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 데이터 조작, 엔허투·이뮤도 불법 수입 조사
전현직 임직원 수사에 매출 저하 '불똥' 우려 2030년 800억달러 목표, 중국 시장 비중 커
[팜뉴스=김민건 기자]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중국 현지에서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데이터 조작과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이뮤도(트레멜리무맙) 불법 수입 조사로 곤혹스런 처지다. 이번 사건이 기업 전체 매출 저하에 위험 요소로 작용할지 우려하고 있다.
이달 12일(현지시간) 파스칼 소리오(Pascal Soriot) 아스트라제네카 CEO는 2024년 3분기 주요 실적을 발표하며 "2024년 3분기 보인 강력한 성장 궤도는 2025년까지 이어질 것이며, 오는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한 견고한 기반이 될 것이다"면서 "우리는 중국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당국 요청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제약사 CEO가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출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파스칼 소리오 CEO는 10년 전 2024년까지 연매출 450달러(62조원)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2030년까지 800억달러 매출 달성이라는 새로운 계획을 밝혔다.
파스칼 소리오 CEO가 중국에서 발생한 문제를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지사는 현재 전·현직 임직원이 의료보험 사기와 불법 의약품 수입, 개인 정보 유출 혐의 등으로 조사받고 있다. 자칫 중국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가 매출 달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 해외 유력 언론은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지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문제들을 보도했다. 내용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지사 레온 왕(Leon Wang) 대표가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 그는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마켓 담당 부사장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지난 15년간 중국 내 종양학 부문 책임자였던 에바 인(Eva Yin)을 포함해 전·현직 임직원이 조사 대상이다.
레온 왕 대표는 3년 전 중국 선전(深圳) 시에서 일어난 보험 사기 사건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사기 사건이란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지사 직원이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처방량을 늘리기 위해 환자의 유전자 검사 데이터를 조작, 처방 기준에 충족하지 않은 환자에게도 사용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에서는 레온 왕 대표와 보험 사건 연관성을 부인하며 "당시 내부 조사로 문제를 발견했으며 규제 당국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사건이 일부 임직원에 국한된 사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지사 임직원 다수가 또 다른 사건으로 구금돼 조사 받은 사실이 올해 9월 블룸버그 등 해외 언론에 의해 보도됐다. 이 사건도 선전에서 발생했다.
중국 지사 전현직 임직원 다수가 ADC 표적치료제 엔허투, 면역항암제 이뮤도를 홍콩에서 중국 본토로 불법 수입했는지, 환자 데이터를 부적절하게 수집해 개인정보 보호법을 위반했는지를 조사받았다. 특히 임핀지(더발루맙)-이뮤도(트레멜리무맙) 이중 면역항암요법 중 한국은 작년 7월 간암 1차 치료에 이뮤도를 허가했지만 중국은 승인하지 않았다.
구금 대상자에는 15년간 중국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종양학 부문을 책임졌던 전직 임원 에바 인(Eva Yin) 씨가 포함됐다. 그가 일하는 동안 의약품 불법 수입에 연루됐다는 혐의다. 이후 레온 왕 대표에 대한 조사가 빠르게 진행됐다. 3년 전 보험 사기 사건을 비롯해 올해 의약품 불법 수입, 부적절한 환자 데이터 수집 혐의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연루된 셈이다.
레온 왕 대표는 2013년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지사에 온 뒤 2014년 대표가 됐다. 이후 지난 10년간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지사는 지속적인 매출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매출만 58억8000만달러(8조2000억원)로 아스트라제네카 전체 매출에서 12.8%를 차지했다.
아스트라제네카에게 중국은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해외 언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전체 임직원 9만 명 중 1만6000명이 중국에서 근무한다. 중국 시장이 아스트라제네카에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고용 규모다.
올해 아스트라제네카 중국 지사는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34억달러(4조75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동기간 아스트라제네카 전체 매출 비중에서 13%를 차지했다. 올해 3분기에만 16억7000만달러(2조3000억원, 15%↑)를 기록했다. 3/4분기까지 총합 매출은 50억4900만달러(7조500억원, 15%↑)였다.
파스칼 소리오 CEO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중국에 전념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중국과 함께 할 것이다"고 말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