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약 접근성 일본 절반에 불과...직원들 성과에 자부심 느껴"
고령화·저출산 문제 겪는 한국서 항암·난임 치료 중요 "신약 접근성 매우 어려워, 생산성·경제에 심각한 영향" "많은 도전 있지만 비즈니스 성공과 가정 지원 본보기 될 것"
[팜뉴스=김민건 기자] 한국머크 바이오파마는 올해 항암, 난임 사업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남겼다. 퍼고베리스 급여 확대로 호르몬 결핍 환자들의 난임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었고, 얼비툭스와 비라토비, 텝메코 등 주요 항암 영역에서도 접근성 확대를 이루며 실질적인 치료 혜택을 줄 수 있게 됐다.
크리스토프 하만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대표는 지난 1년을 뒤돌아보며 "비즈니스 측면에서 많은 도전 과제가 있었지만 동시에 의미 있는 성과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환자들에게 머크 의약품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직원들에게도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대내외적으로 변화한 모습에 만족감을 보였다.
다자사 출입 전문기자모임은 최근 한국머크 본사에서 크리스토프 하만 대표를 만나 작년 목표로 했던 성과 달성 여부와 내년도 사업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안이 무엇인지 얘기를 들었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크리스토프 하만 대표는 신약 급여 접근성 개선과 한국 사회와 기업 문화 조성을 위한 인식 변화라고 답했다.
▶작년 바이오파마 스페셜티 케어(Specialty Care) 파이프라인 강화에 집중해 한국을 APAC 시장 넘버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언급했다.
"올해 몇 가지 중요한 성공 사례가 있었다. 특히 머크가 집중하고 있는 스페셜티 케어 포트폴리오 제품 접근성이 확대된 점이 돋보인다. 대표적으로 난임 분야에서는 지난 4월부터 퍼고베리스 접근성이 확대돼 LH(황체화호르몬)와 FSH(난포자극호르몬) 결핍 환자들이 더 쉽게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 난임 환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35세 이상 여성은 LH나 FSH 호르몬 결핍이 흔하다. 퍼고베리스 접근성 확대로 많은 난임 환자들이 아이를 갖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항암제 분야에서는 작년 4월 얼비툭스 3차 RSA 계약 갱신을 이뤄 치료 혜택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 올해는 얼비툭스와 비라토비(엔코라페닙) 병용요법이 이전 치료에 실패한 BRAF V600E 변이 전이성 직결장암 환자에서 효과를 확인해 급여 확대가 있었다.
출시 3년을 맞은 MET 엑손 14 결손 폐암 치료제 텝메코는 세 번째 시도 끝에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를 통과하며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했다. 급여화를 위해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큰 의미가 있는 성과다. MET 엑손 14 결손 돌연변이 환자는 수는 적지만 5년 생존율이 9%로 매우 낮아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텝메코의 급여가 이루어져 환자들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가 제공되기를 바란다.
많은 전문지 언론이 심층 기사를 통해 폐암에 대한 미충족 수요와 텝메코 잠재적 혜택을 다뤘다. 이러한 보도가 사회적 인식 제고와 함께 정부 관계자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텝메코 중요성을 알리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방광암 치료제 바벤시오는 작년 8월 급여 승인을 받은 후 큰 성과를 거뒀다. 한국이 APAC 시장에서 넘버원(No.1)으로 자리매김하는 기반이 됐다.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의학적 미충족 수요를 가진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 결과로 자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12월 5일 제12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결정신청 약제의 요양급여 적정성을 심의했으며, 심의 결과 텝메코정225mg이 급여의 적정성을 인정했다."
▶글로벌 스페셜티 케어 넘버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는 어떤가.
"머크는 스페셜티 케어 분야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다. APAC 지역에서 한국을 NO.1 시장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는 달성했고, 그 다음 글로벌 스페셜티 케어를 목표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난임과 방광암 분야 같은 치료가 어렵고 의학적 니즈가 높은 치료 분야에 집중하며, 우수성과 탁월함을 추구한다. 이를 이루는 유일한 방법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환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치료제를 제공하는 것이다."
▶난임 분야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난임은 머크가 핵심적으로 집중하는 분야이다. 난임 치료제 리더라는 책임 의식과 한국 사회에서 난임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항암 분야나 다발성 경화증도 미충족 수요가 크지만, 난임 분야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한국이 인구 위기와 고령화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출산율은 0.72명으로 전 세계에서 최저 수준이며 이번 세기 말에는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 정부가 가족 친화적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시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예를 들어 충분한 육아휴직을 제공하지만 많은 직원들이 자신의 경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느끼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머크는 한국의 모든 기업들이 비즈니스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해 저출산 문제 해결에 동참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머크는 과학적 접근을 통해 난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있으며, 가족 친화적인 문화를 통해 직원들이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이 비즈니스 성공과 가정 지원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가 되고자 한다. 이를 위해 APAC 지역 저출산 문제 대응 목적으로 'Fertility Counts(퍼틸리티 카운츠)' 이니셔티브를 결성, 난임 인식을 높이고 있으며 정책과 문화적 측면에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난임 치료 포트폴리오를 가진 머크가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치료 접근성 차원에서 퍼고베리스 급여 확대가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달 26일 주한 유럽 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가족 친화 미래 포럼'(Family Friendly Future Forum)에 머크가 공동의장으로 참여했다. 이 포럼을 통해 인구 문제, 건강한 노년, 초저출산 문제 해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정책과 문화적 측면에서 개선을 논의했다. 한국난임가족연합회와도 업무 협약을 체결해 난임 바로 알기 캠페인을 지원한다. 아이 낳기를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난임에 대한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 사회는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얼비툭스 급여 기준 확대와 텝메코 급여 기준 설정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있나.
