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전문가+] 혹시 우리 아이도.. 5년 새 성조숙증 환자 급증 外

서구화된 식습관에 따른 소아비만이 원인일 수 있어 적정 시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

2025-03-17     우정민 기자

 

사진. 남효경 교수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 A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딸이 또래보다 키가 크고 체중도 많이 나가는 편이어서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병원을 찾았고, 최근 진성 성조숙증을 진단받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10만 8,575명이었던 성조숙증 환자 수는 2023년 18만 6,726명으로 5년 새 약 70% 이상 크게 늘었다. 성조숙증은 2차 성징, 즉 사춘기가 병적으로 빨리 나타나는 질환이다. 사춘기가 되면 잠자고 있던 뇌하수체 호르몬 축이 활성화되는데, 이 축의 이른 활성이 원인인 경우를 진성 성조숙증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여아는 만 8~13세, 남아는 만 9~14세 사이에 사춘기가 시작된다. 그러나 키 성장 속도가 또래보다 지나치게 빠르고, 만 8세 이전 여아의 가슴에 몽우리가 만져지거나, 만 9세 이전 남아의 고환이 커지는 증상 등이 보인다면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전문적인 진료를 받아야 한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유전적 요인과 소아 비만, 내분비계 교란 물질 같은 환경적 요인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고지방·고칼로리 음식의 과다 섭취로 인한 소아 비만이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플라스틱 제품과 같은 환경호르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도 원인 중 하나이다. 한편, 유전적인 요인도 큰 영향을 주기에 부모의 성장 이력도 꼭 확인해봐야 한다. 아빠, 엄마 혹은 다른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사춘기가 남들보다 빨랐다면 자녀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성조숙증은 문진 및 신체검사, 골(骨) 연령 검사와 성호르몬 수치 검사를 통해 진단되며, 진성 성조숙증은 호르몬 주사(생식샘자극호르몬 방출 호르몬 작용제)가 주된 치료 방법이다. 호르몬 주사제는 4주 간격, 12~13주 간격, 6개월 간격 주사가 있으며, 대략 2~3년의 기간이 소요된다. 해당 치료를 통해 또래와 비슷하게 사춘기 시기를 맞춰 성장 조절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성장판이 조기에 닫히는 것을 조절하여 최종 성인 키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편, 최근 사회적으로 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춘기를 늦추는 치료도 늘고 있는데, 약간 이른 사춘기이거나 느리게 진행되는 진성 성조숙증에서는 해당 치료가 불필요하다. 따라서 성조숙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고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남효경 교수는 “진성 성조숙증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에는 치료를 가능한 한 일찍 그리고 꾸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과도한 성호르몬 분비를 막아 사춘기 시작을 또래와 비슷하게 맞추고, 예상 성인 키 손실을 최소화해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쉰 목소리, 혹시 암일 수도? 두경부암 신호 놓치지 마세요

 

사진. 권순영 교수

두경부는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기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곳에 암이 생기면 호흡, 음식 섭취, 발성 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해부학적으로 두경부는 쇄골과 폐의 상부에서 두개저까지의 부위를 지칭하는데, 두개저는 두개골의 바닥 부분으로 뇌를 받쳐주는 머리뼈를 말한다. 이 부위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관에 생기는 암, 즉 구강에 생기는 구강암, 목구멍에 생기는 인두암과 후두암, 식도 입구에 해당하는 하인두암, 코 주변에 발생하는 부비동암, 비강암, 귀밑과 턱밑에 생기는 침샘암 등이 두경부암에 속한다.

주요 원인으로는 흡연과 음주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두경부암 발생 위험이 12~15배 정도 높아지며, 흡연과 음주를 함께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한다. 최근에는 인유두종 바이러스와 연관된 두경부암의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데, 인유두종 바이러스가 두경부암의 일종인 구인두암의 발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생 부위만큼이나 초기 증상도 다양하다. 구강암의 경우 입술, 잇몸, 혀 등에 단단한 덩어리가 생기거나 오래 지속되는 통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음식을 씹거나 삼킬 때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구강암 중 가장 흔한 설암은 혀에 궤양이 생기고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귀 주변이나 턱 아래에서 혹이 만져진다면 침샘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비인두암은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코막힘,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후두암의 경우 쉰 목소리가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 점차 심해지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만약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고, 목에 이물감이 들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어렵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먼저 이학적 검사를 실시한다. 전문의가 시진, 촉진, 타진, 청진 등으로 환자의 이상 유무를 판단한다. 이와 함께 코와 입을 통한 내시경으로 의심 부위를 정확히 확인하고 CT, MRI, PET-CT 등 영상의학 및 핵의학 검사와 세침흡인검사, 조직 검사 등을 통해 확진한다. 특히 세침흡인검사는 얇은 바늘로 병변의 세포를 소량만 채취하여 진행하는 비교적 안전한 검사인데, 암을 감별하는 정확도는 90% 이상이다.

