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치료 달라졌다, 임핀지+이뮤도 병용 4명 중 1명 생존

첫 이중 면역항암요법, 장기생존 극대화 면역항암제 중 사망위험 감소 20% 넘겨 출혈·간 기능 떨어진 경우도 부작용 적어

2024-05-16     김민건 기자

[팜뉴스=김민건 기자] "지금까지 4년 생존을 보인 면역항암 요법이 없었다. 간 기능을 보존하고 출혈없이 4년에 달하는 생존기간을 보인 것은 다른 치료제와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전홍재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전홍재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임핀지(더발루맙)+이뮤도(트레멜리무맙) 이중 면역항암 병용요법이 절제불가한 간암(Hepatocellular carcinoma, HCC) 치료에 불러올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이같이 말했다.

14일 전체 OECD 국가 중 한국의 간암 발생률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간암으로 인한 국내 사망률은 전체 암종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국내 의료진은 절제 불가한 전이성 간암 1차 치료에서 첫 번째 이중면역항암 요법으로 등장한 임핀지+이뮤도에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면역항암제 중 유일하게 4년의 생존혜택을 입증하며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국내 간암 치료 전략의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임핀지+이뮤도 요법은 한 번 효과를 보이면 장기생존으로 이어지는 면역항암제 장점을 더욱 극대화하는 '이중 면역항암요법'이다. 임상에서 전체 치료 환자 4명 중 1명이 생존하는 뛰어난 생존혜택을 보였다.

국내 전이성 간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3.1%로 치료가 어렵기로 정평난 췌장암과 비슷하다. 2008년부터 1차 표준치료에 넥사바(소라페닙)를 사용해왔지만 다양한 부작용에 비해 생존기간을 효과적으로 연장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 이후 10년간 수많은 신약 개발 도전이 이어졌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유는 간암 환자의 간 기능 자체가 약해진 상태에서 독한 항암제를 사용하는 게 문제였다. 다른 암종에서 효과를 보이던 치료제도 간암 환자는 항암제 독성을 견딜수 없어 생존기간 연장이 어려웠던 탓이다. 

한참 뒤인 2018년 렌비마(렌바티닙)가 등장했다. 렌비마도 넥사바에 뒤떨어지지 않는 효과를 보이는 '비열등성'을 입증하는 수준이었다. 간암에서도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으로 사용 가능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일찍이 다른 암종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했던 것과 달리 매우 뒤늦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적은데다 효과가 있는 환자라면 장기생존으로 이어갈 수 있는 기회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간암을 치료하는 의료진도 매우 오랜 시간 면역항암제를 기다려왔다. 앞서 임핀지+이뮤도 병용에 기대감을 보인 전홍재 교수도 그중 한 명이다.

간암에서 면역항암제 단독 투여 시 일부 환자는 매우 드라마틱한 효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3상 연구에서 기존 표준치료인 넥사바와 비교해서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에서 우월성을 입증하는데 실패했다. 이 결과는 간암은 면역항암제 단독요법으로는 표준치료가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에 면역항암제와 다른 치료제와의 병용을 시도하기 시작했고 2020년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과 신생혈관억제제 아바스틴(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전이성 간암의 새로운 표준 1차치료로 등장하게 됐다. 여기서 더 나아간 치료 전략이 면역항암제 두 개를 사용하는 '이중 면역항암요법' 임핀지+이뮤도 병용이다.

▷CTLA-4, PD-L1 두 곳 막아 면역사이클 극대화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항원을 방출하면 신체 내 항원제시세포(APC)가 이를 인식, 내부 면역세포인 T세포에 해당 항원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려 암세포를 죽이게 만드는 기전이다. 이때 T세포는 혈관을 따라 이동하면서 암세포를 공격하는데 면역사이클이라고 한다.

그런데 암세포는 신체 면역사이클을 속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암세포는 항원제시세포가 T세포에게 명령을 내리는 과정을 막는 CTLA-4라는 면역관문을 이용할 수 있고, T세포가 암세포를 탐색해 사멸하는 과정을 막는 PD-1 면역관문을 통해 면역사이클 작동을 멈추기도 한다.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 작용 기전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은 암세포가 면역사이클을 통해 생존하는 방법을 역이용했다. 앞단에서 CTLA-4 면역관문을 억제하는 이뮤도와 뒷단에서 PD-1 면역관문을 막는 PD-L1 억제제 임핀지를 병용한 것이다.

