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전문가+] 쉽게 전이되는 식도암,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外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주기적인 검진 필요 초기인 경우 90% 이상 생존율로 조기 진단 중요

2025-02-18     우정민 기자

 

사진. 최혁순 교수

박씨(42세, 남)는 평소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술자리를 가질 정도로 음주를 즐긴다.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직장 동료들과 음주를 즐기던 와중 음식이 목에 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 후 지속적인 속쓰림 증상과 속이 답답하고 꽉 막혀 있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아 심각성을 느낀 박씨는 병원을 찾았고, 식도암을 진단받았다.

식도에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질환 중 가장 치명적인 질환은 식도암이다. 식도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 식도는 위나 대장과 달리 장막에 싸여 있지 않아 식도 주위 임파선이나 인접한 장기로 암세포가 쉽게 전이될 수 있어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식도암은 우리나라에서 11번째로 흔히 발생하는 암으로 여성보다 남성에서 주로 발생하며, 40세 이후에 나타난다. 식도암의 가장 큰 요인은 음주로, 알코올 성분은 그 자체로 발암의 원인이 되고 다른 발암물질이 정상세포에 잘 침투하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이 외에도 흡연, 붉은 육류 및 가공육류, 뜨거운 음료 등 식도에 자극을 주는 식습관도 식도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비만도 식도암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이며, 이는 위산의 식도 역류로 인해 바렛식도가 증가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바렛식도는 식도암, 식도 선암의 주요 원인으로, 주로 서양에서 발생하던 질환이나 최근에는 생활습관의 변화나 역류성 식도염의 증가로 국내에서도 발병하고 있다. 식도에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지면 식도 점막세포의 변성이 일어나 식도암으로 발전될 수 있어 가능한 한 식도가 자극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식도암 증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암이 진행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보통 음식을 삼킬 때 통증을 느끼며, 체중 감소, 출혈, 주변에 있는 신경들이 눌려 쉰목소리가 나거나 만성기침이 나타나기도 한다. 식도암은 내시경 검사를 통해 발견할 수 있으며, 여러 층의 식도 벽 중 점막 조직에만 암이 있다면 내시경 절제술로도 조기 발견 시 치료 성공률이 높아질 수 있다. 더 깊이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외과 수술 및 방사선 치료를 통해 암을 제거할 수 있다. 내시경 점막 절제술 및 점막하 박리술로 진행하는 초기 식도암의 경우 90% 이상 5년 생존율을 보여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식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흡연, 음주, 자극적인 음식 섭취 등을 자제하는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맵고 뜨겁고 자극적인 음식은 식도벽을 자극해 암 발병률을 높이므로 뜨겁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부드럽고 담백한 음식이나 신선한 채소 위주의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최혁순 교수는 “최근 식도암의 5년 생존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는 내시경 정기 검진을 통해 식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식도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가 가능한 암이기 때문에 식도·위 내시경의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며 “치료 방법들도 계속 발전하고 있어 진행성 암인 경우에도 흉강경 수술 및 방사선 치료 등의 최소침습수술로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삼킴 곤란, 통증, 목이나 가슴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 있다면 증상이 지속되면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하며 “국내 식도암의 경우 여자보다는 술, 담배가 잦은 남성에게 많이 발병하고 있어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뇌소혈관질환, 중장년·노년층 인지 저하 가속화… 조기 관리 필요

 

 

사진. 신철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신철 교수 연구팀(인간유전체연구소)이 중장년 및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뇌소혈관질환(cSVD)과 인지 기능 저하 사이의 관계를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로, 49세에서 79세까지의 성인 2,454명을 대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MRI)과 인지 능력의 8년 전과 후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연구 참가자의 37%가 뇌소혈관질환이 있었으며, 이들은 뇌소혈관질환이 없는 군에 비해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소혈관질환이 있는 군의 인지 능력 저하가 가속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소혈관질환은 뇌의 작은 혈관들이 손상되거나 막히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뇌 기능을 서서히 저하시킬 수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고혈압, 당뇨, 흡연, 수면무호흡증 등이 있다. 대혈관질환이 급성적인 뇌졸중이나 출혈을 유발하는 것과 달리, 뇌소혈관질환은 초기 단계에서 증상이 미미하거나 모호하게 나타날 수 있다. 손 떨림, 걸음걸이의 느려짐, 언어 장애, 한쪽 입가나 손발의 마비 등의 증상이 미세하게 보인다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고려대 의대 신철 교수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에서 뇌소혈관질환은 인지 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라며, “특히 실행 기능인 집중력과 기억력에서 두드러진 차이가 나타났다. 수면무호흡과 동반된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뇌소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조기 진단과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뇌소혈관질환을 방치할 경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매 및 보행 장애 위험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특히 45세 이상이거나 고혈압, 당뇨병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정기적인 뇌 건강 점검과 정밀 검사를 통해 뇌소혈관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적절한 치료 및 생활 습관 개선을 하면 뇌졸중, 인지 저하, 치매와 같은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는 것을 늦출 수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주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rean Genome and Epidemiology Study; KoGES)으로 진행됐다. 또한,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의학 저널인 란셋(The Lancet)의 자매지인 란셋 지역 건강-서태평양(The Lancet Regional Health-Western Pacific) 2025년 2월호에 ‘중년기 뇌소혈관질환과 노년기 인지 기능: 인구 기반 전향적 코호트 연구(Middle-age cerebral small vessel disease and cognitive function in later life: a population-based prospective cohort stud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