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델비 약평위 재심의 오르나, 관건은 재정 분담안

삼중음성유방암 3차 치료 급여 논의 신약 혁신성 놓고 정부-제약사 협상

2025-02-05     김민건 기자
길리어드사이언스 트로델비

[팜뉴스=김민건 기자] 삼중음성 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TNBC) 표적치료제 트로델비(사시투주맙고비테칸) 급여 등재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오는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5년도 제2회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연다. 이날 TNBC 3차 표적치료에 트로델비 급여 안건을 상정할지 환자와 보호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트로델비 급여 등재는 TNBC 4기 환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 말기 암 환자와 보호자가 마지막으로 기대하는 희망이다.

지난 2023년 11월 제8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트로델비 급여 기준을 설정할 때만 해도 희망이 보였다. 이후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약평위를 통과하지 못 하고 있다.

작년 9월 열린 약평위에서 트로델비 안건을 상정해 논의했지만 재심의 결과를 냈다. 이유는 추가 재정 분담 필요성이었다.

약평위는 "제약사가 약가 인하 등 추가 재정 분담안을 제출할 경우 재심의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트로델비 3주 투약(1사이클)에 치료비만 1500~2000만원에 달한다. 

연간 투여 시 수억 원에 달하는 치료비가 필요하다. 환자는 물론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이 때문에 제약사에 추가적인 재정 분담을 요구한 것이다.

길리어드는 최근까지 심평원과 재정 분담안 관련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길리어드가 추가적인 재정 분담안을 제출했다면 오는 6일 열릴 약평위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

트로델비는 환자뿐 아니라 길리어드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약제다. 길리어드가 선보인 첫 번째 항암 신약으로 국내에서 성공적인 급여 등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정부가 요구하는 추가 재정 분담안을 길리어드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TNBC 표적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실상은 가혹하다. 고가의 트로델비를 사용하기 위해 몸무게를 감량하는 경우도 있다. 체중 대비 약제 용량을 정하기 때문에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함이다. 환자들이 아픈 몸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환자단체연합회가 최근 트로델비 약평위 상정을 촉구하며 길리어드에 재정 분담안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TNBC는 에스트로겐수용체(ER)와 프로게스테론수용체(PR),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2(HER2) 모두 음성이다. 호르몬 또는 표적치료 모두 적절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효과를 발휘하는 치료 옵션이 제한적으로 암세포는 매우 공격적이다. 1차치료에 독소루빈신(Doxorubicin) 등 안트라사이클린 계열과 도세탁셀(docetaxel), 파클리탁셀(paclitaxel) 등 탁산 계열 세포독성요법을 쓴 환자는 재발을 겪으며 이 경우 4기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10%에 불과하다. 

트로델비는 TROP-2 단백질을 표적하는 첫 번째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다. 세포표면항원 TROP-2에 결합하는 단클론항체와 강력한 세포사멸 기능을 갖는 DNA 회전효소 억제 약물(TOP1 inhibitor payload) SN-38로 구성돼 있다.

유방암 환자에서 많이 확인되는 TROP-2 단백질을 표적하는 트로델비를 사용하면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기전을 통해 트로델비는 3상 ASCENT 연구에서 뇌 전이가 없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2차 이상 치료 환자 대상으로 무진행생존기간 5.6개월(59% 개선)을 기록하면서 항암화학요법군(1.7개월) 대비 3.9개월을 개선했다. 

전체생존기간도 12.1개월(52% 개선)로 항암화학요법군 6.7개월 보디 기간을 연장했다. 임상은 추적관찰기간 중앙값 17.7개월 시점에 중단했는데 효과가 좋아 더 이상 진행할 이유가 없어서였다.

결국 트로델비가 가진 혁신성을 신약의 가치로 환산했을 때 얼마나 인정할 수 있을지가 급여 등재 관건이다.

비공식적으로 정부가 신약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는 ICER 임계값은 5000만원으로 알려졌다. 신약 혁신성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ICER 임계값을 탄력 적용할 수 있다. 신약 혁신성을 인정해 ICER 임계값을 탄력 적용한 1호 사례가 다이이찌산쿄 유방암 표적치료제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이다.

엔허투는 정부가 제시한 3대 조건 ▲대체 가능하거나 치료적 위치가 동등한 제품, 치료법이 없으며 ▲생존기간 연장 등 최종 결과 지표에서 현저한 임상적 개선을 인정하며 ▲약사법 제35조의4 제2항에 해당해 신속심사로 허가된 신약(GIFT) 또는 이에 준하는 약제로 위원회가 인정한 경우를 충족했다.

트로델비도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다만 이 조건은 혁신신약 가치를 인정하는 최소한의 충족 요건이다. ICER 임계값 탄력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길리어드가 심평원과 협상 테이블에 추가적인 재정 분담안을 어떻게 내놓을지에 따라 급여 등재 기간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