이뮤도를 최초 1회 투여해 CTLA-4 면역관문을 억제함으로써 T세포 활성을 높이고, 이후에는 4주에 한 번씩 임핀지를 투여해 PD-L1을 차단함으로써 T세포 활성도를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전 교수는 "면역관문억제제는 균이 들어왔을 때 작동하는 선천면역과 해당 균에 특이적으로 방어하는 적응 면역이 있다"며 "적응 면역인 T세포는 특이적인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 비슷한 항원이 들어왔을 때 쫓아가 계속 공격하기 때문에 면역항암 효과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히 부작용이 크지 않다면 여러 면역관문 중 하나만(단독요법) 억제할 때 보다 여러 개를 동시에(이중 면역항암요법) 막았을 때 치료 효과가 더 크게 올라간다"며 "임핀지+이뮤도 이중 면역항암요법은 여러 약제를 병합했을 때 전체생존기간(OS) 혜택을 개선하고 장기생존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히말라야 연구, 간암 치료 혁신 잠재력 갖춰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은 글로벌 3상 연구인 히말라야(HIMALAYA)에서 당시 간암 1차 표준요법인 넥사바와 비교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봤다. 이때 이뮤도는 최초 1회만 고용량을 임핀지와 같이 사용하고, 그 이후 임핀지를 4주 간격으로 투여해 넥사바 대비 전체생존기간을 얼마나 개선하는지를 1차 평가변수로 했다.

연구에는 이전에 항암 치료를 받지 않은 18세 이상 수술 불가한 간암 환자들이 참여했다. 특히 아시안 환자가 40%나 참여했으며 국내에서 많은 B형간염 환자는 30%, 병이 가장 많이 진행한 BCLC 스테이지 B 환자가 80%였다. 이같은 임상 설계는 국내 간암 환자에서  이중 면역항암 요법이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신뢰성을 높여준다.

최초 36개월(3년) 시점에서 임핀지+이뮤도 병용군(393명)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6.4개월로 넥사바(389명) 13.8개월 대비 생존기간을 개선했고, HR 0.78로 22%의 사망 위험 감소를 기록했다. 특히 장기생존 기간이라고 말할 수 있는 36개월 시점에서 전체생존율 30%을 기록하며 넥사바(20%) 대비 10%p 개선된 결과를 냈다.

다만, 무진행생존기간(PFS)은 면역항암제 특성상 임핀지+이뮤도(3.7개월)와 넥사바(4.7개월) 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전 교수는 "1차 평가변수는 전체생존기간이었기에 참고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면역항암제 항암 반응을 알 수 있는 객관적반응률(ORR)에서 임핀지+이뮤도 병용군은 20.1%로 넥사바 5%와 큰 차이를 보였다. 완전관해(CR) 환자도 임핀지 병용에서는 3.1%였지만 넥사바는 0%였고 부분관해(PR)도 17%와 5.1%로 의미있는 결과가 확인됐다.

3년 시점에 임핀지+이뮤도 병요군 전체생존기간 데이터

 

특히 병이 처음부터 진행하지 않고 통제된 비율을 나타내는 질병조절률(DCR)에서 임핀지 병용과 넥사바 모두 60%라는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지만 장기효과를 나타내는지 보는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에서는 임핀지 병용군이 22.3개월로 넥사바 16.4개월 대비 더욱 긴 반응을 보였다. 

전 교수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효과를 보이는 기간은 약 18개월이며, 키트루다+렌비마 병용군도 약 18개월로 20개월을 넘지 못 했다"며 "이중 면역항암요법이 유일하게 20개월을 넘겼다는 게 다른 치료제와의 차이점이다"고 말했다.

▷4년 시점에서 더욱 벌어진 생존 곡선 그래프, 이중 면역항암 효과

최근 임핀지+이뮤도 병용요법의 4년 생존기간 데이터가 발표됐다. 이 결과에서 임핀지 병용군 전체생존율 25%로 넥사바 15%와 비교해 격차를 더욱 벌린 것이 확인됐다. 임상 참여 환자 4명 중 1명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차이는 면역항암제는 효과를 보이면 장기생존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나타났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각각 16.4개월, 13.8개월로 HR 0.78이었다. 임핀지+이뮤도 병용이 사망위험을 20% 가까이 줄인 것은 현재까지 출시된 전이성 간암 1차치료 면역항암제 중 가장 좋은 성적이다.

앞서 3년 시점에서 임핀지와 넥사바 투여군 모두 질병조절률 60%를 기록했다. 4년 시점에서 이 환자들의 생존율을 확인해보니 임핀지 투여군에서 3년 시점은 45%, 4년 36%였다. 하지만 넥사바는 동일한 시점에서 각각 28%, 20%를 나타냈다. 이는 임핀지+이뮤도 이중 면역항암요법의 장기생존 효과를 의미한다.

전 교수는 임핀지+이뮤도 병용이 생존기간 혜택 외에도 또 다른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출혈 위험이 적으며 간 기능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 교수는 "임핀지+이뮤도 병용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출혈 위험이 적다는 점이다. 넥사바 출혈 위험은 12%인데 반해 임핀지+이뮤도는 1.8% 밖에 되지 않았다"며 "티쎈트릭+아바스틴은 임상 당시 출혈 위험이 적은 환자를 포함시켰음에도 반드시 6개월 이내 내시경을 하도록 돼 있는데 임핀지 병용군은 이런 절차 없이 바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장점은 간암 환자 절반은 암으로, 나머지 절반은 간 기능이 떨어져서 사망한다. 항암제가 독하기 때문에 치료 과정에서 간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가 많다"며 "임핀지+이뮤도 병용은 오래 치료를 해도 간 기능이 떨어지지 않고 비교적 안전하게 장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