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약만리] 만성심부전 조연에서 주연으로, 새로운 패러다임 베르쿠보

국내 급여 1주년 , 만성 악화 심부전 치료 희망 열어 " 가이드라인 기반 치료 이어주는 가교 역할에 필수적"

2024-09-26     김민건 기자
바이엘 베르쿠보

[팜뉴스=김민건 기자] 2021년 11월 한국에서도 허가된 베르쿠보(베리시구앗)는  국내 심부전 치료에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으며 보험 급여 적용(2023년 9월)을 이뤘다. 기대는 현실이 됐다.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ACEI, ARB, ARNI, MRA), SGLT-2 억제제, 베타 차단제, 이뇨제 등과 다른 기전을 가진 베르쿠보는 기존 치료제 대비 만성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과 증상 악화를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분명히 보였다.

최근 심부전 치료에서 중요한 목표는 질환 악화를 줄이는 것이다. 입원 뿐 아니라 외래에서부터 질환 악화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적잖은 노력을 기울인다. 2020년 기준 국내 심부전 환자는 약 100만 명으로 추정하지만 실질적 유병률은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60세 이후부터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 중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른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부전 악화를 경험하는 환자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베르쿠보는 sGC 촉진제 중 세계 최초로(First-in-class) 만성 심부전 치료제로 승인되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했다. 심부전 악화와 입원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이는 주연 역할을 맡아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희망의 길을 만들고 있다.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베르쿠보 기전, 새로운 길을 열다

챗GPT로 구성한 이미지

 

고혈압, 판막질환, 심근증 등 여러 심혈관 질환에서 최종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심부전은 질한 악화가 빈번하고, 이로 인한 입원이 반복될수록 사망률과 깊은 관계가 있다. 심부전 중에서도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은 심장이 제대로 펌프질을 못해 혈액을 충분히 보내지 못한다.  

이 환자들은 심부전으로 입원했거나 증상이 악화된 경우 이전에 입원하지 않은 비교적 안정된 상태의 환자보다 재입원 또는 심장 문제로 사망할 위험이 4배나 높다. 더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기존 치료제들은 심부전으로 인해 신체가 비정상적으로 조절하는 신경호르몬 경로를 조절하기 위해 개발돼 한계점이 있다. 베르쿠보는 다른 방식으로 작용한다. 심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데 필요한 'NO-sGC-cGMP' 경로를 회복하는 기전이다.

산화 스트레스와 혈관 기능 장애는 NO라는 중요한 생체 이용률을 감소시켜 심부전을 악화시킨다. NO 감소가 수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soluble Guanylate Cyclase, 이하 sGC) 결핍을 초래하면 심장과 혈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cGMP 합성을 감소시켜 심부전을 유발하는 것이다. 

베르쿠보는 NO와 관계없이 sGC를 직접 자극해 NO 민감도를 높이며 cGMP 생성을 촉진한다. 기존 치료제와 달리 심장 수축, 혈관 이완, 심장 구조를 개선하는 베르쿠보가 심부전 악화를 막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혈관질환 사망 또는 심부전 입원 위험 감소, 2차 치료 미충족 수요 맞춰

베르쿠보는 입원과 심혈관계 원인으로 인한 사망에 유의한 위험 감소 효과를 확인하며 기존 존재하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2차 치료제로 자리잡았다. 최근 6개월 이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또는 3개월 이내 심부전 악화로 외래에서 정맥 내 이뇨제를 투여한 좌심실 박출률 45% 미만 증상성 만성 심부전 환자에게 1차 표준치료제와 함께 투여한다.

박재형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부전 예후 지표인 입원을 반복하면 사망률은 함께 증가한다. 악화된 심부전 치료에서 첫 입원 위험과 재입원율을 감소시키는 베르쿠보는 1차 표준치료제 4제요법 전략 이후 악화된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다"고 강조했다.

