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정의에 대한 외침
정의의 가장 중요한 원칙 '생명존중' 모두가 힘 합쳐 정치적 신뢰, 사회적 갈등 해소 기대
청룡의 해 막바지, 미국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던 성실한 대한민국에 느닷없이 밀어닥친 “비상계엄 사태”가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보통 사람들의 삶마저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공정에 기대어 숨을 쉬고 자리를 보전하던 연약한 생명들이 다르게 주장되고 있는 공정에 위태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의는 사회적·윤리적·법적·현실적 질서의 핵심 기준이기 때문에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갈등 상황에서 갈등의 주체들이 주장하는 주요 명분이 “正義具現”이다. 이때, 서로가 주장하는 정의는 종종 억지스럽고 모순적인 경우가 많다.
미국의 정치 철학자 John Rawls는 정의의 원칙으로 ‘자유의 평등과 기회의 균등’을 제시하였고 Jeremy Bentham의 공리주의에 따르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따르는 것이 정의라고 제시되었지만, 실제 현장에서 울려 퍼지는 정의는 목소리만큼 다양하다. 소리의 크기나 집단의 이해관계와 선택에 따라 정의의 추가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흔든 비상계엄도 정의구현을 표방하였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당장 계엄의 여파로 경제 예측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주가는 하락하고 국내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혹자는 이미 손실액이 150조원을 넘었다고 주장한다.
이미 비상계엄의 결과가 공리주의의 정의와는 멀어졌다. 한 예로 정의를 위한 계엄이 제약업에 가져온 여파는 어떤가? 국내 제약사들은 의약품원료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데 비상계엄 이후 원/달러 환율의 상승으로 의약품의 원가가 상승하고,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제약사들의 비용 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사들의 주가와 의약품 소비가 하락하고 해외로부터의 투자도 감소할 것이며 예정되었던 정부 주도의 제약·바이오 관련 정책적 지원도 지연될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 기업이 키르기스스탄과 논의해 오던 29조원 규모의 ‘의료 스마트 시티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보도도 있다.
다른 면으로 보면, ‘정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생명 존중’이다. 즉, 폭력과 위험으로부터 여린 생명을 보호하고 약자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비상계엄으로 생산 활동이 위축되면서 일용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가장 먼저 실직할 가능성이 높고, 소비가 위축되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이 먼저 감소할 것이다.
경제적 충격은 저소득층에게 가장 무겁게 다가올 것이다. 이에 더하여 생산적인 일과 행복을 나누는 일에 시간을 써야 할 사람들이 ‘신속 탄핵’ 또는 ‘탄핵 반대“라는 구호를 쫓아 분노와 우울한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서민들의 일상마저 어그러져 버렸다.
국민은 벌어진 일의 피해가 최소화되길 바라며, 책임 있는 자리의 사람과 조직 또는 기구가 신속하게 수습해 주길 고대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약자들의 삶이 무너지지 않도록 긴급 지원 정책을 제공해야 하고, 아울러 경제 안정화와 국제적 신뢰 회복을 위한 일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은 여야와 정부 모두가 힘을 합쳐 정치적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국민은 이제 더 이상 광장에 모일 필요가 없는 시대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 국민이 지도자들을 걱정하기보다 지도자가 국민을 걱정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