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 주목 받은 7개의 신약

[성은아 박사] 시리즈 칼럼

2025-01-31     김응민 기자
사진. 성은아 박사

수십 종의 신약들이 2024년에 세상에 나왔다. 그 중에서도 특별히 화제가 된 일곱 개의 신약을 추려 보았다.

레즈디프라(성분명 레스메티롬)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또는 대사성 지방간염 (MASH)이라고 부르는 만성 간질환(이하 지방간질환)에 사용하는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전문 치료제이다. 비만 환자의 증가와 함께 지방간질환의 유병률도 증가한다.

레즈디프라는 경구 투여하는 약물로서 갑상선호르몬 수용체에 작용한다. 간 조직 검사에서 약물이 환자의 간의 병변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여서 FDA의 승인을 받았다. 간 조직의 병변이 개선되었다고 하여, 이것이 곧 환자에게서 임상적으로 질환이 개선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FDA의 승인은 가속 승인이며, FDA는 정식 승인을 위하여 추가 임상시험을 통해서 약물이 임상적으로 환자에게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개발자인 마드리갈은 환자의 간염이 악화되어 간경변으로 발전하는 것을 약물이 실제로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윈레비어(성분명 소타테셉트)는 거의 10년 만에 나온 폐동맥고혈압 약이다. 폐동맥고혈압 환자에서 폐동맥이 좁아져서 심장에서 폐로 향하는 혈류가 원활하지 않다. 폐동맥의 혈류 장애 때문에 전신 순환을 하고 심장으로 돌아온 혈액이 폐에서 순조롭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산소를 보충하지 못한다.

이를 보상하기 위해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고, 이는 심부전과 돌연사의 원인이 된다. 소타테셉트는 폐동맥 혈관을 구성하는 세포의 과도한 증식과 염증을 조절하는 신호전달계에 개입한다. 기존의 약물이 주로 혈관 확장을 통하여 혈액의 흐름을 돕고 증상을 완화한다면, 소타테셉트는 혈관 벽이 두꺼워지지 못하게 하여 병의 악화를 억제한다.

기존의 약물에 비해 폐동맥 고혈압의 발병 과정에 보다 근원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소타테셉트가 폐동맥고혈압의 약물 치료에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기대를 한다.

코벤피(자노멜린과 트로스피움의 복합제)는 조현병 치료에서 획기적인 신약이라고 평가를 받는다. 지금까지 사용되어 온 조현병 약들이 중추신경계의 도파민 수용체를 타겟으로 작용하지만, 코벤피는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통해서 작용하는 최초의 약물이다.

코벤피의 성분 자노멜린은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트로스피움은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억제한다. 활성화제와 억제제가 함께 사용되는 이유는 중추신경계에서의 약효를 살리고 말초신경계에서의 부작용을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자노멜린이 중추 신경에 작용하여 신경 증상을 완화한다. 트로스피움은 말초신경계에만 작용하여 자노멜린의 말초신경계 부작용을 상쇄한다. 코벤피가 대상으로 하는 환자는 두 부류이다. 기존의 도파민계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의 약물에 반응하더라도 도파민계 부작용으로 약물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사진. 게티이미지

트리비오(성분명 아프로시텐탄)은 거의 30년 만에 나온 새로운 기전의 혈압약이다. 엔도텔린을 타겟으로 하는 최초의 약물이다. 싸고 효과가 좋은 고혈압 약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대략 열 명 중의 한 명의 환자는 여러 종류의 고혈압 약을 복합 사용해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트리비오는 기존의 고혈압 약과 다른 작용 경로를 통하여 혈압을 낮추기 때문에,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게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 준다.

고혈압에 대하여 베타 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칼슘 통로 차단제, 이뇨성 고혈압약, 알도스테론 차단제에 더하여 엔도텔린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이 추가되어, 환자는 신체 조건과 기저 질환의 유무에 따라 약물을 선택하는 폭이 넓어졌다.

두비자트(성분명 기비노스타트)는 뒤센 근이영양증(Duchenne Muscular Dystrophy, 이하 DMD)에 사용하는 최초의 비스테로이드성 경구 투여 약물이다. 환자의 증상을 경감하고 근육의 퇴행을 완화하여 삶의 질을 도모하기 위해 투여한다.

DMD는 퇴행성 근육 위축증으로서, 유전자의 변이로 인하여 환자의 근육 조직이 점차 약해지고 기능을 상실하는 질환이다. DMD에 대한 여러 종류의 올리고 약물과 유전자 치료제가 나와 있지만, 이들 약물을 사용하기 쉽지 않다. 치료를 받아도 이미 손상된 신경이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는 여전히 증상을 관리해야 한다.

DMD 환자의 실제적인 치료는 주로 근육에서의 염증을 완화하도록 스테로이드를 투여하여 이루어진다. 두비자트는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이다. 환자는 스테로이드 약물 특유의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 없이 증상 관리를 위해 이 약물을 사용한다.

키순라(도나네맙)가 알츠하이머병에 대하여 허가를 받았다. 키순라는 1년 먼저 나온 레켐비 (레카네맙)와 마찬가지로 뇌에서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이다. 키순라와 레켐비는 지난 25년 동안 막대한 노력과 연구비가 투입된 베타아밀로이드 항체 약물 개발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환자와 의사, 제약회사 어느 누구도 알츠하이머병 신약들에 만족하지 못한다. 고가이고 효과가 미미하며, 사용하기도 까다롭다. 무엇보다 부작용이 흔하고, 일부 환자에서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혹자는 키순라와 레켐비가 베타아밀로이드 항체 약물 개발의 종결을 뜻하며, 이제 알츠하이머병 약물 개발은 베타아밀로이드를 넘어서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혹자는 (역시 가설이지만) 건강한 사람에게 항체 약물을 사용하면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을 예방하여 유병률을 낮출 테니, 오히려 항체 약물 승인의 문턱을 낮추고 약물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반된 주장이지만 양 쪽 모두 알츠하이머병 약물 개발에서 변화의 필요를 인정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렌멜디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의 기록을 갱신했다. 렌멜디는 유전자치료제로서, 이염성 백질이영양증이라는 유전성 희귀질환에 대하여 사용하는 1회성 치료제이다. 치료제의 가격은 425만 달러, 지금의 환율로 60억 원이 넘는다.

렌멜디의 가격에 너무 감탄할 필요가 없다. 가장 비싼 약의 기록은 해마다 갱신되고, 2024년 한 해 동안에도 수십 억 원을 넘는 유전자 치료제들이 줄줄이 나왔다. 굳이 유전자치료제가 아니더라도, 오랜 개발 기간을 거쳐 승인되는 신약들은 예외 없이 비싸다.

예를 들면, DMD에 대하여 2024년에 경구 투여 약물 두비자트와 유전자치료제 엘레비디스가 나왔다. 두비자트가 수십억 원 대의 엘레비디스에 비교하여 저렴하다고 강조하지만, 두비자트의 가격도 개인이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신약들이 출시되지만, 개인은 고사하고 의료보험도 버티지 못할 정도의 고가의 가격표를 붙이고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