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트럼프 2.0 출범, FDA 기조 변화 대응 방안은 ⑧한국응용약물학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대응 방안 한국응용약물학회 천영진 회장(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2025-03-26     김태일 기자
한국응용약물학회 천영진 회장(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미국 제약·바이오 산업에는 여러 정책적 변화가 예상되며, 전문가들과 매체들은 이러한 변화가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요한 분석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과제중의 하나인 미국의 약가 인하 정책과 가격 투명성 강화,  FDA 승인 절차 간소화 등으로 인해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 CRO, CDRO, CDMO 기업들에게 반사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도 있다. 또한, 생물보안법 추진으로 중국 기업의 영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아져,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이 미국 제약 시장에서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정책중 하나인 ‘자국이익의 확대’ 정책을 고려하면 이러한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견해도 충분히 귀담아 들을 만하다. 보호관세 문제와 자국 내 생산 우선 정책은 미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국 바이오 업체에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될 가능성도 상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의약품에 대해 보호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발표되기도 하였다. WHO 탈퇴로 인한 세계 백신 개발 및 공급의 차질과 M&A 시장의 규제 완화로 인한 인수 합병 시장 활성화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산업, CDMO 산업 외에도 유전자 시퀀싱 서비스, 유전자 치료제 개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비임상 약리독성 연구 CRO 산업 등이 일차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영역으로 파악되고 있다. 생물보안법의 입법화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유전자 시퀀싱 및 유전정보의 활용, 비임상 동물 시험 및 인간 오가노이드 모델 적용과 고도화 동물 모델의 활용 등에서 위험 회피를 위한 전략 수립은 관련 기업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사항으로 파악된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활용해야 할 부분이 FDA 승인 절차 간소화 동향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규제 완화를 통해 신약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개발 기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이 예상된다. 이는 혁신적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의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여 관련 기업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제약·바이오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FDA의 신약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다양한 방안을 이미 갖추고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이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심사 및 허가 촉진 프로그램은 네 가지 카테고리로 나뉘어 진다. 먼저 패스트 트랙 (Fast Track)은 기존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부족한 중증 질환이나 새로운 치료제가 시급한 경우, 즉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큰 질환인 경우, 신속한 심사의 대상으로 지정해 준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제도이다. 임상 시험 데이터를 수시로 제출하여 FDA와의 잦은 회의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으며 임상 시험 전 단계에서도 신청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다른 주요 신속 프로그램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리나라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종종 신약 개발 과정에서 활용하는 제도로 한미약품의 단장증후군 치료제인 LAPS-GLP2, 이연제약의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 (NG101) 등이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바 있다. 두 번째로 혁신 치료제 지정 (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는 임상 1상 혹은 2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치료법보다 현저하게 우수한 임상 효과 혹은 부작용 개선을 보이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증질환에 대한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해, 개발과 심사 과정에서 FDA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신속한 승인 절차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대개 암이나 뇌졸중, 조직손상 등의 중증질환에 대해 신청과 승인이 이루어지지만 자폐증과 같은 치료제가 없는 질환에 대해서도 승인이 이루어지고 있다. 혁신치료제로 지정을 받은 경우에는 거의 100% 우선 심사 (Priority Review)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매우 혜택이 큰 프로그램이지만 국내기업들에게는 아직 많은 성공 사례가 보고되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치료효과와 부작용 감소가 확인된 중증 질환 분야에서는 본격적으로 신약허가 심사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우선심사 (Priority Review)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일반적인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을 10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하여 신속하게 심사해 준다. 마지막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은 중증질환에 대해 매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의약품 후보에 대해 임상 3상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기 전에 우선적으로 승인을 해 주고 추후 관련 데이터를 추가로 제출하게 하여 최종적인 임상적 이점을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제도이다. 이 경우 지속적인 임상 시험이 필수적이며 경우에 따라 승인 취소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2024년 미국에서 허가된 총 50건의 의약품 중 33건(66%)의 신약허가신청이 ‘신약허가관련 신속심사프로그램’ 제도를 활용하여 진행되었다. 이를 활용 제도 분야별로 보면 신속심사 (Fast Track)가 50개 중 22개로 44%, 혁신신약 지정 (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을 활용한 경우는 18개로 총 허가의약품의 36%, 우선심사 (Priority Review) 활용은 전체의 56%, 가속승인 (Accelerated Approval)을 획득한 것은 7개로 총 14%에 달하고 있어 우리나라 제약업계 및 바이오벤처들의 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에 적합한 신약개발에 보다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Fast Track 지정에 대해서는 여러 승인 사례가 있지만 혁신신약 지정 이상의 분야에서는 우리나라의 활용 사례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편 이러한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최근 우리나라 제약 바이오업계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신약허가 관련 분야가 희귀의약품지정 (Orphan Drug Designation; ODD)이다. 이는 환자수가 많지 않은 유전성 질환이나 희귀질환에 대해 치료 후보물질로 가능성을 인증 받는 제도로 신약허가와 관련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희귀 난치성 유전질환 외에도 총 환자 20만명 이하의 암은 대부분 ODD 지정의 대상이 되므로 다양한 질환군에서 ODD 지정을 시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24년 총 21개의 신약후보물질의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아 전년대비 30% 이상의 신장률을 기록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의약품이 ODD 지정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며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많은 경우에 신속허가 관련 프로그램 진입으로 이어질 것이다.

단순 허가 관련 제도의 활용 측면 외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신약개발 효율 증대를 위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요구되는 임상시험 단계나 규모를 조정하여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으며 임상 현장에서의 실사용 데이터 (Real-World Data)를 임상 시험과 신약승인 과정에서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또한 전반적인 규제 완화 및 자율성 확대를 통해 신약 개발을 촉진하는 정책이 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어 보다 전향적인 임상 전력의 수립과 실행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AI의 개발과 활용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약 후보 물질 발굴, 임상시험 설계, 데이터 분석 등 신약 개발의 여러 단계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는 국내 제약기업과 바이오벤처들에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규제 완화와 지원 확대는 이러한 AI 기반 신약 개발을 더욱 가속화하고 적극 활용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흔들리는 시계추를 한쪽 방향으로 당겼다 놓으면 가운데서 멈추지 않고 원하는 지점보다 멀리 갔다가 결국 가운데에 멈추게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기조는 분명하지만 구체적인 정책들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매우 심한 상태가 한동안 유지 될 것이다. 이러한 외부 환경의 변화 속에서 국내 제약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관찰과 대비 태세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