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최광훈 대한약사회장과 그가 남긴 것들

[인터뷰] 제40대 대한약사회 최광훈 회장 "임기 첫 해 화상투약기 '삭발 투쟁'이 가장 기억에 남아…많은 분들에게 감사"

2025-03-11     김응민 기자

그간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팜뉴스=김응민 기자] 지난 3년간 대한약사회장으로 재임하며 약사사회를 이끌었던 최광훈 회장이 그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화상 투약기 시범사업 저지를 위한 '삭발 투쟁'을 단행했으며 임기 동안 공공심야약국 법제화, 비대면 진료 약배송 저지, 지역통합돌봄법 법제화,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등 다양한 성과를 이뤄냈다.

회장 임기 동안 거의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는 최 회장은 지난 3년의 시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최 회장이 지난 10일 대한약사회관에서 출입기자단과 진행한 약식 인터뷰를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대한약사회 제40대 최광훈 회장

# 3년의 임기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

대한약사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머리를 깎았던 것'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회장으로 임명된 직후에 화상투약기 시범사업이 시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치 펀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당시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연일 시위를 진행했고 약사들의 직능 수호를 위해 삭발 투쟁까지 단행했다. 또한 박민수 차관을 비롯한 보건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여러 가지 사항들을 설명한 것이 기억난다.

재밌는 것은 취임하자마자 이처럼 어려운 일을 겪고 나니, 그 이후부터는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대응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앞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 대한약사회장으로 재임하며 많은 성과들을 이뤄냈다. 대표적인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우선 공공심야약국 법제화를 꼽을 수 있다. 공공심야약국은 심야 및 공휴일 등 취약시간대에 약사의 대면 복약지도를 통해 의약품 안전사용과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365일 매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운영하는 약국이다.

하지만 휴무 없이 365일 심야 시간에 근무해야 하는 탓에 참여역국 모집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예산안 전액 삭감 등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최종적으로 공공심야약국 설치·운영에 대한 약사법 개정과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제도화에 성공했다.

지금은 연간 100억원이 넘어 가는 예산이 공공심야약국에 편성되고 있으며 각 지자체에서는 서로 나서서 더 많은 공공심야약국을 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공심야약국은 국민 건강 증진과 안전한 의약품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제도이며 앞으로 편의점 상비약 품목확대 등 약사 직능을 위협하는 부분에서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지역통합돌봄법이 있다. 작년에 해당 법안이 만들어져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데, 통합지원 대상자인 노인·장애인·정신질환자에 대한 약사 복약지도를 포함해 다양한 약료 서비스가 법제화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약사들이 국민 건강을 위해 더 많은 일들을 수행하게 되며, 앞으로 약사사회에 이와 관련된 많은 일들이 맡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약 배송'을 최소화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본격화 될 조짐을 보이며 의약품 배송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대한약사회의 입장을 반영해 약 배송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해당 사업이 진행됐다.

특히 비급여 의약품 중에서 응급피임약이나 비만 치료제 등 무분별하게 처방되어서는 안되는 약들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빠진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1월에 정부에서 발표한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가 있다. 약사가 대체조제를 할 경우, 기존에는 통보 수단이 팩스나 전화로만 한정됐지만 여기에 의료인들이 늘 사용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포털' 시스템을 추가된 것이다.

이를 통해 품절약 사태에 따른 국민들의 의약품 이용 불편을 해소하고 의약사 간 소통 편의성 증대, 약국 현장에서의 약사 업무 피로도 경감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난 3월 4일에 입법예고가 끝났고 다음날인 5일에 보건당국 관계자들과 만나 후속 조치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눴다. 해당 법안이 고시되면 9개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대한약사회 제40대 최광훈 회장

# 임기 중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했기에 크게 아쉬운 부분은 없다.

다만, 나름대로는 여러 가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하지만 늘 아쉬움이 있었다. 더 많은 것을,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느 집행부가 숙명처럼 안고 가야하는 한약사 문제나, 성분명 처방이라는 과제는 계속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성분명 처방은 최근 추진 중인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등을 토대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며, 한약사 문제도 식약처로부터 새로운 답변을 받아내 복지부와 다방면에 걸쳐 논의했다.

# 차기 대한약사회를 이끌어 갈 후임 회장과 집행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후임 회장으로 선출된 권영희 회장과 차기 집행부는 여태껏 약사사회에서 많은 회무 경력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그간의 경력과 지혜를 바탕으로 대한약사회를 잘 이끌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개인적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바로 '소통'의 중요성이다. 약사사회에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약사회 내 임원들과 소통하고 사무국 실무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그 어떤 어려운 사안이라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끝으로 약사 회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대한약사회장이라 함은 약사들을 대표하며 외부로부터 약사 권익을 침해 당하거나 위협이 있을 경우 철저히 막아내고 직역을 수호하며 직능 확대를 하는 것이 주된 임무라고 생각한다.

또한 회원이 뽑은 회장이기 때문에 회원들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달려가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 의무도 있다.

제가 지난 3년 동안 늘 회원들과 함께 있으려고 노력한 이유다. 그러다보니 토요일이나 일요일, 공휴일 등 휴일을 거의 챙기지 못했다. 임기 동안 제대로 쉬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회장의 역할을 분담하면서 때때로 격려하고 지원해 준 많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통해 저와 함께 고생한 임원들과 사무국 직원들, 그리고 너무나도 많은 사랑을 주신 회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