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며들다' 엡클루사 연매출 100억원 블록버스터 등극…급여 이후 최대 실적

'높은 효과, 단순한 복용, 낮은 약가' 장점 마비렛 이후 빼앗긴 HCV 점유율 되찾아

2025-01-31     김민건 기자
길리어드 엡클루사

[팜뉴스=김민건 기자] 길리어드 사이언스 C형간염 치료제 엡클루사(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가 처음으로 100억원 고지를 넘어서며 블록버스터 대열에 합류했다. 2022년 급여 출시 이후 사상 최대 매출이다.

24일 팜뉴스 취재 결과, 엡클루사 원외처방 매출액(유비스트 기준)은 2023년 76억원에서 2024년 110억원으로 44.3%라는 큰 성장세를 기록했다.

엡클루사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스며들면서 '간염 치료 원조 명가'로 불리던 길리어드의 명성도 되돌아오고 있다. 전체 C형 간염 제품군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는데 엡클루사 성공에 힘입은 셈이다.

그간 만성 C형 간염(HCV) 시장은 한국애브비 마비렛(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 차지였다. 2018년 9월 국내 선보인 마비렛은 HCV 1~6형 유전자를 모두 치료하는 범유전자형으로 처음 등장해 충격을 줬다.

마비렛은 모든 HCV 유전자형에서 리바비린 병용 없이도 단독으로 사용 가능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확인되는 1형 유전자는 12주 이후 치료 성공률(SVR12)이 99%에 달했다. 당시 경쟁사 제품은 HCV 유전자 1~6형에 따라 처방이 제한됐다. 

특히, 마비렛이 가져온 충격파는 길리어드를 직격했다. 길리어드가 C형 간염 시장을 선도적으로 이끌게 만들었던 소발디(소포스부비르), 하보니(디파스비르/소포스부비르) 매출이 수백억원에서 수십억원으로 급감했다. 

이후 길리어드가 'C형 간염 치료 끝판왕'으로 불리는 엡클루사를 내놓았다. 지난해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하며 마비렛과 경쟁에서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C형 감염 치료 '단순하게', 엡클루사가 가져온 변화

엡클루사가 국내 출시 3년 만에 급격히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C형 간염 치료를 단순하게 해야 한다'는 전 세계적인 패러다임 변화가 있다. 엡클루사 같은 새로운 치료제로 치료 전략이 바뀌었다.

엡클루사 이전에도 마비렛 같은 범유전자형 치료제가 있었다. 치료 전략을 기존 대비 단순화 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유전자형이나 이전 치료 경험, 대상성 간경변 유무 등에 따라 치료 기간이 복잡하게 세분화 돼 있어 미충족 수요가 컸다.

대상성 간경변은 간이 알부민이나 혈액응고인자 등 단백질 합성, 독성 물질 해독 기능을 최대 30%만 유지하는 상태를 말하며, 대상성 간경변 상태가 악화될 경우 간경변을 겪는다. 간경변은 간세포가 20% 정도만 남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다.

의료진은 환자의 유전자형, 간장애, 간섬유화 상태 등을 고려해 알맞은 치료제를 선택해야 했다. 

엡클루사는 HCV 1형부터 6형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범유전자형 치료제다. 간장애와 간섬유화 단계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범섬유증 치료제라는 의미이다. 

또한 환자의 유전자형과 섬유화 단계에 상관없이 처방 가능한다. 현재까지 이러한 치료 전략이 가능한 경구용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irect Acting Antiviral, DAA)는 엡클루사가 유일하다.

이는 엡클루사가 모든 유전자형에 적용 가능하고 내성 발생을 억제하는 소포스부비르 성분과 모든 유전자형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벨파타스비르 성분을 합친 단일 정제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높은 치료 효과, 간편한 복약, 낮은 약가

치료 전략 변화가 있었던 배경에는 단순히 치료제 간에 기전적 차이 때문은 아니었다. 엡클루사는 치료 효과에 더해 복약 편의성과 낮은 약가까지 갖췄다. 처방하는 의료진, 복약하는 환자 모두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엡클루사의 국내외 임상 연구를 보면, 허가 근거가 된 3상 연구 ASTRAL에서 유전자형과 섬유화 단계에 상관없이 94~99%의 높은 치료 성공률을 입증했다. 

아울러 치료 경험과 비대상성 간경변 유무, 말기 신질환 등 치료가 어려운 다양한 환자군에서도 높은 치료 효과와 우수한 내약성을 보였다.

간편한 용법·용량도 의료진과 환자 모두 만족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엡클루사는 하루 한 알 12주 치료 요법으로, 간장애나 신장애 등 까다로운 조건을 가진 환자여도 용량 조절 없이 12주 동안 하루 한 알만 복용하면 된다.

유전자형과 간섬유화 단계에 상관없이 사용 가능하며 경제적인 약가로 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타 약제 대비 보험 약가 기준 약 109만원, 환자 본인 부담금 기준으로 약 30만원이 저렴하다.

고령자와 다약제 복용자가 많은 국내 C형간염 환자 특성상 잠재적 약물상호작용 우려가 낮다는 점도 임상 현장이 선호하는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엡클루사의 또 다른 장점은 PI(프로테아제 억제제, protease inhibitor)-Free 제제라는 점이다. PI 포함 제제에 비해 잠재적 약물상호작용(DDI) 우려가 낮다. 현재 아토르바스타틴이나 로수바스타틴, 에제티미브 등 고혈압 치료제와 함께 복용 가능한 유일한 치료 옵션이다. 

국내 C형 간염 누적 치료자 58.6%가 50~60대이다. 의료 현장에서 고령자와 다약제 복용자 대상으로 처방이 간편하며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김태형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 간염사업부 이사는 팜뉴스에 "엡클루사는 유전자형과 간 섬유화 등 환자 상태와 관계없이 하루 1알로 최대 99%의 SVR12(12주간 지속 바이러스 반응률)을 확인한 치료제로, 고령자와 다약제 복용자가 많은 국내 임상 현장에 최적화된 치료 옵션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