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기관 현지확인, 현지조사의 절차 및 관련 쟁점
장덕규 파트너 변호사 칼럼 | 법무법인 반우
병·의원과 약국은 모두 국민건강보험법(건보법)상 요양기관으로서 보건복지부(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는다.
그리고 많은 요양기관들이 주지하고 있듯이 이들은 현지확인과 현지조사를 통해 부당/허위청구를 적발하고 행정처분에 나아감으로서 요양기관을 관리감독한다. 그런데 문제는 복지부가 내리는 업무정지처분의 기준이 생각보다 매우 엄격하다는 데 있다.
현지조사가 벌어지는 경우 조사의 대상이 된 기간 동안 해당 요양기관에 월 평균 40만원 이상, 그리고 같은 기간 동안 지급받은 총 요양급여비용 대비 0.1% 이상의 부당청구만 확인되어도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이 내려지는 바, 실상 요양기관들은 매월 하는 청구에서 까딱 작은 실수만 있었어도 업무정지처분의 리스크를 안게 되는 것이다.
이에 요양기관 입장에서는 현지조사의 앞선 절차인 현지확인만 진행된다는 통보를 받아도 당황한 나머지 적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기는데,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아날 구멍은 있는 법, 평소에 제도를 잘 알아두고 문제가 닥쳤을 때 필요한 정보를 열심히 수집한다면 불측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통상의 부당청구 적발은 공단/심평원의 현지확인 절차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건보법 제96조는 공단과 심평원이 그 법정 업무(급여비용 관리, 청구 적정성 확인 등도 이들의 법정 업무에 포함된다)를 수행하기 위해 요양기관에 자료 제공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두고 있다. 공단과 심평원은 이 규정을 근거로 현지확인 업무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단과 심평원의 현지확인권한은 임의적인 것으로서 건보법 내에서는 이들의 자료제공 요청 및 현지확인을 거부하더라도 그 어떠한 불이익 조치도 두지 않고 있다.
대법원 역시 건강검진기관에 대한 공단의 조사권한에 대해, '조사대상자의 자발적인 협조를 전제할 뿐 조사 거부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없는 임의적 행정조사라면 법령상 명확한 위임 근거가 없다고 하더라도 가능하다'고 판시하여 공단이나 심평원의 조사는 거부가 가능하고 거부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조사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만, 이와 같이 현지확인을 거부당하는 경우 공단과 심평원은 곧바로 복지부에 현지조사를 의뢰하여 조사절차를 이어간다.
거부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는 상기의 현지확인과는 달리, 복지부 현지조사는 거부만으로 1년의 업무정지처분이 내려지며(참고로 부당청구로 받을 수 있는 업무정지처분의 최대한이 365일이다) 1천만원 이하의 벌금,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함께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받지 않을 방법이 없다.
복지부 현지조사는 명칭과는 달리, 복지부 담당 공무원은 조사 첫날과 마지막날만 출석하고 실제 조사업무의 대부분을 심평원과 공단 직원들이 수행한다.
이러한 형태의 조사 실시에 대해 법원은 첫날과 마지막날 복지부 공무원이 출석하는 경우 적법하다고 보았지만 아예 출석 없이 심평원이나 공단 직원만으로 실시된 현지조사라면 조사 자체가 위법하여 그 이후에 내려지는 업무정지처분도 위법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조사를 받게 된다면 조사 실시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잘 확인해둘 필요가 있다.
조사 과정에서는 자료 제출과 진술 조사가 이어진다. 복지부의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상 조사 착수시점에는 6개월치를 대상으로 하지만, 부당청구가 발견되는 경우 최장36개월까지 조사대상기간이 확대될 수 있다.
즉, 현지조사와 이어지는 업무정지처분은 36개월까지의 부당청구가 근거가 되는 셈이다. 단, 이는 업무정지처분의 조사대상범위일 뿐, 환수처분은 민법상 부당이득의 소멸시효를 따라가기 때문에 최장 10년치가 환수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알아두어야 한다.
이와 같이 조사를 실시하고 끝나는 날이 되면, 조사원들은 그동안 제출 받은 자료와 징구한 관련자들의 진술서 등을 바탕으로 해당 요양기관의 부당청구 내역을 정리해 최종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온다.
이들은 사실확인서에 요양기관 대표의 서명 날인을 요구하는데, 그대로 서명날인하게 되면 추후 사실관계를 다투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대법원은 행정조사의 상대방으로부터 위반사실을 자인하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은 경우, 그 확인서의 작성이 강압에 의한 것이라거나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미비하여 증거로 쓸 수 없는 경우가 아닌 한 증거가치를 쉽게 부정할 수 없다고 보아 확인서의 증명력을 매우 높게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최종사실확인서에 기재된 내용 중 사실과 다른 점이 있거나 다툴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그대로 서명날인하여서는 안 되고, 사실관계가 상이하다는 점을 꼭 부기해 두어야 한다.
이러한 현지조사와 그에 이어질 업무정지 처분이 두렵다면, 아예 낌새가 있어보일 때 바로 자진환수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복지부의 요양기관 현지조사 지침은 현지확인 단계에서 부당청구가 확인되더라도 이를 요양기관이 적발 전에 자진환수해 두었으면(자율점검 포함) 현지조사를 의뢰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추후 업무정지처분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자진환수가 있는 경우라면 감경사유가 된다.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소한 부당청구 사실이 발각되기 이전에 외부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부당청구의 유형 및 범위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여 적극적이고 명시적으로 자진환수를 한 경우" 이를 업무정지처분에 있어서의 감면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바, 이를 참조하여 부당청구가 있는 경우 미리미리 자진환수를 해두는 것도 혹시 모를 불측의 피해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와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