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약만리] 시신경척수염 재발 5년 억제, 급여 처방 '엔스프링'이 가져올 변화

항아쿠아포린-4 항체 양성, 90% 이상 진행 억제 치료 문턱 낮아졌지만 급여 기준 제한점은 여전

2024-06-18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2023년 12월 1일, 로슈가 개발한 엔스프링(사트랄리주맙)이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NMOSD)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경제적 부담을 낮춘 것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엔스프링은 NMOSD 재발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투여 방식을 편리하게 가져감으로써 치료 성적과 삶의 질 개선이라는 중요한 두 역할을 해낼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엔스프링은 NMOSD 핵심 발병 인자인 인터루킨-6(IL-6)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표적화해 IL-6 신호를 억제, 재발 위험을 줄이는 기전을 가진다. 여기에는 약물을 혈류로 재순환시켜 인터루킨-6 억제 효과를 더 오래 지속시키는 새로운 리사이클링 항체 기술이 적용됐다.

새로운 기술은 엔스프링이 5.5년이라는 긴 시간 지속적으로 치료 유효성을 나타낼 수 있게 했다. 특히 항아쿠아포린-4 항체(Aquaporin-4 immunoglobulin G, AQP4-IgG) 양성 환자에서 탁월한 재발 방지를 나타냈다. 유의미하게 감소시킨 재발 위험은 장기적인 신경 손상 예방에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엔스프링 작용 기전

 

장기간 투여에도 중대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고 국내 허가된 NMOSD 치료제 중 유일한 피하주사형 제제라는 점은 엔스프링의 가치를 다시 한 번 보게 만들었다. 4주 마다 1회 자가 투여가 가능하다는 것은 치료 편의성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별도의 수막구균 예방접종도 필수적으로 권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다른 치료제와의 차별점이다.

이렇듯 엔스프링이 국내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만반의 준비가 끝난 것처럼 느껴졌지만 아직 급여 처방에 제한적 기준이 있다. 맞지 않는 환자에게 여전히 높은 비용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NMOSD, 심각한 시력 소실·마비 이어지는 재발 막아

5년 전인 2019년,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NMOSD 재발 방지를 위해 정식 허가된 약제가 없었다. 2021년 엔스프링은 정식 허가 약제가 됐고 2년 뒤인 2023년 12월 건보 목록에 등재 되면서 NMOSD 환자들이 급여 처방으로 쓸 수 있게 됐다. 

NMOSD는 평생 신체를 쇠약하게 하는 중추신경계 자가면역질환이다. 환자의 90%가 여성이며 30~50대로 젊다. 특히 이들의 80~90%는 반복적인 재발을 경험하는데, 한 번의 재발도 시력 소실이나 마비 같은 심각한 신경 손상을 일으킨다. 그간 국내에서 NMOSD 치료 환경은 미충족 수요가 컸다. 엔스프링이 정식 허가와 급여 처방까지 이룬 것은 의료진과 환자들에게는 의미 있는 날이 된 셈이다. 

이제 NMOSD는 정확한 진단과 올바른 치료 방향을 요구하고 있다. NMOSD 치료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규칙이 장기적인 장애 발생을 줄이고 재발을 예방하는 것이다.

장애 발생 감소와 재발 예방이라는 두 측면에서 엔스프링이 보여준 데이터는 기대한 효과 그대로였다. SAkuraSky 연구는 12~74세 시신경척수염 범주질환 환자 83명을 대상으로 엔스프링과 면역억제제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이다.

이 연구에서 엔스프링+면역억제제 병용 시 치료 환자의 89%가 48주 시점에서 재발을 경험하지 않았고, 96주 시점에서는 78%를 유지했다. 위약군(위약-면역억제제 병용)과 비교해서 재발 발생 위험을 62%(HR 0.38) 시킨 결과다.

SAkuraSky연구

 

특히 항아쿠아포린-4 항체 양성 환자에서 48주와 96주 각 시점에서 환자의 92%가 재발을 경험하지 않은 놀라운 데이터를 기록했다. NMOSD 환자 70%가 항아쿠아포린-4 항체 양성로 진단된다. 항아쿠아포린-4 항체는 중추신경계에 염증을 일으켜 시신경과 척수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온다. NMOSD 환자가 시각 소실과 사지마비를 겪는 이유다. 

엔스프링은 이 임상에서 위약군 대비 항아쿠아포린-4 항체 양성 환자의 재발 위험을 79%(HR 0.21)나 줄였다. 항아쿠아포린-4 양성 환자에서 재발을 효과적으로 방지했다는 것은 신경 손상과 장애 발생을 줄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엔스프링 단독 투여 시에도 이러한 재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SAkuraStar 연구는 18~74세 환자 95명을 대상으로 엔스프링 단독 투여 시 치료 효과를 평가한 임상이다. 엔스프링 투여 48주 시점에서 76% 환자가, 96주는 이와 비슷한 72%에서 재발을 경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위약군과 비교해 재발 발생 위험을 55%(HR 0.45)나 줄일 수 있었다.

SAkuraStar 연구

 

마찬가지로 항아쿠아포린-4 항체 양성 환자에서도 48주 시점에서 83%가 재발을 경험하지 않았고, 96주에서 77%나 엔스프링 투약 효과를 봤다. 위약 대비 재발 위험은 74% (HR 0.26) 감소했다.

두 건의 글로벌 3상을 통해 확인한 결과는 분명했다. 엔스프링이 장기간 매우 높은 수준으로 NMOSD 재발을 억제했으며 이에 반해 중대한 이상반응은 없었다는 것이다. 엔스프링 투여 이후 사망 또는 아나필락시스(초과민반응) 사례는 없었고 이상반응 대부분은 경도와 중등도였다.

이제 의료진과 환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과연 엔스프링이 언제까지 이러한 효과를 보이느냐는 점이었다. SAkuraMoon으로 명명된 오픈라벨 임상연구가 있다. 엔스프링은 항아쿠아포린-4 항체 양성 환자 대상으로 5.5년(288주)간 효과를 보였다. 환자의 72%가 재발을 경험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91%가 심각한 재발을 경험하지 않았고, 83%는 확장 장애 상태 척도(EDSS)에 지속적인 악화가 없었다. 5.5년간 엔스프링 투약 환자는 일관적으로 낮은 연간 재발률(ARR)을 보였다. 

▶높은 급여 기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엔스프링을 급여 처방으로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크게 조건은 3개다. ▲최근 2년 동안 증상이 두 번 이상 재발해야 하고 ▲맙테라(리툭시맙)를 썼지만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어야 하며 ▲확장 장애 상태 척도(EDSS) 점수가 6.5 이하여야 한다.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 급여 대상이 된다.

 

엔스프링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항아쿠아포린-4 항체 양성이 진단돼야 한다. 이후에 만 18세 이상 성인 환자 중 최근 2년 이내 2회 이상 증상이 재발해야 하고, 특히 1년 이내 한 번은 재발을 겪어야 한다. 한 번 재발을 겪으면 신경 손상을 입게 되는 NMOSD 치료인데 최소한 2회 이상 재발을 겪고 3번째 치료제로 쓸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1차치료제로 사용하는 맙테라(리툭시맙) 급여 기준에 적합하며, 맙테라를 3개월 이상 사용한 뒤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이 있어야 하고 EDSS 6.5점 이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엔스프링은 국내외 가이드라인에 따라 항아쿠아포린-4 항체 양성에서 NMOSD 1차치료제로 권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급여 기준 상 3차 이상 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이 걸린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