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2025년 을사년(乙巳年) 새해에는...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정재훈 교수 칼럼
어느새 2025년, 양력으로 “乙巳年” 달의 첫 바퀴도 지구를 거의 한 바퀴 돌고 있는 가운데 며칠 후면 음력 설이다. “乙巳”는 “생명의 솟음인 발아에서 성장·성숙을 거쳐 완성을 향한 전환기”라는 희망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우리의 기억과 역사 속에서 “乙巳”는 “을사사화”와 “을사늑약”과 같은 수난과 격변의 시간을 떠오르게 한다.
현 시국도 역사적 경험에 기초한 을사년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궤를 같이하는 것 같아서 설을 맞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어둡게 한다.
그러나 설과 새해는 설과 새해답게 맞을 일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지정학적 긴장이 여전한 국제 경제 환경이 우리를 위협하는 면이 있지만 이 역시 우리의 도전 정신과 역량을 시험하는 것으로 여기고 지혜를 모으면,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극복할 수 있다.
다만,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파도에 주변의 이웃들이 주저앉거나 넘어질 때 손을 내밀어 그들을 일으키고 지지하면서 성장의 걸음이 좀 지체되더라도 우선은 버텨내야 한다. 그리고 전문가와 현자들이 길을 찾고 모두는 이정표대로 각자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함으로써 더디더라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열어야 한다.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대한민국의 꿈은 1인당 연간 국민소득 1,000달러 달성이었다. 그에 비하면 오늘의 현실은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모든 산업 분야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현 상황에서, 제약·바이오가 앞장서서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길 기대해 본다. 지속적 노력의 결과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2,000년대 이후 기술혁신에 기반하여 해외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글로벌시장에서 인지도를 높여 왔다.
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제약산업 매출은 1조 5,240억 달러이며, 연평균 6.2% 성장할 것이고, 특히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9.4%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삼성바이로직스가 2024년에 연간 매출 4조 5,473억 원, 영업이익 1조 3,201억 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우리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당당하게 우리의 몫을 할 때가 왔다. 바이오제약협회가 창립되어 80년이 되는 올해는 그 결실을 기대해도 되지 않겠는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대한민국은 초유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서 국민은 극단적으로 분열되었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요즘은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도 매우 조심스럽다. 혹여라도 시국 관련 얘기가 나오면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가 오랜 관계마저 파괴하곤 한다. 우리 사회를 지지하던 법치와 관계의 신뢰가 무너지고, 반대 견해를 적대시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현자를 자칭하는 자들이 내뱉는 義가 비수로 날아들고, 법가를 자칭하는 자들의 소리가 뒤섞여 시끄러울 뿐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智가 보이지 않으며, 세태에 휩쓸려 더 작아진 仁은 같은 편에나 적용되는 메아리로 퇴락하였고, 거짓을 서슴없이 내뱉고서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니 그 어디서 信을 찾을 수 있겠는가?
조화는 솔직함에 기반한 다름과 배려에서 시작한다. 반대편에서 외치는 소리도 우리의 형제요 자매이다. 옳고 그름의 분별은 법조문이나 고집으로 할 수 없고 智를 통해 할 수 있다.
서로의 유불리에 눈감을 수 없더라도 서로의 다름과 과오(過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智를 구하며 조화롭게 함께 살아갈 대한민국을 꿈꾸기를 기대해 본다.
잘난 분들에게 주어진 시공(時空)과 권력은 누구를 위한 시공이고 권력인가? 한 사람을 설득할 수 없는 자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구할 수 있단 말인가?
현실이 실망스럽더라도 그래도 설인데, 꿈을 꾸어봅시다. 어쩌면 오늘 우리에 닥친 어려움은 꿈을 꾸게 하는 동기이며 촉진제가 될 수 있다.
꿈은 꾸는 자의 것이고, 꿈의 실현은 각자의 몫이며 행동하는 자의 것이다. 꿈을 꿀 때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꿈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되면 그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하였다. 대단하고 자랑할 만하지 않더라도 설에는 모두가 각자의 꿈을 되살리고 다짐하시길 소망한다.
함께 외쳐 봅시다. I Have A Dream! '乙巳'에 대한민국은 생명의 솟음인 발아에서 성장·성숙을 거쳐 완성에 이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