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를 만나다] "담도암, 희망고문 끝내고 국가가 치료 폭 넓혀야...임핀지 장기생존 희망 줘"

제대로 쓰지 못했던 면역항암제, 입증된 생존 혜택 급여 적용으로 치료 환경 개선해야 할 시점 도달

2024-07-19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화순전남대병원은 광주와 전남 지역 환자들이 주로 찾는 암 치료 전문 의료기관이다. 전남대병원에서 암 전문으로 분원한 만큼 암면역치료센터에서 제공하는 면역항암제 치료 기회는 담도암을 비롯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암종에서 또 다른 생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배우균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종양내과 교수

 

배우균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담도암은 그간 치료 환경을 개선한 약제가 없었던 탓에 다른 암종에 밀려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지만 이제는 데이터로 입증한 약제가 등장했다"며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 교수가 언급한 치료제는 10년 만에 담도암 치료에 새로운 옵션으로 등장한 항 PD-L1 면역항암제 임핀지(더발루맙)다. 면역항암제 장점을 바탕으로 장기 생존 가능성을 제시한 임핀지는 3년의 전체생존 개선 혜택을 보였다. 담도암 치료제 중 이러한 생존 혜택은 임핀지가 처음이다. 

임핀지를 쓰는 환자는 기존 표준치료요법을 쓴 경우와 비교해 사망 위험을 2배 이상 줄일 수 있다. 이제라도 생존 연장 혜택이 있는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을 배 교수와 같은 진료 현장에 있는 의료진은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희망적이면서 슬프게도 현실 문제가 있다. 담도암에서 면역항암제 처방은 비급여인 탓에 약값이 매우 비싸다. 더 좋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환자들이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Gemcis)을 택하고 있다. 의료진이 선뜻 면역항암제를 권하기도, 환자도 가족이 가질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최근 환자 지원 프로그램이 좀더 적극적으로 이뤄지면서 임핀지 혜택을 보는 환자가 담도암 치료에서 생기고 있다. 비용 등 문제로 면역항암제 사용이 어려웠던 지방에서도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환자 사례가 확인된다. 그 환자를 진료한 의사가 배 교수다. 그는 광주·전남 지역에서 담도암 치료에 임핀지를 비롯한 면역항암제 치료 혜택을 가장 많이 경험한 의료진 중 한 명이다.

팜뉴스는 최근 화순전남대병원에서 배 교수를 만나 면역항암제 등장으로 달라진 담도암 치료 상황을 들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환자들에게 비급여 약제를 제안하는 게 의사로서 조심스럽고 부담도 된다"며 "최근에는 환자들이 임핀지를 먼저 물을 만큼 의료진 입장에서 권유하기가 한결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핀지가 생존기간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국가도 오랫동안 소외됐던 담도암 환자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배 교수와 일문일답.

열악한 치료 환경, 급여 적용되는 건 10년 전 항암화학요법

▷현재 담도암 치료 환경은 어떤가

"담도암 치료는 진단, 수술, 치료 등 전반적으로 열악한 편이다. 먼저 진단의 경우 내시경이나 초음파 등 간단한 검사법이 아닌 ERCP(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 조영술)을 통해 조직을 얻어야지만 암 진단이 가능해 조금 어려운 편이다. 수술 난이도도 높은 편이다. 담도가 간에서 십이지장까지 이어져 있는 기관이라 수술 범위가 넓고 여러 장기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병률은 서양보다 아시아에서 좀더 높다. 서양에서는 흔한 암이 아니다보니 담도암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대규모 임상 연구나 관심이 적었기 때문이다. 다른 암종 대비 치료 여건에 변화가 없었다. 이로 인해 폐암, 유방암 같은 호발암은 치료제 개발이 활발 이뤄지면서 치료제 급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동안 담도암은 개선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환자들은 여전히 간암과 담도암 구분을 어려워할 정도로 인식이 낮은 상황이다.

그 와중에 항암치료는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 단 하나 뿐인 상황이다. 2차, 3차 치료제까지 보험급여가 되는 다른 암종과 달리 담도암은 화학항암제 병용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 이하 젬시스)만 1차 치료에서 급여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임핀지 병용요법(임핀지+젬시타빈+시스플라틴)이 담도암 표준요법으로 권고되고 있는데, 임핀지가 비급여다보니 처방에 어려움이 있다."

