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상정이 올해 마지막 기회" 키트루다 급여확대 방향키 쥔 암질심
미상정 시 내년까지 또 기다려야 임상적 필요성은 인정, 문제는 재정 17개 적응증 모두 미충족 수요 높아 위암 검토 필요하지만 포함 미지수
[팜뉴스=김민건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면역항암제" 항 PD-1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국내에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급여 확대 여부를 쥔 방향키가 제약사에서 다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로 넘어갔다. 최근 한국MSD가 기존 보다 보완한 재정분담안을 제출하면서다. 정부가 받아들이냐에 따라 중증 암환자 치료 환경에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12일 팜뉴스 취재 결과, 한국MSD는 조기·전이·재발성 삼중음성 유방암, 담도암, MSI-H·HER2 양성, 음성 전이성 위암 등 국내 미충족 수요가 높은 17개 적응증 급여 확대를 위한 추가 재정분담안을 다시 제출했다.
그간 키트루다 급여 확대 최대 걸림돌은 재정 문제였다. 키트루다를 필요로 하는 중증 암환자들이 있지만 치료 환경 개선을 붙잡는 걸림돌이 되면서 1년 6개월이 넘도록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4월 암질심에서 '급여기준 미설정'을 결정하면서 '의학적 타당성'과 '진료상 필요성' 등은 인정했다. 다만 재정분담(안) 추가 제출 시 급여기준 설정 여부를 재논의하겠다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한국MSD에 급여 확대 방향키를 넘긴 셈이다. 해당 내용을 검토한 한국MSD는 지난 10월 기존 제출안에 가장 큰 이슈였던 재정 문제와 관련해 최대한 분담하는 내용을 담아 새로운 제안을 한 것이 확인된다.
한국MSD 관계자는 이번 재정분담안에 대해 "올해 마지막이 될 암질심을 앞두고 키트루다 급여 확대 소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간절함과 시급한 현실을 가장 우선으로 고려 HER2 음성과 양성 위암 모두 포함한 재정분담안을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급여 확대 신청 이후 국내 많은 암 환자와 가족, 의료진이 심평원의 조속한 검토와 안건 상정을 통해 건보 급여 적용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MSD로서는 가능한 모든 제안을 담았다는 것이다.
키트루다 급여 확대 기준 검토 과정을 보면 암질심과 한국MSD 모두 미충족 수요가 높은 치료 환경에 놓인 적응증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다만 재정 부담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입장 차가 있다.
18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암질심에 키트루다 급여 확대 안건이 상정되지 않는다면 내년으로 미뤄진다. 급여 확대만 기다려왔던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어느 겨울 보다 차가운 소식이 전해질 수 밖에 없다.
▶첫 급여 확대 신청서 제출 1년 6개월, 1차 검토만 완료
키트루다 급여 확대 안건은 지난 2023년 6월로 올라간다. 한국MSD가 미충족 수요가 높은 13개 적응증에 키트루다 급여 기준 확대를 신청하면서다. 4개월 뒤인 10월 11일, 암질심에서 우선적으로 '진행성 자궁내막암' '직결장암' '식도암 적응증' 급여 기준을 심의해 재논의를 결정했다.
당시 심평원은 "급여확대를 신청한 다수 적응증 대상으로 의학적 타당성과 진료 필요성 등을 우선 검토하겠다"며 "이를 입증한 적응증은 전체 건보 재정에 대해 제약사 재정분담(안)을 제출받아 영향을 분석, 급여 기준 설정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암질심은 이후 11월 22일 '전이성 또는 재발성 삼중음성 유방암', '두경부암', '자궁경부암' '비근침습성 방광암' 적응증도 추가 논의해 재논의로 가닥지었다. 미충족 수요가 높음에도 최초 신청한 13개 적응증 중 7개가 재정 부담으로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한국MSD는 12월 추가적으로 MSI-H 위암과 담도암 적응증까지 급여 기준 확대 신청서를 냈다. 급여 검토 대상은 15개로 늘었고 결국 해를 넘겨야 했다.
올해 1월 31일 열린 암질심에서 작년 논의하지 못 했던 '신세포암'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MSI-H 자궁내막암' '소장암' '췌장암' '난소암' 등 6개 적응증을 다뤘지만 이마저 재논의로 끝났다. 작년 6월 최초 신청한 13개 적응증 대상 전부 1차적으로 검토 완료된 것이다.
한국MSD는 올해 2월 추가적으로 HER 양성, 음성 전이성 위암 적응증 급여 기준 확대를 신청하며 총 17개 적응증으로 늘었다. 위암에 대한 미충족 수요도 다른 적응증 못지 않게 크다. 한국MSD가 올해 위암 적응증 허가를 받자마저 서둘러 급여 확대를 신청한 배경이다.
현재 HER2 음성과 양성 전이성 위암에 사용가능한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가 유일하다. 하지만 새로 추가된 위암 적응증은 아직 임상적 유효성 검토 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1차 임상적 유효성 검토 완료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전이성 또는 재발성 삼중음성 유방암 ▲전이성 또는 재발성 두경부암 ▲진행성 또는 전이성 식도암 ▲신세포암 수술 후 보조요법 ▲비근침습성 방광암 ▲지속성, 재발성 또는 전이성 자궁경부암 ▲진행성 자궁내막암 ▲MSI-H 또는 dMMR 전이성 자궁내막암 ▲MSI-H 또는 dMMR을 나타내며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전이성인 직결장암(KN-177) ▲MSI-H 또는 dMMR 전이성 소장암 ▲MSI-H 또는 dMMR 전이성 난소암 ▲MSI-H 또는 dMMR 전이성 췌장암 ▲ MSI-H 위암 ▲MSI-H 담도암
*1차 임상적 유효성 미검토
▲HER2 음성 전이성 위암 ▲HER2 양성 전이성 위암
임상적 유효성을 1차적으로 검토한 15개 적응증과 의학적 타당성 등을 검토해야 하는 2개 적응증이 급여 1차 관문을 넘지 못 하고 있다. 17개 적응증에 급여 확대를 신청한 것은 유례가 없던 일이다. 각각 적응증별로 보면 미충족 수요가 매우 큰 것도 사실이다. 국회에서는 재정 문제로 번번이 암질심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올해 국정감사 이후 서면질의를 통해 심평원에 "키트루다를 포함한 면역항암제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며 지적했다. 이에 심평원은 "키트루다주는 신청 적응증이 다수여서, 우선 적응증별 의학적 타당성과 진료상 필요성을 검토, 입증된 적응증의 전체 재정에 대한 제약사 재정분담(안)을 제출 받아 급여기준 설정 여부를 최종 논의키로 했다"고 답했다.
심평원은 "제약사의 실효성 있는 재정분담(안)이 제출되면 급여확대를 조속히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한국MSD는 HER2 양성, 음성 전이성 위암을 포함한 총 17개 적응증에 대한 새로운 재정분담 자료를 제출하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앞서 한국MSD 관계자는 "다수 암종에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는 면역항암제 특수성을 고려해 키트루다 치료 혜택을 더 많은 환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암질심 통과 후 필요한 제도적 측면에서 논의도 최선을 다해 협력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올해 열리는 마지막 암질심에서 키트루다 급여 확대 기준을 설정하지 못 하고 내년으로 넘어가면 3년째가 된다. 위암을 비롯해 삼중음성 유방암, 두경부암 등은 생존기간 혜택을 입증한 신약이 없다. 임상적 유용성을 거둔 키트루다가 이들의 마지막 희망이다.
환자를 비롯해 의료 현장에서 키트루다 급여 적용으로 중증 암 환자 생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치료 환경을 구축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