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산’에게 실버세대의 주거를 묻다

[이충우 교수의 실버 마이닝(Silver mining) 시리즈]

2025-03-27     김응민 기자
숙명여자대학교 이충우 교수

3월입니다. 꽃샘 추위가 가끔 훼방을 놓지만, 캠퍼스는 시작과 활기가 넘쳐납니다. 신입생들에게 학교는 새집과 같겠지요. 누구나 처음에는 새로운 환경에 낯설기 마련입니다. 비록 낯설지만, 어느새 정붙이고 즐겁게 살고 싶어지는 그런 집처럼 말입니다.

성인이 되어 가정을 이루고 나이 듦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우리는 집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요? 신혼의 단꿈이 농익어 가던 너와 나만의 집, 아이들의 성장과 온 가족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던 우리 집, 어느새 독립한 자녀들의 빈 자리가 커 보이는 노년기의 집, 대략 생애주기에 비추어 보면 크게 세 개의 국면이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여기서 저는 실버세대의 주거 환경과 가구 형태에 주목하려 합니다. 우선 실버층은 은퇴 이후의 시기에 누구와 살아갈까요? 2024년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국내 전체 1인 가구는 327만, 2인 가구가 85만으로 늘어났습니다. 오히려 셋 이상의 4인 가구는 123만이나 감소했습니다. 이를 퍼널링 해보면 전체 1인 가구 중 60세 이상의 실버층 가구는 241만 증가했습니다.

앞으로는 어떨까요. 통계청의 2024년 장래가구추계를 살펴보면 60세 이상의 1인 가구는 2022년에서 2052년까지 321만이 늘어납니다. 구성비로는 60세 이상이 2022년 35.1%에서 2052년 60.3%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해를 돕자면 지금 우리의 가구 형태는 전체 가구 열 개 중 네 개(35.5%)가 1인 가구이고, 전체 1인 가구 열 개 중 네 개(36.4%), 무엇보다 2052년이라는 미래에는 전체 1인 가구 열 개 중 여덟 개(84.6%)가 60세 이상의 실버층인 셈입니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젊은 세대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라는 하는 방송 콘텐츠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상상을 해봅니다. ‘앞으론 실버층이 1인 가구의 대세가 될 텐데 그렇다면 구성 내용 또한 실버층의 멋진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닐까?’ 실제 실버층은 통계청이 2021년 실시한 사회조사에서 자녀와 같이 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네 명 중 세 명(75.7%)이 ‘따로 살고 싶다’라고 응답했습니다.

나 혼자 살아가는 노년기의 집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주거 환경을 매크로하게 보면 정주(settlement)의 개념에서 입지(location)와 주변 환경(neighborhood), 거주 특성(residential characteristics)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첫째 실버층에게 ‘입지’는 세대와 어울림이 가능한 곳이어야 합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넘치는 곳이 좋습니다. 둘째 ‘주변 환경’에는 자연 친화성, 안전성, 생활 편의성, 사회성이 중요합니다. 특히 실버층들 간의 소셜라이징과 커뮤니티가 활발한 곳이어야 합니다. 셋째 ‘거주 특성’은 실버층에게 미치는 정주 안정성(settlement stability)입니다. 즉 그들의 생활권 안에서 안정적인 편안함을 가지는 정도를 의미하며, 이는 삶의 질과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이 바로 자신에게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 머무르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입니다.

한편 미시적 측면에서 실버층이 선호하는 주거(housing)는 그들이 거주하는 물리적 공간, 즉 주택과 그 환경을 의미합니다. 여기에는 주택의 유형, 구조, 품질, 그리고 시설과 설비의 특성 등을 포함하죠. 노화로 인해 저하된 거주 활동을 개선해 주는 스마트 홈 서비스가 잘 구축될수록 좋습니다. 이상적인 주거 모델은 분명 존재합니다. 다만 실버층 개개인이 살아온 지역사회, 계층, 성장배경, 경제적 특성 등에 따라 상대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나 홀로 살아가는 노년기의 집은 ‘정주’와 ‘주거’라는 상호보완적 개념 속에 논의되고 ‘AIP’에 기반하여 개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미 정부 정책의 방향은 시장에서 대형 디벨로퍼를 움직이게 하는 유인책을 내놓고 있고, 이미 공공의 영역에서는 주택 개조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부동산 관점에서 신축(brand new home)을 선호할 것인가와, 아니면 정주 및 주거의 질적 가치 제고에 기반한 똘똘한 구축(smart home)을 선호할 것인가와 같다고 할 수 있다면 지나친 억측일까요. 실버비즈니스를 바라보는 시각은 마치 내가 오르는 산의 어느 위치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높이 오를수록 전경,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글. 숙명여자대학교 실버비즈니스학과 이충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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