일까지 보험 혜택이 가능하며, 1개 의료기관에서 1질환에 대해 연간 최대 20일까지 적용된다.
한약 외용제 연고도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최근 연구(Son MJ 외, Clin Otolaryngol. 2019 Nov;44(6):997-1003)에 따르면, 4주간 하루 3회 이상 외용제를 사용한 비염 환자들의 증상이 36.4% 감소했고, 삶의 질 평가 점수는 49.4% 향상됐으며, 비 점막의 부종, 색상 등도 22% 개선되었고 염증성 사이토카인 수치도 낮아졌다.
가정에서의 관리도 중요하다. 기온 변화에 민감한 아이들은 얇은 옷을 겹쳐 입혀 온도를 조절하고, 실내는 서늘하게 유지하며 자주 환기시키는 것이 좋다. 합곡혈이나 영향혈을 지압하거나, 목 뒤의 풍지혈과 대추혈을 따뜻하게 지압하는 것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강동경희대학교한방병원 한방소아과는 비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위해 ‘소아 비염 집중치료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성장상태 점검과 함께 4주간 주 1~2회 한약 치료와 침, 뜸 치료를 병행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 추가 치료를 통해 경과를 지속 관찰하며 개선을 도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