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반려동물에게 '제대로 된 치료제'를 개발해야 하는 이유
큐라클 전략기획실 전현주 차장(이학박사) 인터뷰
[기획] 가족이 된 반려동물…But 여전히 부족한 반려동물 '전용' 의약품
[기획] 안전성평가연구소 반려동물신약개발사업단 한수철 단장 인터뷰
[기획] 큐라클 전략기획실 전현주 차장(인의약품 CU06 반려동물 의약품 확장 프로젝트 총괄) 인터뷰
[팜뉴스=김응민 기자] 반려동물이 우리 삶에서 가족과 다름 없는 존재가 되면서 이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령 반려동물의 경우, 마치 사람처럼 고혈압, 녹내장, 심장병, 암 등 다양한 질환들이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만성신장질환(CKD)은 반려견 및 반려묘 모두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한번 발병하면 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며 생명의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온 치료제들은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에 그쳐, 근본적으로 질환을 개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높은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반려동물용 의약품 신약 개발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바로 '큐라클'이다. 큐라클은 인체용 혈관내피기능장애 차단제로 개발 중인 'CU06'의 반려동물 의약품 프로젝트로 반려견 만성신장질환(CKD) 치료제 'CP01-R01'을 개발하고 있다.
큐라클은 지난 21일 CP01-R01의 임상3상 개시미팅을 개최하며 본격적으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이에 팜뉴스는 금번 '반려동물 신약개발 기획특집'으로 큐라클에서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을 총괄하는 전현주 차장(이학박사)를 만나 CP01-R01 치료제 개발 전략과 향후 전망 등을 짚어봤다.
# 본인 프로필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저는 난치성 혈관질환 특화기업 큐라클 전략기획실에서 근무하며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2014년 박사학위 취득 이후, 인의약품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며 신약 개발의 전반적인 과정을 경험해 왔다.
이후 2022년부터 반려동물 신약 개발과 의료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해당 분야로 관심을 확장했고 지금은 큐라클에서 반려동물 치료제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큐라클에서 진행 중인 'CP01-R01'을 포함해 다양한 반려동물 치료제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반려동물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특히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에서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뿐만 아니라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전략적 접근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 큐라클이 인의약품으로 개발 중인 'CU06'을 반려동물 의약품 'CP01-R01'로도 확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현재 인체용 의약품으로 개발 중인 CU06은 혈관내피기능장애 차단제로, 당뇨병성 망막부종(DME)과 습성 황반변성(wAMD) 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로, 현재 미국에서 당뇨병성 황반부종 임상 2a상을 완료하고 임상 2b상을 준비 중이다.
CU06은 개발 초기 진행한 눈, 심장, 신장, 뇌 등 총 9종의 혈관 관련 질환 동물모델 실험에서 우수한 효능을 확인했다. 특히 만성신장질환 동물모델에서의 치료 효과가 해외 저명 학술지에 게재되며 그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하였다.
신장은 혈관이 집중적으로 분포된 기관이며, 혈관 기능 저하는 곧 신장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혈관내피기능장애는 만성신장질환(CKD, Chronic Kidney Disease)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CU06의 기전이 만성신장질환 주요 원인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재 반려동물의 만성신장질환 치료는 수액처치, 이뇨제, 혈압강하제 등의 대증요법에 의존하고 있어 근본적인 치료법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질병의 근본적 원인인 혈관내피기능장애를 차단하는 CP01-R01을 반려동물 치료제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큐라클은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에 전문성을 보유한 '반려동물신약개발 사업단'과 지난 2023년 MOU 및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2024년 ‘반려동물신약개발 사업단’ 과제가 성공적으로 종료되고 해당 협력은 안전성평가연구소 산하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로 이어지며 보다 확장된 연구개발 단계로 지속되고 있다.
반려동물신약개발 사업단과 메가프로젝트는 국가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국가책임과제 수행기관으로, 해당 협력을 통해 CP01-R01을 반려동물 만성신장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 반려견 만성신장질환(CKD) 치료제로 개발 중인 CP01-R01의 개발 단계는 어떤 상황이며, 해당 치료제의 핵심 기전과 주요 효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CP01-R01'은 신장의 혈관 기능을 개선하는 것을 핵심 기전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로 현재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신장의 사구체는 수많은 모세혈관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모세혈관을 이루는 혈관내피세포의 건강이 신장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만약 혈관내피세포 기능이 저하되면 신장 조직의 염증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신장의 주요 기능인 여과 기능이 손상되어 단백질(알부민)이나 적혈구 같은 필수 물질들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CP01-R01은 이러한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을 보호하고 강화함으로써 신장의 여과 기능을 유지하고 손상을 방지한다.
실제로 만성 및 급성 신장질환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CP01-R01이 혈관 손상을 억제하고 염증을 감소시키며 신장 조직을 보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신장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고 질병의 진행을 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CP01-R01의 주요 기전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주요 효능은 신장 기능 유지, 단백뇨 감소, 염증 억제, 혈류 개선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기존 CKD 치료제들이 주로 대증 치료(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CP01-R01은 신장 조직 자체를 보호하는 기전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반려동물 CKD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CP01-R01은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에서도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 앞서 언급한 CP01-R01의 반려견 만성신장질환 치료제 임상3상의 주요 디자인과 향후 일정은 어떻게 되는가?