치료의 기본 원칙은 수술로 종양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경부암의 경우에는 여느 암들과는 달리 생존율 이외에도 살펴야 할 부분들이 많다. 먹고 말하고 호흡하는 기관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암의 제거는 물론이고, 기능의 보존과 재건 수술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 전후로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 등을 병행하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고 재발률도 낮출 수 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권순영 교수는 “두경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목 부위는 매우 좁고 중요한 혈관과 신경들이 지나는 통로이기 때문에 굉장히 섬세한 수술이 필요하다. 또한 절제 범위를 결정하는 데에도 의사의 전문성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 혀에 암이 생겼을 때 그 부위를 넓게 절제하면 재발률은 낮아지겠지만 환자의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재발률 감소와 신체 기능의 보존 정도를 고려해서 최적의 수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데 의사의 숙련도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암이 일정 수준 이상 진행되면 수술 과정에서 상당한 조직 결손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재건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일례로 후두암으로 인해 후두를 절제한 경우 인공성대를 삽입해야 하며, 하인두암으로 인해 인두를 제거하면 피부를 절개해 인두 형태를 만든 후 이식하는 재건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 다행히 재건 수술과 적절한 재활 치료를 병행하면 많은 환자가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으며, 수술 이후에는 삼킴장애, 발성 장애, 조음 장애 등을 극복하기 위한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반드시 피해야 하며, 구강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남녀 모두 젊은 나이인 12~26세에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해당 바이러스와 관련된 구인두암 혹은 구강암의 발생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성인 10명 중 4명 가까이 비만, 올바른 비만 치료법

 

사진. 전지은 교수

비만은 체내에 지방조직이 과다해진 상태를 말한다. 비만 자체로는 별다른 의학적 증상이 없지만, 대사질환과 심혈관 질환과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 비만 치료의 혁명이라 불리는 주사제 ‘위고비’가 도입되면서 비만의 약물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전지은 교수와 함께 올바른 비만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체내 지방이 과다하게 쌓인 ‘비만’

비만은 체지방량이 과도해서 신체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저하되는 만성적이고 전신적인 질병 상태를 의미한다. 진단은 보통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일차적인 비만도를 적용하며, 거기에 더해 허리둘레를 재서 복부비만을 평가하거나 덱사(DEXA)나 인바디(InBody) 같은 체성분 분석 기계를 통한 체지방량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한국인의 비만 기준은 체질량지수 25㎏/m² 이상으로 정의되며, 허리둘레는 남자는 90㎝, 여자는 85㎝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만으로 인해 장기 기능 이상이 동반되거나 기본 활동이 제한되는 경우를 “임상적 비만병”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최근 10년간 계속 증가, 성인 유병률 38.4%

비만 인구는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증가 중이며, 우리나라도 최근 10년 이상 계속 증가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비만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비만 유병률은 2013년 30.6%, 2022년 38.4%로 늘었다. 성인 복부비만도 2013년 20%에서 2022년 기준 24.5%까지 증가했다. 과거에는 비만을 단순히 미용적 측면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비만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비만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질병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비만’ 당뇨병·고혈압·심뇌혈관질환 위험 높이는 대사증후군 주원인

비만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비만이 대사증후군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이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을 비롯해 혈압 상승,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등 여러 건강 문제를 일으키는 위험인자가 함께 나타난 상태를 말한다. 대사증후군은 여러 대사질환과 심뇌혈관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높은 사망률과도 관계가 있다. 따라서 대사증후군 환자는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해 동반 질환의 위험도를 낮추는 전략이 중요하다.

대사증후군 예방의 핵심, 복부비만 개선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공복혈당, 중성지방, 고밀도콜레스테롤, 혈압으로 확인하며, 이 중 세 가지 이상 기준치를 넘으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한다. 대사증후군의 치료는 동반 질환을 각각 치료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으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복부비만을 개선하는 것이 예방의 핵심이 된다. 주 5회 이상 3060분의 유산소 운동과 23회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좋고, 술은 안주나 음식을 곁들이게 되어 열량 섭취가 높아지기 때문에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금주가 필요하다.

비만 치료는 식사·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부터

그렇다면 비만은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좋을까? 먼저 식사 조절과 운동을 포함하는 생활습관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생활관리만으로 원하는 만큼의 체중 감량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면 약물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최근 비만 치료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주사제 ‘위고비’의 도입으로 비만 약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위고비 등 주사제, 적게 먹어도 배부른 효과

약제는 먹을 수 있는 경구약제와 주사제로 나뉜다. 경구약제는 지방을 변으로 배출시키는 ‘제니칼’, 중추 신경계에 작용해서 식욕을 억제하는 ‘콘트라브’와 ‘큐시미아’가 있다. 주사제로는 매일 맞는 주사제인 ‘삭센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맞는 주사제인 ‘위고비’가 있다. 주사제는 위 운동을 느리게 하고 소화물이 천천히 내려가게 만들어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 효과를 보이며 식욕도 억제한다. 다만 위 운동 속도가 느려지면 장 운동 역시 느려지다 보니 변비와 같은 위장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전문의와 함께 자신에게 맞는 비만 치료법 찾아야

비만 치료는 먼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본인에게 맞는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환자마다 비만 약제에 대한 반응이나 부작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여 결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만 약제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다이어트 보조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보조제는 소비자가 성분이나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렵고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된 바가 없어 복용할 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비만 치료는 동반질환을 호전시키고 건강한 삶을 찾는 것

비만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미적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고, 비만으로 인한 동반 질환을 호전시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전지은 교수는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금씩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습관이 중요하고, 운동도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이, 걷기, 계단 오르기와 같은 일상에서 즉시 실천할 수 있는 쉬운 운동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체중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된다”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