현재 급여 조건도 현실을 반영했다. 베르쿠보는 국내에서 좌심실 박출률이 45% 미만인 만성 심부전 환자(NYHA class Ⅱ~Ⅳ)를 대상으로 보험 급여를 적용한다. 이 환자들은 4주 이상의 1차 표준 치료인 ACE 억제제, 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 또는 사쿠비트릴・발사르탄을 베타 차단제, 알도스테론 길항제와 병용했음에도 심부전으로 입원한 적이 있거나 심부전 악화로 외래에서 정맥용 이뇨제를 투여한 경우여야 한다.

또한, B형 뇌성 나트륨 이뇨펩타이드(Brain natriuretic peptide, BNP) 또는 N말단 뇌성 나트륨이뇨펩티드(N-terminal pro-BNP, NT-proBNP) 수치가 특정 기준 이상이어야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BNP와 NT-proBNP는 심부전을 평가하는 중요한 바이오마커로 심장이 얼마나 잘 활동하는지를 나타낸다. 심부전 환자는 이 수치가 높다. 정상적인 심장 리듬을 가진 환자의 BNP는 300 pg/mL 이상 또는 NT-proBNP가 1000 pg/mL 이상이어야 하며, 심방세동(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있는 환자는 BNP 500 pg/mL 이상 또는 NT-proBNP가 1600 pg/mL 이상일 때 해당한다.

단, 정맥 내 이뇨제는 충분한 용량의 경구 이뇨제 사용 후에만 투여될 수 있으며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다른 심부전 표준치료와 함께 베르쿠보 투여 시 급여 처방이 가능하다.

베르쿠보 허가 임상인 VICTORIA 연구는 1차 표준치료에도 불구하고 심부전 악화를 경험한 NYHA class II-IV, 좌심실 박출률 45% 미만 증상성 만성 심부전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의 위험성을 위약군 대비 약 10% 감소시켰다. 추적관찰 10.8개월(중앙값) 동안 이룬 결과였다.

"베르쿠보 VICTORIA 임상에서 위약 대비 연간 절대 발생률 감소(absolute event-rate reduction)는 4.2건/100인년으로, 고위험 환자군 대상으로도 기존 치료제 연구 결과와 비교 시 유사한 정도의 효과를 보였다고 풀이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베르쿠보가 기존 치료제 대비 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베르쿠보의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 위험 감소 효과

 

이러한 연구 결과는 베르쿠보가 국내외 가이드라인을 통해 권고되는 기반이 됐다. 지난 2021년 유럽심장학회(European Society of Cardiology, ESC) 심부전 진단 및 치료 가이드라인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및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권고했다.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또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네프릴리신 억제제(ARNI), 베타 차단제(beta blocker),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저해제(MRA)로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심부전이 악화된 NYHA(New York Heart Association) 2~4 등급 환자에서다.

국내 가이드라인은 ESC보다 권고 수준이 높다. 대한심부전학회는 2022년 진료 지침에서 기존 심부전 약제를 사용했음에도, 심부전 악화를 경험한 좌심실 박출률 45% 미만 심부전 환자에서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또는 심부전 재입원을 감소시키기 위해 Class Ⅱa로 베르쿠보를 권고했다.

VICTORIA 연구에 한국인을 등록하고 고위험군 심부전 환자에서 위약 대비 연간 절대 발생률 감소 4.2 건/100인년을 보여준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박 교수는 "베르쿠보는 입원을 계속 반복하거나 심장 이식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된 환자에서 치료 가능성을 열어준 치료제다. 실제로 입원 중 혈관을 수축해 혈압을 높이는 약물인 승압제와 베르쿠보를 병행하여 사용한 환자들 중에는 산소 치료 없이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 호전을 보인 사례가 보고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동안 심부전 악화 치료 전략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다"고 덧붙였다.

▷외래서 악화된 심부전 치료 효과 확인하며 재정의

VICTORIA 연구에서 사전 지정된 하위그룹 분석을 보면, 무작위 배정 전 3개월 내에 심 부전 악화로 정맥 내 이뇨제 치료를 받은 외래 환자에서 1차 평가변수인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 위험성을 위약군 대비 약 22% 감소시켰다.

