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만나다] 망막 질환만을 '고집'하는 그만의 진료 철학

대구 망막 클리닉 장우혁 원장 인터뷰 "환자에게 감동(感動)과 신의(信義)를 주고 싶었습니다"

2024-10-14     김응민 기자

[팜뉴스=김응민 기자] 경제가 성장하고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특정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스페셜리스트(specialist)'가 주목 받고 있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두루두루 활용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가 각광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의료 분야, 그중에서도 안과 질환에서는 최근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환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이러한 전문가들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증가하는 유병률과 함께 전문화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함께 많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이에 팜뉴스는 안과 분야에서 '스페셜리스트'로 명성이 높은 대구 장우혁안과를 찾았다. 다양한 안과 질환 중에서도 '망막' 질환만을 고집하는 장우혁 원장은 어떤 진료 철학을 갖고 있을까.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장우혁 원장

# 매력적으로 다가온 안과 과목, 지금 생각해도 '잘한 결정'

저는 영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공 과목으로 안과를 선택했다. 그 당시 안과는 인기과 중의 하나이기는 했지만, 저는 그런 부분보다도 안과 과목이 갖는 특수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안과는 질환 특성상 상대적으로 타과(他科)와의 협업이 적고 특히 망막 분야의 경우 시력저하를 유발하는 대부분의 질환을 커버할 수 있어, 이러한 부분이 저와 잘 맞았다. 지금 돌이켜봐도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영남대 병원은 지역 내에서도 안과 환자가 많기로 유명했는데, 존경하는 은사님들의 가르침 아래 다양한 환자 케이스를 접하며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수련 생활을 하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비교적 즐겁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 군의관 복무 & 美 연수를 통해 쌓은 값진 경험들

많은 경험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것을 꼽자면 우선 군의관 시절이 있다. 공군에서 안과 비행군의관으로 복무했는데 단순히 군인으로서 복무했던 것이 아니라 16전투비행단 의무전대장으로 근무하며 의무 분야의 지휘를 맡았다.

이를 통해 각종 행정 업무들을 경험했는데, 이런 부분이 후에 영남대 병원에서 안과 교수로 근무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다.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미국 연수다. 지난 2009~2010년에 미국 필라델피아 토머스제퍼슨의대 윌스아이(WILLS EYE) 병원에서 연수 생활을 했는데, 윌스아이 병원은 미국 최고의 안과 병원으로 특히 망막 분야가 유명하다.

임상전임의로 근무하며 미국 최고의 안과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망막 의사와 타분과 의사들과의 협업 및 협진 시스템 등을 알게 됐다.

돌이켜 보면 제가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들이 없었고, 그 과정에서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으며 좋은 경험을 쌓았던 것 같다.

# 대학병원에서 느낀 아쉬움과 '망막 클리닉'이라는 꿈

대학병원 안과 교수로 근무하며 좋은 점도 많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어떤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 빠르고 직관적인 해결을 선호하는 편이다. 불필요한 요소나 복잡한 과정은 가급적 없애려 한다.

그런데 대학병원은 3차의료기관이라는 특성상 절차나 과정이 다소 복잡한 편이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들이 필수적이지만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다.

교수로 재직하면서 나름대로 진료 환경을 개선하거나 환자 대기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일정 부분에서는 업무 효율성이 올라가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것들이 있었고 개인이 극복하기에는 한계점이 명확했다.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개원을 결심하게 됐다.

사진. 장우혁 원장

# 환자에게 감동(感動)과 신의(信義)를 주고 싶었습니다

눈(目)은 복잡한 신체기관인 만큼 다양한 질환이 존재한다. 특히 망막은 안구 내 여러 조직 중에서 가장 시기능에 중요한 부분으로 본원은 오로지 황반변성, 당뇨망막증, 망막박리 등의 '망막' 질환만을 진료하고 있다.

이는 제가 영남대 안과 교수로 근무하며 망막 분야에 집중한 것도 있고, 개원을 해서도 스스로를 더 발전시키고 싶은 분야가 망막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안과 과목 특성상 다른 진료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마취 병리검사 등과 관련된 협업이나 협진 부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도 있었다. 일반적인 내·외과 과목들은 수술 하나만 하려고 해도 마취나 바이탈(vital) 유지 등 다양한 부분에서 협업이 필요한데 다행히 안과 망막 분야는 저 혼자 꾸려 나갈 수 있는 부분들이 존재했다.

# 쉽지 않았던 도전, 뜬눈으로 지샌 나날들

망막 질환만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개원했지만 막상 해보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전문분야 표시 없이 '안과'라고만 간판을 달고 있으니 초기에는 다양한 환자들이 내원했다.

또한 처음부터 예약제를 운영하다 보니 너무 까다로운 진료시스템이라며 불편해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예전에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에는 말 그대로 의사는 환자만 보면 됐었다. 주차 관리 요원에서부터 원무과 직원 등 여러 지원분야의 서포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진료 외적인 부분까지 제가 모든 것을 처리해야 했다. 대학병원에서는 불과 2~3분이면 처리할 것을 행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느라 몇 날 며칠을 떠안기도 했었다. 오히려 대학보다 더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아닌가라는 불안한 생각이 들 때도 있을 정도였다. 

이렇게 개원 초기에는 진료와 무관하게 밤늦도록 일했고, 일주일에 주7일을 출근하며 원활한 망막 진료시스템을 만들어보겠다는 각오로 꾸준히 노력했다.

사진. 장우혁안과 내부 전경

# 검증된 실력과 노하우로 당신의 눈을 지켜드립니다

그렇게 꼬박 1년을 고생하고 나니 조금씩 활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대학병원 교수로 근무하며 쌓은 경험으로 환자들을 성심성의껏 진료했고 수술도 전보다 더 열심히 했다.

또한 망막 질환은 질환 특성상 장비 수준에 따라 진단의 정확도가 좌우되는데 이 때문에 가장 최신식 장비를 도입해 꾸준히 업데이트 하려 노력했다.

무엇보다도 감사한 부분은 개원초 그리 크지 않은 규모의 클리닉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안과선생님들께서 많은 망막환자를 의뢰해주셨고 그 덕분에 병원의 규모도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진료공간, 수술공간, 진료지원인력 등 모든 면에서 기틀이 잘 잡혀 원할하게 진료 및 수술 흐름이 잘 이루어지고 있어 제대로 된 망막클리닉의 모습이 어느 정도 갖추어진 듯 하다.

# 어느덧 맞이하는 개원 10주년..."시력 지킴이의 삶 감사해"

내년이면 개원 10주년을 맞이한다. 너무 정신없이 달려와서 중간중간 뒤를 돌아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의사로서 망막을 전공하여 눈의 본질인 시력 지킴이가 될 수 있었던 것을 항상 감사히 생각한다. 이런 감사한 마음을 담아 황반변성, 당뇨망막증 등의 질환으로 시력을 위협받는 모든 망막환자분들께 빛을 드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매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