▷임핀지가 담도암 치료 환경을 개선했는데도 급여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비급여 약제는 환자에게 제안하기가 굉장히 조심스럽다. (의사로서) 환자들이 고려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알려줘야 하는 의무도 있지만, 비용 문제로 사용하고 싶은 항암제로 치료받을 수 없다는 점을 환자와 보호자가 인지했을 때 심리적 고통이 상당한 편이라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비용 문제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안이 없기 때문에 결국 방사선 치료를 시도 했는데 부작용이 나타나 환자가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지켜만 봤다. 종양내과 의료진으로서 이 부분이 매번 안타깝다."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GemCis)이 담도암에서 급여가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내가 펠로우때 부터 급여가 되고 있었으니 상당히 오래됐다. 그간 (담도암 치료 성적을 개선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생존기간 개선에 실패했다. 아브락산 병용요법이 치료 성적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3상 임상에서 효과 입증에 실패해 사용이 어려워졌다. 최근 임핀지 병용요법이 등장하며 치료 환경이 나아졌지만 앞서 말했듯 비급여라 환자들에게 권유하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치료 옵션이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이 오히려 환자들에게 희망 고문이 될 수 있어 환자들에게 제안하는 것이 더욱 조심스럽다."

▷기존 표준요법과 비교했을 때 임핀지 병용요법 효과는 어떤가

"임상에서 큰 생존기간 개선을 확인했다. 최근 3년 시점에서도 전체생존기간(OS) 개선을 확인해 기존 표준치료 대비 확실히 우월한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치료 편의성 측면도 개선했다. 젬시스 병용은 화학항암제라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성이나 부작용(손발저림, 백혈구 저하 등) 문제로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임핀지 병용은 일정 사이클 이후(8사이클) 임핀지 단독으로만 치료를 유지해 부작용 위험이 크게 줄었다. 임핀지 병용요법이 부작용 위험이 높은 화학항암제 사용을 줄이면서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과 이를 통해 방사선 등 다른 보조요법을 고려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점이 환자 입장에서 큰 혜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핀지 병용요법이 생존기간 개선 등을 보였음에도 여전히 10년 전 등장한 젬시스만 급여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보여지는데, 의료진 입장은 어떤가

"마찬가지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담도암은 다른 암종에 밀려 지원이 거의 없었다. 그간 치료 환경을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 약제가 없었으니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데이터로 입증한 약제가 등장한 만큼 국가도 담도암이 오랜 기간 소외된 점을 고려해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핀지 처방 케이스는 어느 정도되나

"정확한 케이스 수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환자들이 임핀지에 대해 먼저 알고 문의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 비급여라 환자들에게 제안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최근 RSA 재계약으로 약가가 다소 인하돼 부담이 덜해졌고 의료진 입장에서도 권유하기가 나아졌다."

▷임핀지 처방을 선호하는 의료진이 늘어났다는 것인가

"그렇다. 과거에는 담도암을 진단 받으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환자들로부터 임핀지에 대한 문의를 먼저 받고 있다."

배우균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종양내과 교수

 

■담도암 글로벌 임상 국내 연구진이 주도, 3년 OS 발표

▷최근 발표된 TOPAZ-1 3년 OS 결과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그간 담도암 환자 평균 생존 기간이 1년 전후에 그쳤다. 임핀지 병용요법에 반응을 보인 환자들은 3년까지 지속적인 생존 가능성을 보였다. 기존 표준요법과 비교하면 2배 이상 개선한 것이다. 환자들에게 임핀지가 장기 생존의 희망이 되고 있다."

TOPAZ-1 3년 OS 주요 결과 

※ TOPAZ-1 연구는 한국인 연구자 주도로 진행한 글로벌 3상이다.  3년 추적 결과 임핀지는 3년 전체 생존율(OS)을 위약 대비 2배 이상 개선(14.6% vs. 6.9%)했다. 임상 참여자 중 아시아 환자는 54.3%였으며, 한국인 참여자도 120명이다.

※ 3년 이상 시점에서 위약 대비 사망 위험은 26% 감소(HR 0.74; 95% CI, 0.63-0.87)했다. 면역항암제 병용으로 치료한 담도암 치료제 연구 결과 중 최초이자 최장 생존기간 추적 관찰이다.