박 교수는 "심부전 악화 환자에게 입원은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외래에서 정맥 내 이뇨제를 처방한 이후에도 숨이 찬 증상이 발생하는 악화 환자에서 베르쿠보를 처방했더니 숨이 찬 증상이 완화돼 '심부전 악화=입원'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부전은 증상을 객관화하기 어려워 입원이라는 객관적 요소를 통해 관리해 왔으나 최근 ESC-HFA에서 제안하듯 악화된 심부전의 정의를 넓게 보고 관리하는 추세로 패러다임이 변화했다. 베르쿠보와 같이 외래환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유럽심장학회 심부전협회(ESC HFA(The Heart Failure Association)는 만성 심부전 악화(Worsening of chronic heart failure) 정의와 역학, 관리, 예방에 대한 임상 합의 성명서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심부전 악화로 입원하는 환자뿐 아니라 외래 환자 악화 예방과 관리도 중요하다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다.

임상 합의 성명서는 심부전 악화를 경험한 좌심실 박출률이 45% 미만으로 저하된 증상성 만성 심부전 환자에서 기존 4제 요법(ACE-I(or ARNI), beta blocker, MRA, SGLT-2I)에 베르쿠보를 추가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다제약물 복용 필요한 환자들 내약성 합격점...혈압, 신기능 영향 적고 약동학적 상호작용↓

심부전 환자 대부분 고령이다. 고혈압, 만성신장질환 등 동반질환이 많다. 베르쿠보는 여러 약물을 복용하는 심부전 환자의 치료에 적합하다. 다양한 in vitro 연구와 1상에서 약물 간 낮은 약동학적 상호작용을 확인했다. 

베르쿠보 내약성

 

박 교수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에 있어 네 가지 1차 치료제들이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과 이환율을 감소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4제 요법을 목표 용량까지 증량한 환자가 50%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혈압이나 신기능 저하 등 때문이다"고 말했다.

VICTORIA 연구에서 혈압 변화를 관찰한 결과 베르쿠보 투여군과 위약군 간 증상성 저혈압 발생률, 실신 발생률이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고령 또는 임상 시작 시점에 낮은 SBP(Systolic Blood Pressure, 수축기혈압), ARNI 치료를 동시에 받고 있었던 환자 등을 포함한 혈압 감소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환자도 큰 혈압 감소가 관찰되지 않았다.

48주 치료 기간 동안 베르쿠보 투여군에서 혈청 크레아티닌, eGFR(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 추정사구체여과율) 변화도 위약군과 거의 유사했다. eGFR이 30mL/min/1.73m2 이하인 신기능 저하 환자에서 임상 시작 시점 대비 16주차 크레아티닌 0.3 mg/dL 이상 증가로 정의한 신기능 악화 발생률은 위약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박 교수는 "실제 고령 환자에서 1차 표준치료를 진행해도 증상이 계속 악화하고, 혈압과 신기능이 떨어져 결국 1차 치료제를 중단해야만 하는 상황이 있었다. 베르쿠보 투약 후 증상이 호전되고 신기능이 회복돼 다시 1차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저혈압, 신기능 저하 등 부작용과 약제 안전성 우려, 의료진의 임상적 관성 등으로 1차 표준치료 약물에서 목표 용량까지 증량한 환자가 50%가 채 되지 않는 RWD 데이터에 비춰 보면 베르쿠보는 내약성이 우수하다. 박 교수는 "베르쿠보가 가이드라인 기반의 약물 치료를 다시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브릿지 역할까지도 할 수 있다"고말했다.

올해 발표된 베르쿠보를 새로 처방 받은 2916명의 환자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독일의 한 코호트 연구가 있었다. 4제 요법을 받는 환자 비율이 29%에서 베르쿠보 사용 후 44%로 증가했다.  

박 교수는 "효과나 안전성, 실제 임상 현장에서 가이드라인 기반 치료(guideline-directed medical therapy, GDMT)를 강화하는 역할을 모두 충족하는 약제로 심부전 치료에서 꼭 필요한 약제가 베르쿠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