"한국의 신약 접근 환경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에서 신약이 급여화되기까지 평균 46개월이 소요된다. 반면, 일본은 17개월, 독일은 11개월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개발된 신약 460여개 중 한국에서 급여화된 품목은 22%에 불과하다. 일본은 48%, 독일은 61%다. 한국의 신약 접근 기회가 일본의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잘 구축돼 있고 인프라도 뛰어나다. 한국의 의사들은 최첨단 과학과 의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며, 신약을 배워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려는 열정이 강하다. 그러나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하는 상황에서 신약 급여화 비율이 다른 선진국 대비 낮다는 점은 노인의 삶의 질뿐만 아니라 생산성과 경제적 측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제약업계는 정부와 협력해 급여화 절차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한국의 신약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MET변이 표적치료제 텝메코는 OS 데이터 등 임상적 혜택과 실제 진료 현장에서 절실한 필요성 기반으로 도입 3년 만에 암질심을 통과했다.
"텝메코는 전세계 30개 나라에 등록돼 있고 A8국가 중 미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에서 급여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의료 시스템과 국민 보호를 중시하며, 의약품 안전성과 유효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외국에서 수입되는 의약품도 품질과 안전성을 강조하며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모든 국가 예산은 비용 문제라는 공통적 한계가 있다. '모두를 위한 의료 서비스'라는 한국 정부 목표를 실현하기 어려운 이유는 예산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바라는 점은 한국 국민이 건강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게 의료 관계자, 정부, 제약업계가 협력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산을 적절히 활용해 균형을 맞춰야 하며 접근성을 개선해 한국인들이 필요한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국소 진행성·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1차 유지요법 치료제인 바벤시오는 어떤가.
"방광암은 한국에서 발생하는 암 중 9번째로 많이 발생하며, 고령화에 따라 발병률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방광암 환자 생존을 돕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치료제 도입이 시급하다. 바벤시오가 한국에서 국소 진행성·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1차 유지요법에 급여화된 지 1년이 됐다. 이제는 표준치료로 자리잡았다.
임상과 리얼월드(Real-World)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바벤시오는 다른 치료제와 비교해 우수한 안전성 프로파일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바벤시오 경쟁력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효과성 면에서 전체 생존기간(OS)을 크게 개선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국내 리얼월드 데이터가 있다.
지난 2021년 9월 2일부터 2023년 6월 16일까지 한국에서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의약품 동정적 사용 승인 제도(Expanded Access Program, EAP)'를 시행한 결과,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7.9개월로, 허가 임상인 JAVELIN Bladder 100(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에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이하 JB 100) 장기 추적 연구에서 보고된 5.5개월보다 더 길었다.
JB100 연구에서 38개월 이상 장기 추적한 결과 전체생존기간(OS)은 약 30개월로 1차 치료제로 사용 후 2차로 ADC 같은 다른 치료제를 사용하는 경우 OS는 최대 40개월 이상 증가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의약품 출시 혹은 급여 이후 철수하는 제약사도 있다. 급여화를 위한 노력이 글로벌 본사와 의견 조율을 통한 것인지, 한국 지사의 노력인가.
"제품 철수 시에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한다. 이중에서 비즈니스 성장 저하는 필연적으로 포함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를 성장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하며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환자들을 돕는 것이다. 다행히 머크는 제품을 철수한 적이 없으며,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정부와 협력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유럽 제약사들이 중요하게 ESG 경영이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는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나.
"머크에게 ESG는 회사의 가치, 전략, 계획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난임 문제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ESG 활동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머크는 글로벌 조직 차원에서도 UN의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s) 달성을 위해 세 가지 주요 분야(▲2030년까지 지속 가능한 과학 기술을 통해 10억명 이상의 환자들에게 혜택 제공 ▲ Creating sustainable value chains ▲2040년까지 기후 중립 달성)에 집중하고 있다.
환경 보호와 환자 지원에서도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기에 이러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것이다. 또한, 젋은 세대는 기업의 비즈니스 성과 외에도 직원 혜택, 지역 사회와 환경 기여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젋은 세대의 직원 유치와 유지, 동기 부여를 위해 ESG 활동이 중요하다. 회사들이 계속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급여 접근성 관련 어떠한 과제가 남아있다고 생각하나.
"접근성 관련 문제는 여전히 많다. 텝메코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텝메코는 이미 30개 국가에서 승인돼 급여화가 이뤄졌다. 앞서 얘기한 거처럼 한국에서 신약이 급여화되기까지 평균 46개월이 걸리지만, 일본은 17개월, 독일은 11개월이 소요된다. 이러한 급여 지연은 머크 뿐만 아니라 모든 제약사에게 큰 문제다.
급여화가 이뤄져도 가격 협상이나 RSA 등 많은 규제가 존재하며 한국에서는 정부와 치료 접근성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 이 과정은 2~3년마다 제품별로 계속해서 협상해야 하므로 급여 관련 논의는 복지부와 심평원과 지속적인 대화를 요구하며 머크도 협상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제약사 역시 접근성 확보에 그치지 않고 유지하는데 상당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규제는 정부가 국민 보호와 예산 관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며 제약업계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분명히 급여화가 상당히 지연되고, 한국에 도입되는 혁신 신약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바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제약사와 업계, 그리고 정부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내년이면 한국머크 바이오파마 GM 3년차가 된다. 개인적 포부와 바이오파마 비전은 무엇인가.
"세 가지 주요 목표가 있다. 첫째, 내년에는 남아 있는 모든 제품의 급여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둘째, 머크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기업들이 본받을 수 있는 롤모델이자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족 친화적인 근무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 셋째, 머크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회원사로서 한국 내 신약 접근성 개선에 기여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에서는 신약 급여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도입되는 신약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따라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여 한국 환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최적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