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선제 대응 나선 싱가포르, APSA⸳Age Well SG 등 정책 마련
싱가포르, 80세 이상 인구 10년 만에 65% 증가...고령화 심화 노년층을 위한 친화적 인프라, 지역사회 돌봄, 예방 의료 등 투자 지속
[팜뉴스=김태일 기자] 저출산과 높은 기대수명으로 현재 아세안(ASEAN) 10개국 중 가장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싱가포르가 적극적으로 고령화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싱가포르 인구 통계에 따르면, 2014년 6월 12.4%였던 65세 이상 인구가 2024년 6월에는 19.9%로 증가하는 등 인구의 고령화가 점차 심화하고 있다. 80세 이상의 인구수도 2014년 8만5000명에서 2024년 14만2000명으로 약 65% 증가했다. 이는 2024년 기준 사상 최저치인 0.97명까지 감소한 출산율과, 83세에 달하는 매우 높은 기대수명이 결합한 결과다.
UN 인구 데이터를 인용하면 싱가포르인의 중위연령은 1950년 19세에서 2025년 36세로 급격히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Statisa)는 이러한 증가 추세로 인해 2070년에는 중위연령이 약 58세까지 이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고령화 대응 APSA, 보건⸳고용 등 70개 이상 이니셔티브 담겨
고령화에 따라 의료비 지출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싱가포르의 1인당 정부 의료비 지출은 3096싱가포르달러로 이는 2012년의 911싱가포르달러에서 339% 증가한 수치다. 현지 언론 CNA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노인 케어 예산은 약 17억 싱가포르달러에서 30억 싱가포르달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구 고령화와 지원책 강화로 인해 이 지출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예산안(Budget 2025)을 통해서도 저소득 노인 대상 Matched MediSave Scheme을 최대 1000싱가포르달러 제공하고 장기 간병 서비스 보조금을 최대 10%까지 인상하기로 반영하는 등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최대 21억 싱가포르달러의 노인 케어 지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인구 고령화의 영향에 대응하기 위해 'Action Plan for Successful Ageing'(APSA)과 'Age Well SG'라는 두 가지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2015년에 출범한 APSA에는 보건, 고용, 평생학습, 사회적 지원 등 분야에서 70개 이상의 이니셔티브가 담겨 있다. 이 계획의 목표는 고령자도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사회에 기여하며 보람 있는 삶을 영위하도록 보장하는 데 있다. APSA의 주요 정책으로는 평생학습을 위한 국립 실버 아카데미(National Silver Academy), 고용 및 은퇴 지원, 의료 및 웰니스, 주택과 교통의 고령친화적 개선 등이 포함된다. 이 계획은 15개 이상의 부처 및 정부 기관이 협력하는 범정부 차원의 노력으로 추진되며, 2023년에 인구구조 및 경제 여건 변화에 맞춰 개편됐다. 개편된 APSA는 디지털 문해력 제고와 고령자 고용 등 새로운 필요에 초점을 맞추어 강화됐다.
Age Well SG는 2023년에 시작된 또 다른 계획으로, 주택, 교통, 활기찬 노년 활동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 기반 고령화 대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계획은 고령자가 지역사회에서 적극적이고 독립적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Age Well SG의 주요 내용은 노년 활동 프로그램 제공을 위한 센터(Active Ageing Center) 확충, 주택 및 교통의 고령 친화적 인프라 개선, 지역사회 돌봄 및 예방 건강관리 등이다.
이러한 정책들이 시행되면서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율 상승 등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4년 12.3%에서 2024년 18.9%로 높아져, 고령 인구 증가와 이들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는 정책 효과를 보여준다. 또한 싱가포르의 일간지 Today에 따르면, 2023년 4월 기준 약 28만3900가구가 Age Well SG의 일환인 '활동적인 노인을 위한 편의 증진(Ease)' 프로그램에 따라 노인 편의시설 설치 지원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에는 이후 휠체어 리프트 등 더 많은 편의 기능이 추가됐다. 이처럼 Age Well SG 아래 추진되는 다양한 지역사회 프로그램들은 싱가포르의 사회 기반 시설을 더욱 노인 친화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국가의 정책 우선순위가 고령화 대응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실버 경제의 부상으로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참여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버 경제의 부상, 관련 산업 성장 기회
노년층을 위한 친화적 인프라, 지역사회 돌봄, 예방 의료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면서 여러 산업 분야에서 관련 제품과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부문에서 혁신 기업들이 싱가포르의 관련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관련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산업은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분야다. 고령자가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돕는 기술은 싱가포르가 예방 중심 및 재택 돌봄 체계로 전환함에 따라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Prudential의 ‘Digital 100’ 연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싱가포르인의 절반 이상이 보다 오래 건강하게 생활하는 데 모바일 기기와 앱이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답했다. 이는 싱가포르가 지역사회 기반의 기술 활용 돌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 솔루션을 해외 기업이 도입할 기회가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부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확대함에 따라 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스마트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동 생체신호(vital sign) 모니터, 로봇 재활 시스템, 스마트 병원 침대와 같은 제품이 포함된다. 싱가포르의 탄톡셍 병원(TTSH)은 2022년 말 스마트 병동을 개설하여 첨단 기술 도입으로 의료인력 부족에 대응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에 대비하고 있다.
Kotra 싱가포르 무역관은 "초고령 사회를 향해 나아감에 따라 APSA와 Age Well SG와 같은 종합적인 정책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면서 "이러한 이니셔티브들은 고령화에 따른 고용, 의료, 인프라, 디지털 포용 등 다각적인 과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싱가포르의 인구 고령화는 경제 및 사회 구조의 변화를 주도하고 이러한 흐름을 이해하고 한국의 혁신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과 솔루션을 진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면, 싱가포르의 고령화 전환 과정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실버 케어 경제는 새로운 성장 분야로 부상하여, 소비자 건강 기술에서 스마트 노인 케어 솔루션,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