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델비 꼭 써보고 싶었는데...엄마는 천사가 되서 왔으면 좋겠어"
5년 이상 생존하며 1% 기적과 희망 보여 이두리 대표, 급여화 기다리다 하늘나라로 우리두리구슬하나, TNBC 치료비 모금 나서
[팜뉴스=김민건 기자] 작년 11월 29일 이두리 우리두리구슬하나 대표 멘토가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 대표는 출산 직후 삼중음성 유방암(Triple negative breast cancer, TNBC) 3기로 진단받아 5년 이상 생존했다. 갓난아기는 그 사이 6살이 됐다.
그는 지난 2023년 9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4기 환자가 99% 사망하지만 5년 이상 생존한 1%에 들어간다"며 "비싼 약값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우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했다.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마친 후 2시간 만에 국회에 나와 한 이야기다.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던 이 대표는 2년에 가까운 시간을 더 암과 싸우다가 하늘나라로 떠난 것이다.
8일 우리두리구슬하나는 삼중음성 유방암 표적치료제 트로델비(사시투주맙고비테칸) 급여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우리두리구글하나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박지연 씨는 8일 팜뉴스와 통화에서 "저 역시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로 2차 전이로 자궁내막암,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트로델비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에서 유일한 치료제임에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이두리 대표 멘토를 이어받아 건보 적용을 위한 목소리를 활발히 내야겠다고 생각해 입장문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작년 4월 트로델비 건보 적용을 위한 국민청원이 있었다. 이두리 대표가 낸 청원이었다. 청원은 5만 명이 참여하며 동의 요건을 달성했지만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지됐다.
트로델비 급여화는 지난해 8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재심의 결정을 받아 한 차례 더 지연됐다.
이 청원에서 이 대표는 "삼중음성 유방암은 저처럼 젊은 환자에서 발병률이 상당히 높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너무나 젊은 여성들이 직장을 잃고, 가정에서 웃음을 잃고 치료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트로델비는 2023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10월 국내 시판됐음에도 불구하고 건보가 적용되지 않아 1사이클에 약 900만원 하는 비급여 항목이다. 실제 환자 부담액은 한달에 3000~4000만원대, 6사이클을 사용하면 5000~6000만원대로 그 이상 치료가 필요하면 상상할 수 없는 금액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특히 "가족들에게도 큰 금액이지만 빚을 내서라도 치료를 권함에도 사실 환자들은 가족에게 부담이 될까 쉽게 치료를 결정하지 못하는 현실이다"고 했다.
그는 "저에게는 더 이상 사용할 약이 남아있지 않으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유일한 희망인 트로델비 보험 급여가 절실하다. 신속한 절차를 진행해 꼭 필요한 시기에 사용할 수 있길 다시 한번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앞서 박 씨는 "이 대표가 평소 트로델비가 나오면 꼭 써보고 싶어했다. 간절히 기다렸는데 막상 치료받을 시기가 되서 써보지도 못 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좋은 치료 성적을 낸 약이기 때문에 트로델비를 사용하면 다시 엄마로서 역할을 다 하며 잘 살아갈 수 있었을텐데"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슬프지 않냐'는 말에 "난 엄마랑 추억이 많아서 슬프지 않아"라고 말한 이 대표의 아이는 엄마가 다시 자신을 찾아오길 기다린다. 마지막을 앞둔 이 대표는 "울지 말고 미소로 보내달라"고 했다. 아이는 "천사가 되서 와달라"며 엄마를 기다린다.
이 대표가 원했던 트로델비 급여화는 아직 진행 중이다. 트로델비 급여화로 치료 접근성이 개선돼 많은 환자가 더 오래 생존한다면, 아이에게 엄마가 천사가 되서 돌아온 일이 될지도 모른다.
박 씨는 "곧 약평위가 열리는 것으로 안다. 작년에 많은 환자들이 (급여화가)될 줄 알고 기다렸는데 올해도 되지 않으면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트로델비를 기다리는 환자가 너무나 많은데 아예 치료조차 못 받거나, 비용이 너무 비싸 가족을 생각해서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몸무게에 따라 약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오히려 항암 치료 중간에 다이어트하는 환자가 있을 정도다"고 말했다.
우리두리구슬하나는 이 대표를 위한 치료비 모금을 해왔다. 앞으로는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비용을 모금할 계획이다. 모금이 완료되면 약제비로 쓸 수 있게 기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