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신년사로 엿본 제약사 수장들의 '경영 키워드' -下-

역성장 위기 종근당, 신약 개발 의지 불태우며 '내실 다지기' 강조 내홍 끝낸 한미약품 "경영 정상화 & 전열 정비" 대웅제약, 역대 최대 실적 달성…3대 혁신신약 블록버스터 견인

2025-01-07     김응민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팜뉴스=김응민 기자] 2025년 새해가 밝아오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신년 메시지가 일제히 발표됐다. 늘 비슷한 말과 표현들만 반복되는 것 같지만, 신년사(新年辭)에 담겨 있는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다. 신년사에는 개인 및 조직이 나아갈 방향이 담겨 있고 앞으로의 비전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활용될 수 있는 까닭이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불안정한 정치 환경이라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국내 제약업계 수장(守長)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팜뉴스가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신년사를 살펴봤다.

종근당 CI.

# 노바티스와 기술수출 '잭팟' 터뜨린 종근당, 올해는 내실 다지기 강조

지난 2023년에 글로벌제약사 노타비스와 1조 62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종근당은 올해 경영 목표로 '효율 극대화'를 내걸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경영 효율의 극대화를 목표로 현실적인 전략 수립과 실행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종근당의 2024년 실적 전망치가 예년에 비해 다소 아쉬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작년에는 노바티스에 라이선스 아웃한 신약 후보물질 CKD-510 덕분에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 8000만 달러(약 1060억원)를 확보해 실적 측면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그 뒤로 추가 임상시험 진입이나 구체적인 개발 전략이 알려지지 않아 기대감이 다소 하락한 상태다.

여기에 핵심 품목이었던 HK이노엔 '케이캡'의 공동판매 계약이 종료되면서 공백이 발생했다. 곧바로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와 코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도입 초기 품목이라 케이캡만큼의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종근당의 실적은 연결 가준 2023년 매출액 1조 6694억원, 영업이익 2466억원이며 2024년 3분기 누계는 매출액 1조 1711억원, 영업이익 926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 큰 실적 개선이 없는 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혹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실적과는 별개로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는 여전히 높다.

자원과 역량을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연구개발(R&D) 부문에서 보다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는 한편, 차기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와 항체-약물접합체(ADC)에서 자체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지난 2023년에 네덜란드 제약사 시나픽스(Synaffix)와 ADC 플랫폼 기술을 종근당 자체 개발 항체에 접목해 ADC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비독점적 실시권 도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를 타겟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 'CKD-703'을 개발 중에 있다.

이외에도 표적단백질분해제(TPD), 분해제항체접합체(DAC), 면역 ADC 등 다양한 모달리티를 융합해 혁신신약 개발에 몰두하겠다는 다짐이다.

이장한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하기 위해 임직원 모두의 역량이 하나로 결집돼 미래 로드맵을 명확히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한미약품 CI

# 내홍(內訌) 치른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 '종식'…전열 재정비 약속

경영권 분쟁으로 내부 갈등을 빚은 한미약품은 지난해 말, 한미약품 주주총회에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누나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이 속한 '4자 연합'이 승리를 거두면서 사실상 종식된 상태다.

이에 더해 '형제 연합'의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보유 지분을 4자 연합 측에 매각하며 협력을 선언해 경영권 분쟁은 막을 내렸다.

그간 한미약품그룹은 가족 간에 내홍(內訌)을 치르면서 주가 하락, 3분기 실적 하향세 등 대내외적으로 우려가 적지 않았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미약품이 거둔 성과는 적지 않았다.

국내 부문에서는 아모잘탄 패밀리와 로수젯을 필두로 한 복합제의 고른 성장 덕분에 7년 연속 원외처방 매출 1위라는 기록을 달성했고, 해외 부문에서도 창사 최초로 중동 지역 완제품 수출,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파이프라인 공격적 개발 등 유의미한 결과물을 도출했다.

특히 이번 경영권 분쟁 종식으로 새해부터는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태다.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송 회장은 "구각(舊殼)을 탈피(脫皮)하고 전열을 재정비해 글로벌로 힘차게 전진하자"라며 "새해는 한미그룹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해"라고 밝혔다.

이어 "허물을 벗고 새롭게 태어나 더욱 크게 성장하는 지혜로운 뱀과 같이, 한미그룹도 구각을 탈피하고 본격적으로 전진해 글로벌로 힘차게 날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종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있는 장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남아 있지만, 대세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직 장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의사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오는 3월에 열리는 정기 주총 전에 4자 연합과 합의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어 "그렇게 된다면 한미약품그룹은 보다 확고하게 ▲경영권 분쟁의 종식 ▲그룹 지배구조 안정화 ▲전문 경영인 중심의 지속 가능한 경영 체제 구축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 대웅제약 CI

# 역대 최대 실적 예상…저력 보인 대웅제약, 5대 중점과제 발표

대웅제약은 이른바 '3대 혁신신약'인 나보타, 펙수클루, 엔블로를 중심으로 2024년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을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웅제약의 2023년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액 1조 3753억원, 영업이익 1226억원을 기록했다. 아직 4분기 실적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증권가 추정치에 따르면 대웅제약의 2024년 잠정 매출액은 1조 3858억원, 잠정 영업이익은 1466억원으로 전망된다.

박성수 대웅제약 대표는 "2024년은 대웅제약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한 한 해"라며 "이처럼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임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2025년 5대 경영방침으로 ▲고객 가치 향상 ▲글로벌 인재 육성 ▲혁신 신약 개발 통한 글로벌 리더 도약 ▲1품1조 글로벌 신약 육성 ▲디지털 신사업 집중 육성 등을 제시했다.

주목할 부분은 4번째 목표인 '1품1조' 글로벌 신약 육성이다.

앞서 대웅제약의 호실적을 견인한 3대 혁신신약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SGLT-2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를 품목별로 매출 1조원씩 달성해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키워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나보타는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Evolus)를 통해 공급하고 있는데, 출시 3년 만에 미국 시장 점유율 13%를 달성하며 2위 제품에 등극했다. 또한 중국에서도 상업화를 위한 규제 당국의 실사를 마쳤고 올 상반기에 품목 허가가 기대된다.

펙수클루는 기존 케이캡을 통해 구축했던 탄탄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출시 반년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2023년에는 누적 매출액 600억원을 넘겼다. 2024년에는 출시 3년 만에 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36호 신약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엔블로는 2023년 4월에 출시한 이후 월평균 14%의 성장률을 보이며 빠르게 처방 실적을 확대했다. 출시 첫 달 처방량 27만 정을 돌파했고 작년 9월에는 누계 원외처방액 100억원을 달성했다.

대웅제약 측은 "엔블로의 확대 속도는 기존 경쟁 SGLT-2 억제제 제네릭이 쏟아지고 있는 시장 환경을 고려했을 때 매우 인상적인 성과"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박 대표는 "1품 1조는 단순한 매출 목표를 넘어 글로벌에서 K-제약바이오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인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라며 "나보타, 펙수클루, 엔블로 3대 혁신 신약을 중심으로 개별 매출 1조 원을 달성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