올해 1월에 동물용 의약품 임상시험 인허가를 담당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만성신장질환 반려견 대상으로 하는 CP01-R01의 국내 임상3상 시험을 승인 받았다.
이번 임상시험은 전국 30여 개의 동물병원에서 만성신장질환을 앓고 있는 반려견 60마리를 대상으로 진행되며, 총 12주 동안 CP01-R01 또는 위약을 경구 투여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게 된다.
현재는 임상시험계획이 승인된 상태이며 3월부터 본격적인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임상3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에는 품목허가 절차를 거쳐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며 임상시험 진행과 더불어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 CP01-R01의 개발이 완료된 이후 기대할 수 있는 효과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또, 기술이전이나 해외로의 완제품 수출 등 앞으로의 사업화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반려견 만성신장질환은 10세 이상의 노령견 중 약 30%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현재까지 신장 기능 저하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고 사망률이 매우 높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CP01-R01은 혈관내피기능장애 차단을 통해 신장 손상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기전의 치료제로, 기존 치료방법 대비 더 나은 치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신약이 상용화된다면 만성신장질환으로 고통받는 반려견들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반려동물용 전문 치료제가 확대됨에 따라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CP01-R01은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기전을 바탕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 임상3상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단계이며 성공적인 결과가 도출될 경우 국내 허가를 신속히 진행한 후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특히 반려동물 의료 시장이 크고 동물용 의약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국가들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을 주요 타겟으로 고려하고 있다.
또한 'CP01-R01'은 기존에 큐라클에서 인체용 의약품 'CU06'의 반려동물용 확장 버전으로 개발된 만큼, 다양한 혈관 관련 질환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나 동물용 의약품 전문 기업과의 기술이전(License-out) 협력, 의약품 공동개발 및 유통 파트너십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화 기회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실제로 많은 곳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당사의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 현황에 대한 문의를 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회사들도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 확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큐라클은 앞으로도 'CP01-R01'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반려동물 치료제 분야에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및 사업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 CP01-R01은 현재 '반려견' 만성신장질환(CKD)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는데, '반려묘(고양이)'로의 확장 가능성도 있는 것인가?
CP01-R01은 신장 혈류 개선 및 혈관 보호를 핵심 기전으로 하기 때문에 반려묘에서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고양이 신장세포를 활용한 실험에서 CP01-R01이 신장세포 보호 및 염증 개선 측면에서 탁월한 효능을 보인 바 있다.
만성신장질환은 반려견 뿐만 아니라 반려묘에서도 매우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으로 고양이의 주요 사망 원인 중 두 번째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반려묘에서 CKD의 유병률은 연령 증가와 함께 현저히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에 따라 많은 보호자들이 반려묘의 신장 건강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조기 대응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큐라클은 이러한 연구 결과와 시장 상황을 기반으로 반려묘 대상의 추가 연구에 대해서도 안전성평가연구소와 논의 중에 있다. 향후, 성공적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대상동물의 확장이 이루어진다면 반려묘 CKD 치료제 시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 혈관내피기능장애 차단제의 특성 상 CP01-R01이 신장 뿐만 아니라 혈관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 기관에서 발생하는 타 질환에도 효과가 있을 것 같다. 향후 반려동물 의약품 관련해 추가적인 개발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 임상연구를 통해 데이터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확정지어 얘기할 수 없지만, 기존에 눈, 뇌, 폐, 종양 등 9가지 동물 질환 모델에서 효능을 입증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CP01-R01을 투약 시 신장 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도 함께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인의약품에서 블록버스터 약물로 자리매김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도 처음에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타깃으로 개발되었지만, 이후 여러 적응증을 추가하였고 두 개 이상의 자가면역질환을 보유한 환자에게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CP01-R01 역시 다양한 난치성 혈관질환 치료제로의 적응증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해 큐라클은 현재 CP01에 이어 'CP02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물질 기반의 치료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CP02는 반려동물 의약품 전용 신약후보물질로 선정된 저분자 화합물로, 기존의 인체용 신약을 확장한 개념이 아닌 반려동물 전용 의약품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특히, 큐라클의 'SOLVADYS' 플랫폼을 활용해 혈관내피기능장애 차단에 우수한 물질을 선발하고 개발 중에 있으며, 현재 반려동물 시장에서 미충족 수요가 높은 혈관내피기능장애 관련 질환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적응증을 선정할 예정이다.
향후 CP02의 적응증이 확정되면,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정부기관 및 연구기관 등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기준에 맞는 연구 및 규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속한 전임상 및 임상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혁신적인 반려동물 치료제를 개발하며, 반려동물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도 큐라클은 반려동물 의약품 분야에서 지속적인 파이프라인 확장을 이루고 반려동물 치료제 연구개발을 강화해 나가겠다.
# 끝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요즘 들어 반려동물은 단순히 함께 사는 존재가 아니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 주변에서 아픈 반려견을 간호하며 밤잠을 설쳐가며 애쓰는 보호자들을 지켜본 경험이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점점 쇠약해지는 반려견을 보면서 보호자분이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버텨가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무척 가슴 아팠다.
제대로 된 치료법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만 하는 그 무력감과 절박함이 얼마나 큰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라 생각한다.
반려동물 의약품 개발이 인의약품 개발 수준으로 관심과 기준이 높아져야 하는 까닭이다. 단지 반려동물을 '조금 더 편하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나을 수 있는' 치료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반려동물들이 더 건강하게, 더 오래 곁에 머물 수 있도록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