※아시아 환자에서 비아시아인 대비 전체 생존 위험비(OS HR)와 무진행생존기간 위험비(PFS HR)에서 더욱 유의미한 임상 효과를 확인했다.  전체 생존 위험비(OS HR): 아시아 환자 0.73(95% CI, 0.57-0.94) vs. 비아시아 환자 0.89(95% CI, 0.66-1.19) / 무진행생존기간 위험비(PFS HR): 아시아 환자 0.67(95% CI, 0.54-0.83) vs. 비아시아 환자 0.88 (95% CI, 0.69-1.14)

 

▷장기 생존은 면역항암제에 따른 효과라고 볼 수 있나

"그렇다. 면역항암제에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서는 확실히 이전에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장기 생존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TOPAZ-1 데이터를 보면 담도암 치료에 쓰는 면역항암제 중 유일하게 OR, PFS, ORR 등 주요 평가 지표 모두에서 유의한 개선을 확인했다

"반응률 개선은 항암 효과가 더 잘 나타난다는 의미다. 더 많은 환자들에서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TOPAZ-1 연구는 국내 의료진이 주도한 임상인 만큼 아시아 환자 참여 비율이 다른 임상에 비해 높다. 아시아 환자에서 더 치료 효과가 좋으므로 실제 국내 담도암 환자에서도 유사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 의료진이 유독 담도암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있나

"상대적으로 (서양 보다) 담도암 발생이 높다 보니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기생충 감염 혹은 담석증 등에 의한 발병이 많고 식생활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국내 담도암 현황

※ 전세계 담도암 발생률 및 사망률 분석 결과, 한국은 발생 및 사망에서 모두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발병률은 10만 명당 9명으로 22개 국가 중 2위,  사망률은 34개국 중 1위다.

 

▷TOPAZ-1 연구가 국내 담도암 치료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국내 의료진이 주도한 임상 덕분에 담도암 첫 면역항암제가 탄생했다는 점과 그 면역항암제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안전하게, 오랜 기간 치료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의료진이 주도한 임상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남다른 것인가

"국내 의료진 참여가 많은 만큼 임상에 아시아 환자 참여율이 높고 ,아시아 환자에서 일관된 효과를 확인했다. 반면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는 서양 의료진이 주도해 서양 환자 참여율이 높고, 전체생존기간(OS) 외에는 개선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러한 차이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주요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균 화순전남대학교병원 종양내과 교수

 

항암화학요법 없이 환자 부담 줄이면서 안전한 치료, 정부가 선택 폭 넓혀야

▷앞으로 담도암 치료 환경에 임핀지 병용요법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과거 다른 면역항암제를 화학항암제와 병용했을 때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부작용 발생도 높았다.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였는데 임핀지는 그러한 인식을 바꿨다.

임핀지는 8사이클만 병용요법을 진행한 이후 화학항암제 병용 없이 한 달에 한 번 임핀지 단독 투여로 기존보다 부작용 위험을 줄이면서 효과를 개선했다. 환자들에게 치료 안전성이나 편의성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뿐더러, 화학항암제를 병용하지 않는 대신 방사선 등 다른 보조요법을 유연하게 고려할 수도 있어 생존 기간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어떤 환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나

"부작용 위험이 높은 환자들이 치료 부담을 줄이면서 보다 안전한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환자들이 안전하게 오래 생존할 수 있는 만큼 환자의 삶의 질이나 치료 편의성 측면에서도 많은 혜택이 있다고 본다."

▷일부 환자들은 8사이클 이후 화학항암제 없이 임핀지 단독으로만 사용하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그런 환자가 있는지, 어떻게 생각하나

"치료 중 화학항암제를 뺄 경우 암 진행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다. 그러나 임핀지는 단독으로 유지했을 때도 3년까지 치료 효과가 지속된다는 점이 임상을 통해 입증한 상황이다. 환자들이 안심하고 시도할 수 있는 약제라 할 수 있다.

화학항암제 병용은 병원에 오는 횟수도 늘어날 뿐더러 부작용 위험이 높아진다. 치료 효과가 지속된다면 일정 치료 사이클 이후 단독으로 진행하는 것이 환자들의 삶의 질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 국내 담도암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담도암 환자에서 임핀지 등 면역항암제가 생존 기간을 안전하게 늘려준 만큼 정부도 환자 부담 경감을 위해 면역항암제 선택 폭을 좀더 늘렸으면 한다. 그간 담도암 치료 환경은 너무나 제한적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선택지 하나가 늘어나는 것은 담도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