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항암제를 쓰느냐가 다발골수종 생존 여부 95% 결정"
재발과 완화 반복하며 치료 효과 떨어져 1차 95% 치료 → 5차 치료 단 1%에 불과 단클론항체, 이중특이항체 신약 급여 필요
[팜뉴스=김민건 기자] "우리나라 다발골수종 환자 생존율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10% 정도 떨어진다. 그 이유는 좋은 효과를 가진 치료제 급여 적용이 늦어지면서다."
민창기 가톨릭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28일 서울 시청 더플라자호텔에서 한국얀센(존슨앤존슨 제약사업 부문)이 마련한 간담회에 참석해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 상황을 이같이 말했다.
민 교수는 "지난 30년간 의사로서 경험한 결과, 신약이 출시되고 2~3년 지나면 생존율이 10% 정도 오르고, 이후 새로운 신약이 나오면 다시 10% 정도 생존율이 오르는 양상을 많이 봤다"며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 생존율이 낮은 원인의 90% 이상이 치료제 도입이 늦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1990년대 조혈모세포이식을 도입했을 때 1980년대에 비해 10~15% 정도 생존율이 올랐고, 2000년대 초반에는 면역조절제나 프로테아좀억제제를 쓰면서 또 10~15% 향상 됐다"며 "다발골수종 항암 치료는 기본적으로 수술, 방사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항암제를 쓰느냐에 따라 생존율이 95% 이상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결국 효과적인 치료제를 빨리 도입하면 재발을 줄이면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예상하면 치료 비용도 더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치료제를 개발해서 표준화 한 수준까지 우리도 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세포를 만드는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희귀질환이다. 면역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이기 때문에 골수 기능이 약해지면서 골다공증이 생기고, 골 용해로 칼슘이 녹아 신장으로 흘러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현재 다발골수종 치료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환자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다발골수종은 평균 67세에 발병하는데 현재 50대 후반 베이비붐 세대가 해당한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다발골수종 환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다음은 완치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같은 혈액암인 림프종, 백혈병은 치료제 효과가 오래 유지되고, 조혈모세포이식 치료법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다발골수종은 만성적으로 진행하면서 많은 환자가 재발 공포를 겪는다. 많은 경우 완치가 어렵다는 두려움을 가진다. 민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혈액암이지만 재발 공포와 완치가 어렵다는 두려움 때문에 심리적 스트레스가 많다"고 했다.
다발골수종 1차 치료를 받는 환자는 95%에 달하지만 4차는 15%, 5차는 1%에 불과하다. 다발골수종을 일으키는 원인에 M단백이 있다. 정상인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다. M단백 수치가 '오르락내리락' 하는 그림은 재발과 완화가 반복된다는 의미다.
다발골수종 암세포는 최초 발병에는 치료 효과를 보이며 변이도 적다. 1차, 2차, 3차 이상까지 재발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암세포 변이도 많아지며 세포가 악성으로 변하면서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다. 다발골수종 치료에 최적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점은 초기 1차 재발 이하라는 뜻이다.
민 교수는 "다발골수종 1차 치료를 받는 환자는 95%가 넘지만 2차부터는 그 비율이 현저히 줄어든다"며 "재발하면서 암세포가 악성화하고 변이가 많아지면서 합병증 등이 발생해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에 효과적인 치료제를 써서 2, 3차 치료로 넘어가선 안 된다는 얘기다"며 "의사도 환자도 모두 알고 있지만 (국내) 현실은 다르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들어 다발골수종에서도 많은 치료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면역조절제와 프로테아좀억제제가 있다. 이후 단클론항체, CAR-T와 이중특이항체, 항체약물접합체 등 새로운 기전을 가진 신약들이 등장했다.
단클론항체 다잘렉스(다잘렉스)를 비롯해 이중특이항체인 텍베일리(테클리스타맙), 엘렉스피오(엘라나타맙)는 최근 4~5년 사이 개발됐다.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괄목할 만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는 기존 다발골수종 치료에 CD38 항체를 표적하는 다잘렉스를 추가하면서 치료 성과가 확연히 달라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 B세포성숙항원(B-cell maturation antigen, BCMA)과 T세포 수용체 CD3을 동시 표적하는 텍베일리도 마찬가지다. 3차 치료를 마친 환자에서도 '매우 좋은 부분 관해(Very good partial response, VGPR)'를 보인 경우 2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
민 교수는 "이런 효과는 기존 치료에서 볼 수 없었는데 현재 사망 위험에 직면한 다발골수종 환자 생존에는 필수적인 약제다"며 "그러나 다잘렉스를 3차 치료가 끝나고 내성과 변이가 발생한 4차 재발에서 급여로 쓰는 것은 좋은 치료제를 너무나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어디에서도 다잘렉스를 4차 치료에 사용하지 않으며 대부분 1~2차 치료에 쓴다"며 "CAR-T 치료제도 다발골수종 임상에서 좋은 효과를 보였지만 여러 공급 이슈와 환경 때문에 사용하지 못 하면서 '그림의 떡'이 됐는데 하루빨리 1~2차 치료에 단클론항체 급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교수는 의료인으로서 사명이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다발골수종은 결국 재발하는 병으로 극한 상황으로 가기 전 초기부터 좋은 치료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며 "환자들이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정말 효과적인 치료제를 마음 놓고 투여할 수 있는 현실이다"고 전했다.
이날 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이 된 상황에서 향후 10년 이내 다발골수종 환자가 1.5~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