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백신 맞고 고관절 녹아내렸는데 '철수'라니...
[기획]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자 "나라에 속았다... 질병청도 요지부동" 중증 재생 불량성 빈혈, 반일치 골수 이식...이제는 인공관절까지
[팜뉴스=최선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은 사실상 끝이 났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이 유럽에서 완전 철수한다는 한 줄 짜리 외신의 기사가 화제를 일으키지 않는 이유다.
팬데믹 초기 수많은 사람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는데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소식 한 줄이 폐부를 찌르고 심장을 관통하는 이들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재생불량성빈혈에 걸린 29살의 청년 공무원은 망연자실했고 현실을 개탄했다. 보건의료 공무원으로 최전선에 투입된 김수호 씨의 이야기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역사의 저편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고, 시장에서 철수하면 그만이다. 반면 김 씨는 지옥 같은 오늘을 살아내야 한다. 팜뉴스가 기획으로, 김 씨의 '현재'를 되짚어본 계기다.
앞서 팜뉴스가 "AZ 백신 철수했는데...도입 주역 '문재인' 책임 없을까"를 통해 보도한 것처럼, 문재인 정권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예찬론을 펼치면서 국내 초고속 도입 작전을 펼쳤다.
문 전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는 한국에서 처음 접종된 백신이자, 가장 많은 한국인들이 맞은 백신이라는 면에서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모범국”이라고 밝힐 정도였다.
그렇다면 '아스트라제네카 초고속 백신 접종 작전'은 청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당시 정부는 요양병원·시설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 고위험 의료기관의 보건의료인,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을 우선순위로 두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당시 20대였던 김수호(32) 씨는 정선군 보건소 운전직 9급 공무원 신분으로 코로나19 환자의 검체, 자가격리자, 확진자 이송에 투입됐다. 2021년 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접종 3일만에 잇몸 출혈 증상을 보였고 특발성 재생불량성빈혈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도 질병청은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통보했다. 그는 수차례 이의제기를 했지만 질병청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그는 접종 두 달 만에 휴직계를 냈고 반일치 골수이식을 받았다. 망막박리, 탈모 등 숙주 반응으로 신음했다.
팜뉴스가 최근 확인한 그의 최근 일상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반일치 골수이식으로 인한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고관절이 괴사됐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양쪽 허벅지에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은 것이다.
김 씨는 13일 "2022년 11월경,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일어나지 못해서 응급실로 향했다"며 "MRI를 찍었는데 이미 괴사가 많이 진행된 상태여서 인공관절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 수술 당시 수혈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서 혈액종양내과 의료진이 함께 들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험한 수술을 마쳤지만 일상이 무너졌다. 이전에는 헬스를 워낙 좋아했는데 이제는 하체 운동을 전혀 할 수 없다"며 "뛸 수도 없고 겨우 걷는 수준이다. 결국 후유장해 진단서를 받았고 장해등급 5등급 판정을 받았다. 지금도 제 관절이 아니라서 가끔 통증을 느낀다. 고관절에 힘이 없어서 모든 하중을 무릎이 받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최근 유럽 철수 소식이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김 씨는 "질병청 피해보상 심의 결과는 여전히 바뀐 것이 없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유럽에서 철수했고 세계 각국의 외면을 받아도 제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질병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국가에게 속아 버림을 받은 느낌인데 수년간 싸워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는 분노하는 것도 지친다. 다만 시계를 되돌릴 수 있다면 백신을 맞지 않았을 것"이라며 "저는 공무원직을 너무 사랑하고 지금도 그 일에 가까스로 복직해서 일을 하고 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돌리고 싶다. 그랬다면 평범한 청년 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가끔 든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인공관절 치환술 직전까지 목발로 생활했다. 수술 이후 3개월 동안 또 목발로 살았다. 그 이후는 지팡이가 김 씨의 버팀목이 됐다.
처음 통증을 느낀 이후, 그가 다시 걷기까지 걸린 시간이 '9개월'이다. 김 씨의 일상 속 팬데믹은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다. 그의 나이는 32살이다.