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에 의한, 국내 환자를 위한 면역항암제..."이제 담도암 현실 바꿔야"

6월 급여기준 확대 신청서 제출 현장 곳곳 "치료 접근성 낮춰야"

2024-06-14     김민건 기자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

[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연구진에 의한, 국내 환자를 위한 면역항암제 임상 연구가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임핀지(더발루맙)를 담도암 1차치료에 사용하기 위한 TOPAZ-1이다. 

12일 팜뉴스 취재 결과,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담도암 1차 치료에서 임핀지+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 급여 기준 확대 신청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했다. 

10년 넘게 세포독성 항암치료제만 사용해왔던 담도암 치료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 곳곳에서 들려온다.

임핀지는 2022년 11월 10일 TOPAZ-1 연구를 근거로 국내에서 면역항암제 최초로 담도암(담즙이 배출되는 통로인 담관·담낭에 발생하는 암종) 적응증을 받았다. 

국내 건보 제도상 기존 폐암 적응증에 급여를 적용하던 임핀지를 담도암 치료에 쓸 경우, 이미 사용 중인 젬시스 요법도 비급여로 사용해야 한다.

담도암 1차치료에서 젬시스 병용을 쓰고 있고 건보 급여가 적용되는데 임핀지를 추가했다는 이유만으로 환자들이 기존 표준치료마저 비급여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면역항암제를 쓰고 싶은 환자들은 기존에 보험으로 처리하던 세포독성 치료비마저 내야 하니 새로운 치료 요법은 언감생심이다.

이에 아스트라제네카는 2023년 8월 첫 급여 적응증인 폐암에 이어 담도암 1차치료에서 젬시스 병용요법 시 급여 기준 확대에 나섰다.

당시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는 젬시스에만 일부 환자 본인 부담을 인정하고 임핀지 급여 기준은 미설정했다. 젬시스만 우선적으로 환자 본인 부담을 일부 인정하는 급여 기준을 설정한 것이다.

올해 3월부터 임핀지+젬시스 담도암 1차 병용 시 임핀지는 환자 100%로, 젬시스는 5%만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미완의 급여 기준이다. 임핀지-젬시스 병용에서 핵심은 면역항암제이기 때문이다.

젬시스 병용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영국에서 진행한 ABC 02 연구를 근거로 담도암 1차치료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젬시스 병용 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11.7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8개월을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암종에서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에 급여를 확대 적용하면서 생존기간 연장 혜택을 보고 있는 반면, 신약 개발 자체가 드문 담도암에서는 전체생존기간 1년이 안 되는 세포독성요법을 표준치료로 10년 넘게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를 만든 것이 '국내 연구진이, 국내 환자를 위해' 실시한 임핀지 TOPAZ-1 연구다. 이전에 치료 경험이 없고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환자 685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임핀지는 위약군 대비 개선된 생존 기간을 처음으로 입증했다. 

685명의 환 중 341명은 임핀지(3주 마다 정맥주사 투여)+젬시타빈+시스플라틴 투여군과 344명의 위약(3주 마다 정맥주사 투여)+젬시타빈+시스플라틴 투약군으로 나뉘었다.

연구에서 임핀지+젬시타빈 병용 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12.8개월로 나타났으며, 위약+젬시타빈 투여군은 11.5개월에 그쳤다. 임상 2년 시점에서 임핀지를 젬시스와 병용한 생존 환자는 24.9%로 위약군(10.4%) 보다 더 많았다. 임핀지가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20% 줄이고 2배 이상 높은 전체생존율을 확인한 것이다.

더구나 임핀지는 8사이클만 젬시스와 병용하고 이후부터는 단독 투여를 하기 때문에 반응을 보인 환자에서 부작용을 줄이면서 좋은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바로 면역항암제 특성인 투약 후 증세가 악화되지 않고 장기간 생존을 보이는 '롱테일 효과'다.

임핀지가 국내에서 면역항암제 최초로 담도암 적응증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롱테일 효과를 보인 TOPAZ-1 연구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담도암 자체가 서양 보다는 아시아 환자에서 더 많이 발병하고, 전체생존기간 등 개선 효과가 큰 것도 신약 허가에 역할을 했다.

임핀지는 3년 시점에서도 전체생존기간을 더욱 개선했다. 추적관찰기간 중앙값 41.3개월(3년 5개월) 시점에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26%까지 더욱 줄였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도 12.9개월로 앞서 2년 시점 데이터(12.8개월)보다 1개월 연장할 수 있었다.

TOPAZ-1 연구를 처음 아스트라제네카에 제안한 것은 한국인 연구자인 오도연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다. 한국인 연구자가 설계한 임상 연구가 글로벌 시장에서 담도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치료 혜택도 국내 담도암 환자들이 받을 수 있게 됐다.

오 교수는 "임핀지가 진행성 담도암 환자 3년 생존율을 2배 이상 개선한 것은 예후가 나쁜 분야에서 매우 의미있는 발전이다"고 평가했다.

담도암 치료 현장에는 오도연 교수 외에도 많은 종양내과, 혈액종양내과, 소화기내과 교수들이 있다. 이들은 "10년간 젬시스에서 변화가 없는 치료 현실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 시작점으로 임핀지-젬시스 병용요법 건보 적용을 통한 치료 접근성 개선을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